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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인문의역학! ▽/본초서당

복날이 다가온다! 이열치열의 대표주자 개고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7. 4.

속이 찬 사람에게 잘 맞는 개고기


여름철의 뒷골목 보양식으로 자리 잡은 사철탕, 이른바 개고기. 개고기라는 이름이 버젓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출처도 모르는 사철탕으로 이름도 바뀌고, 앞골목도 아닌 뒷골목에 자리 잡은 음성적인 이미지의 개고기. 오늘은 홍길동이 呼父呼兄 못하는 것처럼, 개고기를 개고기라 부르지 못하게 된 한국적인 에피스테메(^^; 인식소 즉, 사고의 밑바탕~) 안에서 개고기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다.


개고기에 대한 기억


내가 처음으로 개고기를 접한 것은 초등학생 시절 동네 여름 잔치였다. 우리 동네에는 철길 옆으로 작은 시냇물이 흘렀는데, 마을의 다리 밑으로 얼마 안되는 모래밭이 있었고, 모래밭 건너편 언덕에 커다란 아까시 나무 한 그루가 냇가쪽으로 비스듬히 서 있었다. 굵기가 어른 팔길이로 한 아름은 되었던 그 커다란 나무의 밑둥치는 반쯤 헐벗은 채 검게 그을려 있었고, 굵은 뿌리는 무너져 내린 언덕의 비탈 사이로 여기저기 드러나 있었다.


문제의 이 나무가 여름이면 개들의 성지가 되었다. 이 나무가 있는 곳은 집에서 백 미터 쯤 떨어진 곳이었지만, 그날(복날하는 동네 잔치)이 가까와지면 개 잡는 소리가 멀리서도 생생하게 들려왔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몰라도 한참 후에 마당에 나가서 나무가 있는 쪽을 바라보면 희고 검은 연기가 하늘로 몽게몽게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동네 잔치 다음날이면 동네 꼬맹이들은 당연한듯이 사건 현장으로 출동하여 정밀한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까맣게 불에 그을린 가마니와 끊어진 새끼줄, 몽둥이 서너 개, 미처 치우지 못한 막걸리 통, 흩어진 뼛조각 몇 개, 수박 껍데기, 으깨진 살구 열매, 이런 것들이 가시지 않은 누린내와 함께 당시의 처참하고도 풍성한 현장 분위기를 전해주었던 것이다.


어린 마음에 충격(!)을 던져주었던 현장 분위기!


그러나 이런 개잔치는 대부분 어른들 차지였고 아이들은 엄마가 얻어온 개장국 한그릇에 밥을 말아먹는 수준이었다. 나는 탕에 둥둥 떠있는 뻘건 개기름이랑 개누린내가 싫어서 탕에는 손도 못댔고, 수완 좋은 엄마가 얻어온 삶은 간 한 조각을 눈감고 받아 먹곤 했다. 대학 2학년에 시절, 농활을 가서 처음으로 개살코기를 먹어봤다. 농활 마지막날 동네 어른들이 닭 열 마리와 개 한마리를 잡아서 학생들을 먹이셨는데, 그날도 시원한 다리 밑에서 잔치가 벌어졌다. 수육으로 만든 개고기를 넓적한 돌 위에 올려놓고 소금에 찍어 먹던 선배들이 한 입만 먹어보라고 권했지만, 나는 어릴 때 보신탕 그릇에 떠 있던 뻘건 기름과 누린내 지독했던 장면이 떠올라서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런데, 자세히 쳐다보니 고기의 생김새가 소고기 삶아서 찢어놓은 것과 다름이 없었다. 한 젓가락만 먹어본다고 앉아서 받아 먹은 개고기 맛에 훅가서 돌 위의 고기가 다 떨어질 때까지 앉아서 집어먹던 기억이 난다. 다음부터는 여름이면 한번씩은 찾아먹을 뿐 아니라, 전에 뒷다리 한쪽을 선물받았을 때는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뒤져가며 열심히 요리해서 먹기까지 했다. 비싸서 못먹는 거지.



