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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뉴욕 : 도시와 지성21

‘가장 낮은 곳’부터 마비시키는 시대 (2) : 뉴욕과 이반 일리히 '가장 낮은 곳'부터 마비시키는 시대(2):뉴욕과 이반 일리히 동네 신부님의 잔소리 뉴욕에서 일리히는 동네 신부였다. 그 후 그는 뉴욕의 ‘낮은 곳’에서 세상의 ‘낮은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1960년대, 일리히는 멕시코에서 를 운영하며 유럽 선교사의 계몽주의를 깨뜨리는 게릴라였다. 1970년대, 그는 개발 이데올로기를 사정없이 공격해서 좌파와 우파 모두가 두려워하는 비평가였다. 그런데 1980년대에 들어가자 일리히는 갑자기 뒷선(?)으로 물러난다. 역사학자가 된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주제에 하나씩 천착해 들어갔다. 문자, 생명, 성(性), 자연……. 각각 주제의 역사 속에는 어김없이 ‘경제학’의 흔적이 있었다. “저는 경제학자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역사학자에 가까운 사람입니다. 저는.. 2016. 11. 25.
‘가장 낮은 곳’부터 마비시키는 시대 : 뉴욕과 이반 일리히 ① '가장 낮은 곳'부터 마비시키는 시대 ① : 뉴욕과 이반 일리히 삼 년 전, 계획에도 없었던 뉴욕행을 떠나 팔자에도 없는 대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일차적인 까닭은 비자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내심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세계 각국에서 흘러들어온 사람들과 공부해 보겠느냐는 기대도 있었다. 그 기대가 없었더라면 나는 중졸 백수에서 뉴욕 유학생으로 신분 상승(?)하기 위한 댓가를 치를 수 없었을 것이다. 무려 미국 검정고시를 치러야 했으니 말이다. 슬프게도, 어렵사리 들어간 대학교는 검정고시 준비보다 더 재미없었다. 수업은 수동적이었고, 교과서는 건조했다.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바람처럼 사라졌다. 우정을 쌓을 시간조차 없었다. 학교는 국적과 상관 없이 문제인 것일까? 아니, 정말 문제는 나였.. 2016. 10. 28.
뉴욕과 올리버 색스 ② : 나는 감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웃픈' 이야기로 세상의 구멍을 메워라 (2) - 뉴욕과 올리버 색스 - ❙ 무(無), 기력 올해 초, 내 몸이 파국을 맞았다. 수면 부족, 열꽃, 생리 불순, 무엇보다 온 몸에 기력이 없었다. 지하철에 몸을 던져놓고 무기력하게 되물었다. 왜 이렇게까지 바쁘게 살아야 하나? 그러나 질문을 더 밀고 나가지는 않았다. ‘바빠서 힘들다’는 말은 뉴욕에서 금기어다. 이 도시에는 파트타임 직업 세 개, 학교, 육아까지 동시에 해내는 ‘슈퍼휴먼’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아르바이트 고작 한 개 하는 학생 주제에, 피곤하다고 말할 자격이 있을까. 저질 체력과 의지박약이라고 손가락질 받을 게 뻔하다. 그래서 질문은 맥없는 넋두리로 변질된다. 아, 내 몸이 스마트폰이라면 배터리 충전하듯이 간단히 기력을 얻을 텐데……. 왜 .. 2016. 9. 30.
뉴욕과 올리버 색스 ① : ‘아프고 웃긴’ 뉴욕의 신경의사 세상의 구멍, ‘웃픈’ 이야기로 채우다 : 뉴욕과 올리버 색스 작년 여름, 플랫아이런빌딩 앞 공원에 앉아 있다가 한 남자를 보았다. 그는 다리를 덜덜 떨면서 허공에서 드럼스틱을 두드리고 있었다. 공원에는 나와 남자만 앉아 있었다. 이름만 공원이지 사실은 세 개의 도로(25번 스트리트, 5번 에비뉴, 브로드웨이)가 교차하면서 붕 뜨게 된 자투리 공간이었다. (양쪽으로 차가 끊임없이 지나가는데, 역설적으로 공간 자체는 무관심에 방치되어 있다.) 남자가 하도 이상하게 행동하기에, 아이스커피를 마시는 척하면서 곁눈질로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이 남자가 이해불가한 말을 외치는 게 아닌가. "이 미친 뉴욕은 내 지랄 맞은 음악보다 더 구려(This crazy city is worse than my f*.. 2016. 9.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