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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1024

[내인생의주역] 풍요 속의 어둠 풍요 속의 어둠 ䷶雷火豐 豐, 亨, 王假之, 勿憂, 宜日中. 初九, 遇其配主, 雖旬, 无咎, 往有尙. 六二, 豐其蔀, 日中見斗, 往得疑疾, 有孚發若, 吉. 九三, 豐其沛(旆), 日中見沬, 折其右肱, 无咎. 九四, 豐其蔀, 日中見斗, 遇其夷主, 吉. 六五, 來章, 有慶譽, 吉. 上六, 豐其屋, 蔀其家, 闚其戶, 闃其无人, 三歲不覿, 凶. 늦은 나이에 지방에서 서울까지 오고 가는 공부를 시작한 지 수년이 지났다.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가족들에게 소홀해졌고, 이웃들에게도 무심해졌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참 희한했던 것은 그동안 아무도 나의 공부에 대해 딴죽을 건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응원을 받는 듯 묘한 기분이었다. 그야말로 공부만 하면 되는 탄탄대로의 공부길 이었다. 그저 쭉~ 가기만 하면 되.. 2019. 12. 17.
아빠는 서비스직 아빠는 서비스직 아이를 낳아 기르기 전까진, 동네 놀이터에 서너살 짜리 꼬맹이들과 보호자들이 오후 서너시만 되면 어째서 그렇게 많은 것인지 잘 몰랐다. 딱히 학교를 다닐 나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놀이터에 무슨 행사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우리 딸의 행태를 보고서야 알게 되었는데, 그 시간이 바로 어린이집 하원시간이었다. 딸은 무슨 계약서라도 있는 것처럼 어린이집이 끝나면 '노이터, 가자'라고 하는데, 가는 건 어렵지 않으나 날씨나 아이의 건강상태에 따라 갈 수 없는 날엔 참 괴롭다. 그런 날엔 거의 질질 끌고 가야하거나, 온갖 감언이설로 꼬드겨야 하는데... 그러고 있자면 내 업무(육아)의 형태가 서비스직으로 바뀌었다는 걸 깨닫곤 한다. 말을 하게 되면서부터는, 몸도 커져서 번쩍 들어옮기기도 부담스.. 2019. 12. 13.
[청년동의보감]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해관계 – 알바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해관계 – 알바 24살, 나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카페 알바를 했다. 오전 7시에 출근해서 청소하고, 과일을 깎고, 샌드위치를 만들다 보면 금방 점심시간이 된다. 회사 근처 카페라 점심시간은 그야말로 ‘피크타임’이다. 손님들은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그에 맞춰 나도 재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초인적인 ‘반사 신경’으로 커피를 뽑고, 과일을 갈고, 동시에 설거지도 하고 빵도 굽는다. 오후 2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쯤이면 거의 녹초가 되어있다. 하지만 정작 속을 끓이는 일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월급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것이었다. 카페 사장님은 ‘주휴수당’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힘들게 구한 일자리를 놓치기 싫어서 또 관계가 껄끄러워질까봐 나는 당장 말하지 못하고 혼자 쌓아두.. 2019. 12. 10.
약사가 되면 돈 많이 벌 줄 알았다 약사가 되면 돈 많이 벌 줄 알았다 솔까말, 돈 많이 벌고 싶었다 나는 왜 약사가 되었을까?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고 싶어서 의사가 되었다는 말은 종종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같은 이유로 약사가 되었다는 말은 약사들 사이에서도 못 들어 봤다. 나라고 그런 거창한 이유가 있을 턱이 없다. 엄마가 원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었던 미술공부는 집안 사정상 어려웠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어쩌면 다 핑계일지 모른다. 나는 안정적인 전문직 여성의 삶을 거부할 용기가 없었고, 미술에 대한 열정도 그렇게 크지 않았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난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치유’나 ‘치료’ 등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약대를 선택하지는 않았다. 첫 직장인 종합병원은 그야말로 빡셌다. 그때는 의약분업 전이라 내원하는 환자들의 .. 2019. 1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