뜨거운 개고기


여름이 되면 개들이 혀를 쭉 빼물고 앉아서 더위를 견디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개의 몸에는 땀구멍이 없어서 몸안의 열기가 땀을 통해 배출되지 않는다. 털이 없는 혀와 발바닥, 그리고 아랫배를 이용해서 체온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그늘에서 혀를 내밀고 땅바닥에 배를 깔거나 발바닥을 대고 앉아 있게 된다. 개는 땀구멍이 없어 열이 내부에 가득하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개를 먹는 이유는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땀을 지나치게 많이 흘린 결과 몸속이 차가워진 사람들에게 양기를 보충해주고 땀구멍을 닫게 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름이면 한 그릇 먹어줘야하는 음식이 되었다. 그런데 차가워진 속을 데우고 헤벌어진 땀구멍을 조여주는 것이 여름철에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개고기가 사시사철 관심을 받는 음식이 되었던 것이다.



일부 연예인들이 개고기를 자주 찾는 이유는 그놈의 모공 때문인 것 같다. 소형 브라운관 시대를 지나 고화질 대형 평면 시대를 맞이했으니 연예인들의 모공 관리에 비상이 걸리게 마련이다. 바늘 끝 만하게 보였던 모공이 바늘 구멍 만하게 보이는데, 피부에 윤기를 더하고 모공 관리에 최고라는 개고기를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개는 여름에는 내부로 열을 모으고 겨울에는 외부로 열을 방출한다. 그래서 여름철의 개고기는 땀을 많이 흘려 속이 찬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보양식이 된다. 양기가 많아서 평소에 몸이 뜨거운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 아니란 말이다. 게다가 지나치게 개고기를 많이 먹으면 없던 병도 생기게 되니, 아랫글에 그런 예가 있다.  


한 젊은 남자가 수 개월 동안 발열증상이 물러가지 않아 고생하고 있었다. 그는 주진형(금원4대가 중에 한 사람인 주단계의 이름)의 치료를 받기 원했다. 주진형이 환자의 맥을 짚어 본 결과 열세가 매우 강하였다. 그는 환자를 향하여 “당신의 병은 외부에서 병사가 들어온 것이 아닙니다. 음주과다로 인하여 주독이 체내에 머물러 있습니다. 거기다 방사를 지나치게 하였습니다. 현재 당신의 체내에 음혈이 훼손되어 있습니다.” 고 설명해 주었다. 환자는 깜짝 놀라며 “선생님의 말씀이 정확하게 맞습니다. 제가 한 달 동안 정력에 좋다는 개고기를 안주삼아 술을 많이 마셨습니다.”고 말했다. 주진형은 보기혈약(補氣血藥)에 건갈(乾葛;말린 칡뿌리)을 첨가하여 주독을 풀어 주었다. 그런데 환자는 한 첩의 약을 복용한 후에도 땀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으며 조금도 발열이 감퇴되지 않았다. 그래서 주진형은 갈근 대신 양음생진(養陰生津) 작용이 있으며 해주독(解酒毒)하고 허열(虛熱; 음이 부족해진 결과 상대적으로 양기가 성해진 듯 보이는 열증)을 잡는 구거자(枸距子)라는 약재를 가미하여 환자에게 복용시켰다. 과연 환자의 열세가 감퇴되었다.


술도 열을 내는 음식이요 개고기도 열을 내는 음식인데, 정력에 좋다고 한 달을 줄창 잡수셨으니 몸에 열이 치성하여 열병이 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한의학의 중요한 원리로 취상비류(取象比類)라는 것이 있다. 상을 취하여 비슷한 류끼리 용작한다는 뜻인데, 땀구멍 없는 개의 열기 모음이 그대로 사람에게도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다. 이를 영양학에서는 개고기가 다른 고기에 비해 소화가 잘 되는 것으로 설명한다. 개고기를 삶으면 풀어지며, 풀어지는 고기는 소화가 잘 된다. 개고기가 다른 육류와 영양가는 비슷하지만 소화가 잘 되기 때문에 몸이 느끼는 것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개고기와 술로 몸에 장기간 열기를 주입한데다, 지나친 방사로 음이 소모되었으니 몸이 불만 남은 열덩어리가 된 것이다. 술독만 해독해서 될 일이 아니고 음을 보해주면서 열도 꺼주는 약이 필요했다.


