지난 연재 ▽1024 [쿠바리포트] 새로운 집, 새로운 모험 새로운 집, 새로운 모험 새로운 집으로 이사 온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리고 나는 이 한 달의 시간에 ‘모험’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있다. 글을 다 읽고 이렇게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서 무슨 모험을 했다고 할 수 있느냐고 시비를 걸 수도 있다. 아, 물론이다. 지난 한 달 간 내가 사는 아바나에서는 혁명도 일어나지 않았고, 게릴라군도 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나의 일상을 모험이라고 부르련다. 우리가 사소하다고 치부하는 것들은 실제로 사소한 것들이 아니다. 일상의 기본을 책임지는 디딤돌이다. 이 요소들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을 때, 일상은 곧바로 재난이 된다. 쿠바는 이런 소소한 재난의 천국(?)이다. 도대체가 ‘이런 게’ 내 인생을 괴롭히는 주적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할 때.. 2019. 12. 24. 아빠의 장난, 딸의 장난 아빠의 장난, 딸의 장난 아빠는, 장난기가 많은 사람이다. 보름만 있으면 한국 나이 마흔이 되는 이 시점에 와서도, 매일매일 장난을 친다. 딸에게도 치고, 아내에게도 치고, 자기 자신에게도 친다. 정말이지 이 아빠는 장난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 그나마 나이를 이만큼 먹어서 때와 장소는 가리게 되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때도 없고 장소도 없었다. 인과응보라고 했던가. 응분의 댓가 따위 결코 나에겐 오지 않으리라 여겼지만, 자식이 생길 줄이야. 내 자식은 아빠만큼 장난을 친다. 괜히 와서 설거지하는 아빠의 엉덩이를 두들기거나, 화장용 붓 같은 걸 가지고 와서 간지럼을 태우거나, 소파에 누워있는 아빠의 콧구멍에 손가락을 집어 넣는다거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장난을 걸어온다. 며칠 전엔 크래커를 먹.. 2019. 12. 20. [연암을만나다] 눈구멍이나 귓구멍에 숨어보겠는가 눈구멍이나 귓구멍에 숨어보겠는가 몇 달 전, 나는 매일 고민을 했다. 퇴근 후 연구실을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적당히 일했을 때는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연구실로 향했지만, 낮 동안 일에 시달렸을 때는 좀 쉬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다. 공부방에서 친구들을 만나면 좋기도 했지만… 왠지 사람을 만나는 게 피곤한 날도 있었다. 하지만 난 결국 잠깐을 들르더라도 최대한 연구실에 가기로 했다. 그 이유는 집에 있는 내가 아~주 맘에 들지 않아서였다. 퇴근 후 나는 쉰다는 핑계로 집에 들어가서 과자 한 봉지를 뜯으며, 망상과 영상의 바다에서 수영을 했다. 그러다 보면 금세 10시~11시가 되었다. 그럴수록 더 피곤했고, 기분도 더 다운되었다. ‘차라리 그냥 연구실에 갈걸.’ 후회만 남았다. 재밌지도 않고 유쾌하지도 않은.. 2019. 12. 19. [천의고원읽기] 파괴하고 다시 재건하고 파괴하고 다시 재건하고 평균수명이 약 90세라고 가정했을 때, 나는 이제 겨우 삼 분의 일을 살았다. 초, 중,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했지만 공부가 영~ 적성에 맞지 않았던 터라 대학은 가지 못했다. 그렇다고 마냥 시간을 보낼 수 없었다. 친구들이 대학에 다니는 동안 나는 인력개발원이라는 학원에서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기술을 배웠다. 배운 기술을 바탕으로 군복무까지 해결(!)하고 20대 초반을 마무리했다. 20대 중반부터는 본격적으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고, 여러 직장을 옮겨 다니며 현 직장에 정착한 지 어느덧 7년을 넘어가고 있다.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소위 말해 ‘꿈의 직장’이다. 8시 30분 정각에 출근하여 5시 30분이면 칼같이 퇴근한다. 친구들이 공무원으로 착각할 정도이다. 상사와의 불.. 2019. 12. 18. 이전 1 ··· 72 73 74 75 76 77 78 ··· 25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