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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1024

[연암을만나다] 글쓰기는 공작(孔雀)을 만나는 일 글쓰기는 공작(孔雀)을 만나는 일 연암이 열하 사신단을 따라 중국에 갔을 때였다. 연암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곳에서 공작 세 마리를 본다. 그것은 푸른 물총새도 아니고, 붉은 봉황새도 아니고, 학보다는 작고 해오라기보다는 컸다. 몸은 불이 타오르는 듯한 황금색이었고, 꽁지깃 하나하나마다 남색 테가 둘러져있는 석록색, 수벽색의 겹눈동자가 황금빛과 자주색으로 번져 아롱거리고 있었다. 움직일 때마다 푸른빛이 번득였다가 불꽃이 타오르는 것 같다가 하는 것이, 이보다 더 아름다운 광채(문채文彩)는 본적이 없는 듯했다. 이어서 연암은, 역시 연암답게도 이 숨 막히게 빛나는 (공작을 설명하는 연암의 문장을 직접 읽어보면, 온 세상이 환해지면서 숨 막히는 기분이 든다.) 공작을 보면서 ‘글’에 대해 생각한다. 무.. 2020. 1. 16.
함장가정(含章可貞)의 지혜 함장가정(含章可貞)의 지혜 ䷁重地坤坤 元 亨 利 牝馬之貞. 君子 有攸往. 先迷 後 得主利.西南得朋 東北喪朋 安貞 吉.初六 履霜 堅氷至.六二 直方大 不習 无不利.六三 含章可貞 或從王事 无成有終.六四 括囊 无咎 无譽.六五 黃裳 元吉.上六 龍戰于野 其血玄黃.用六 利永貞. 내가 ‘周易’을 나름 재미있게 공부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주역은 내게 ‘天–地–人’으로 상징되는 三才가 함께 움직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과 우주를 변화시켜간다는 원리를 가르쳐주었다. 3년 전부터 『주역』을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외웠다. 어느 정도 외운 후 이제 뜻도 좀 잘 알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주역』을 찬찬히 읽기 시작했다. 중천건(重天乾) 괘를 읽고, 중지곤(重地坤) 괘를 읽어가면서 갑자기 많은 생각이 몰려왔다. ‘.. 2020. 1. 14.
[둥글레의인문약방] 자기도 아프면서 누굴 치료한다고 자기도 아프면서 누굴 치료한다고 천식이라는 아이러니 회사에 다닐 때 기침감기를 심하게 두 번 앓았다. 두 번 다 기침이 한 달가량 지속되는 감기였다. 기침을 해대면서도 난 병원에 간다거나 약을 먹는다거나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몸에 이상이 왔는데도 그것을 무시했다. ‘더 심해지면 약 먹지 뭐’라는 생각도 있었고, 무엇보다 일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었던 시기다. 증상이 심해지자 폐렴인가 싶어서 내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폐렴은 아니었고 기관지 알레르기였다. 다른 말로 하면 알레르기성 천식이다. 그때는 그 상황이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 종합병원 근무할 때 난 호흡기약물 상담서비스(Respiratory Service)를 전문적으로 하는 약사로서 폐질환 환자들에게 흡입제 사용법을 지도했다. 그런.. 2020. 1. 13.
노래 불러요~ 노래 불러요~ '판착판착 자큰 뵬, 아르흠답케 비추네에'. 네 살이 되더니, 자기는 이제 '애기'가 아니고 '네 살 언니'라고 주장하는 우리 딸이 요즘은 노래를 부른다. 과거에 아빠가 음악을 한답시고, 기타 녹음용으로 사둔 마이크가 이렇게 쓰일 줄이야. 우리 딸은 마이크가 없으면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꼭 마이크를(대용품도 안 된다) 손에 쥐어야만 노래를 부른다. 태도 만큼은 프로다. 박자와 음정을 맞추며 부르기에는 여전히 신체능력이 안 따라주기는 하지만, 아이의 노래엔 그걸로는 설명할 수 없는 에너지가 있는 듯, 아빠는 딸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마치 처음 말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특별히 재능이 있는 것 같지는 않으니 일단 안심이지만, 어쨌든 딸아, 화이팅이다. 재미나게 불러보렴! 2020. 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