음력 시월은 겨울철의 시작으로써 맹동(孟冬)이라고 부른다. 이 시기에 몸이 허약한 사람들은 체내의 건강을 위해서 보하는 것이 좋다. 보약이 필요하면 여름보다는 겨울철이 좋다는 뜻이다. 그러나, 음이 부족하여 허열이 많은 사람이나, 담이 많아서 화가 치성한 사람, 기본적으로 음이 많이 소진되어 양기보다는 음기가 더 필요한 노인들, 양기가 본래 많은 나이인 어린 아이들, 열병에 걸린 환자나 임신부 등은 계절에 상관없이 개고기를 삼가해야 된다. 개고기는 열성(熱性)이고 陽을 도와 火를 조성한다. 게다가 파의 성미(性味)는 맵고 뜨거워 밖으로 발산하고 양기를 통하게 하므로, 파와 개고기를 섞어 먹으면 인체내에 화열(火熱)이 더욱 성하여 코피가 나올 수도 있다. 대부분의 고혈압은 陰이 虛해서 陽이 항성해진 결과로 생긴 병이다. 개고기는 腎을 따뜻하게 하고 陽을 돕는 작용이 있으므로 음허양항형(陰虛陽亢型) 고혈압의 병증을 가중시킨다. 좋다고 소문난 음식이 나에게도 좋은 것인지를 먹기 전에 한번 점검해보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좋은 습관이 될 것이다.



개(犬)를 보는 시선과 개(狗)를 보는 시선


한국을 비롯한 한자문화권에서 개를 ‘구’(狗)로 가리키면 종종 식용을 뜻하기도 하고, ‘견(犬)’에 비해 좋지 않은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좋지 않은 말인 주구(走狗)에 비해 충견(忠犬)은 좋은 뜻으로 쓰인다. 강아지와 개새끼의 차이라고나 할까? 지칭하는 대상은 같은 것 같지만, 의미가 사뭇 다른 것은 여러 나라에서 공통으로 볼 수있는 문화적 현상이다. 개고기를 먹는 나라도 많고, 안 먹는 나라도 있듯이 하나의 사물을 대하는 세상의 시각은 다양하다.


과거 프랑스에 있던 개고기 가게의 삽화 "개고기부터 고양이고기까지 팝니다"


유명한 프랑스 여배우가 자신의 불타는 애견지정을 내세우며 올림픽 개최을 눈앞에 둔 우리 나라를 오랫동안 전세계적으로 비난했던 일이 있고 나서 개고기를 파는 가게들은 뒷골목으로 스며들고, 우리나라에서 개고기는 차마 개고기라고 부를 수 없는 고기가 되었다. 그런데 프랑스 역사를 뒤져보면, 1870년 보불전쟁 때 개고기를 먹느라 파리엔 개가 남아나지를 않았으며, 개고기 정육점은 물론 쥐고기 정육점까지 있었다고 한다. 막강 프로이센과 대판 붙은 상태에서 추위와 굶주림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는 하지만, 개뿐만 아니라 쥐 마저도 먹거리가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일화다.


궁중음식 연구원에 따르면 개장국은 임금님도 즐겼던 전통요리이며, 북한에서는 개장국을 단고기라 부르며 국•수육•무침 등 열 가지가 넘는 개고기 요리를 즐겼다고 한다. 유교에서는 “개(三六)는 6 축(畜) 중 하나”로 보았으며, 공자는 “삼육(개)은 사람이 먹을 수 있다.”고 하였으며, 공자 역시 삼육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선 특히 경북 지역에서 개고기를 유자(儒者)의 음식이라 하여 사위에게 씨암탉 대신 개를 잡아 대접했다고 한다.



木性을 가진 고기


『본초강목』과 『동의보감』에 있는 개고기의 약효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개고기의 성질은 따뜻하며 짠맛과 신맛을 내며,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몸을 가볍게 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한다. 골수를 충족시켜 허리, 무릎을 따뜻하게 하고, 양기를 일으켜 음경이 서게 하고 기력을 증진시킨다. 오로칠상(五勞七傷; 심한 노동이나 지나치게 감정을 상함)등 몸이 상했을 때 몸을 보하며, 혈맥을 잘 통하게 한다. 누렁이 개고기가 가장 좋고 검둥이가 중간, 흰 개가 그 다음이다. 누렁이 개는 여자에게 좋고, 검둥이 개는 남자에게 좋다. 개고기는 열을 내므로 열병이 있는 사람은 먹지 않는다. 마늘도 열을 내므로 같이 먹으면 열이 지나치게 되므로 같이 먹지 않는다.


대체적으로 개고기는 중하초를 든든하게 해주는 음식이며, 양기를 도와 몸을 가볍고 따뜻하게 하여 혈을 잘 돌게 해주지만, 열을 내는 음식이므로 열을 돕는 매운 음식과 함께 먹는 것은 삼가라는 내용이다. 열이 심해지면 혈이 졸아들어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개털의 색깔마저 염두에 두어야 한다. 노란색은 후천의 기운을 만드는 脾胃를 보하는 색이니 여자에게 좋고, 검은색은 선천의 정을 저장하는 腎을 보하니 남자에게 좋다는 뜻이리라.


개고기의 성질이 따뜻한 것은 위에서 설명했으니 그렇다치고, 맛이 짜고 시다고 했는데 이 대목을 읽으면서 무릎을 치게 된다. 개고기를 한 젓가락 집어서 양념장에 찍어서 먹어보면 마치 양념장에 식초를 넣은 것처럼 새콤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여태 양념장에 식초를 첨가해서 그럴거라고 생각했는데, 개고기 자체가 원래 신맛을 가지고 있다니 조금 놀랍다. 이래서 개고기를 木性이라고 하는 건가 싶다. 신맛은 木에 배속이 되어 몸에 들어가면 먼저 간으로 들어간다. 신맛이 지나치지 않으면 간의 기운으로 작용하여, 간이 혈을 모으듯이 개고기의 신맛은 외부로 흩어지려는 양기를 끌어모은다. 이렇게 모아진 양기를 한곳에 집중하여 쓰게 되는 것이 木氣의 작용이니... 그 쓰임은 사람에 따라 다양할 것이다. 주진형이 치료한 젊은이처럼 방사에 너무 소진하면 음이 부족해져서 열이 상대적으로 치성해지고, 그 상태가 오래되면 인체내의 음양이 모두 붕괴되어 단명한다. --;;



음양오행에서는 개의 소리를 각(角)에 배속하여, 다른 소리들과 구분한다. ‘궁상각치우’라고 하여 음악 시간에 민요에 대해 짧게 배울 때 한번은 외워봤을 것이다. 그 때의 ‘각’이 오행에서는 木에 해당하는데, 개의 소리를 생각해보면 수긍이 가는 면이 있다. 늑대를 조상으로 두었던 개의 튀어나온 입을 생각해보면, 그 입에서 어떤 소리가 나왔을지 상상이 간다. 木은 木하고 만났을 때, 가장 木다운 소리가 난다는 의미에서 木의 본래 소리의 짝을 木이라고 본다. 나무끼리 부딪혔을 때 나는 소리를 상상하면, 속이 빈 나무와 속이 찬 나무가 만나서 어울어지는 목탁 소리가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옛사람들이 가까이에서 들었던 개의 소리는 그런 맑은, 나무 부딪히는 깊은 소리였던 것이다. 사람들 입맛에 따라 하도 많이 개량해서 조상도 못말아먹을 만큼 변형된 요즘 애완강아지들의 깽깽 소리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살구나무는 개를 죽인다는 뜻의 살구(殺狗)에서 유래하였다는 설이 있다. 이름에 관한 것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설이지만, 실제로 살구씨(杏仁)는 개를 죽일 수 있는 독이 있다고 한다. 개에 물려 상처가 생긴 경우 독성을 제거하는데 살구를 찌어 붙이거나 빻은 것을 물에 타 먹으면 독성이 제거되며, 개고기를 먹고 체한데 살구를 먹으면 효과가 있다고 한다. 어린 시절 동네 잔치 뒷자리에 뭉개져 있던 살구 열매의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다. 


개를 반려동물이라 하여 가족보다 더 진한 사랑으로 키우며 함께 사는 사람들이 많아진 요즘이다. 옛사람들도 자기집에서 키우던 개는 잡아먹지 않았다. 이웃 마을의 개와 서로 바꾸어 먹었다고 한다. 자기집 개의 소리가 컹컹 울렸던 곳에서는 먹지 않은 것이다. 개에 대한 애정 없이는 개를 먹지 못한다. 닭이나 소나 돼지는 인간의 애정을 전혀 못받으니까 맘놓고 잡아먹나? 집에서 그것들을 키우는 사람들을 보라. 개보다 더 정을 들이는 경우도 많다. 비록 식용으로 키우는 동물이라 할지라도 그것들을 키우는 사람들도 개를 키우는 만큼의 애정을 갖고 대한다. 물론 식용 동물을 오직 돈버는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학대하며 키우는 사람도 많다. 집에서 개를 키우다가 병들고 나이들면 길에 몰래 버리는 사람들 숫자 만큼.



풍미화(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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