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비위(脾胃)가 약하다구요!? 백작약을 권합니다!!

수렴작용이 뛰어난 보혈약초, 백작약    



온갖 꽃들이 지천인 계절이다. 그 중 작약 꽃은 주로 5-6월에 우리나라 산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들에서 재배되기도 하는 봄꽃이다. 작약은 그 뿌리를 약재로 사용하는데  백작약(白芍藥)과 적작약(赤芍藥) 두 종류가 있다. 백작약과 적작약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꽃의 색깔, 뿌리의 굵기, 뿌리껍질을 벗겼는지의 여부 등 여러 가지 설이 구구하나 이 글에선 논외로 하고, 그 효능에 따라 적작약은 사(瀉)하는 약, 백작약은 보(補)하는 약으로 보자. 같은 작약이지만 성질이 너무 다른 백작약과 적작약. 오늘의 주인공은 보혈약인 사물탕에 들어가는 백작약이다.


오늘의 주인공 백작약!


백작약은 금작약, 개삼 등 재밌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금작약은 이름 그대로 황금처럼 귀한 약재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약초꾼들은 산삼을 발견했을 때, 그리고 골짜기에 가득 자생하는 산작약(산에서 나는 백작약)을 보았을 때 ‘심봤다’를 외친다고 한다. 한 골짜기에서 캔 산작약으로 옛날에는 논 한 마지기를 살 수 있었기 때문이란다. 그럼 개삼은 또 뭐지? 옛날 집집마다 개를 많이 키우던 시절, 개가 갑자기 설사를 할 때 산에서 자라는 작약을 캐다 먹였더니 즉효가 있었던 것. 이때부터 사람에게 인삼이 보약이듯, 개에게 작약이 보약이란 뜻의 ‘개삼’이란 말이 생겼단다. 듣고 보니 그럴싸하다! 그런데 백작약이 약초로 탄생하기까지의 사연이 좀 괴기스럽다.



꽃보다 뿌리

중국 삼국시대에 화타라는 유명한 의사가 있었다. 그의 집 주위에는 온통 약초나무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는 모든 약초를 자신이 맛보고 시험해서 그 효능과 부작용을 판별한 후에 썼다. 어떤 사람이 그에게 백작약 한 그루를 보내와서 그것을 심고, 잎과 꽃, 줄기를 맛보고 살펴보아도 맛이 평범하여 도저히 약의 성질을 찾아볼 수 없어 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삼국지에서 독화살을 맞은 관운장을 치료한 전설적인 명의 화타!


화타가 밤늦게까지 책을 읽던 어느 날, 창밖에서 웬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려 왔다. 그는 황급히 나가봤는데 여인은 간 데 없고 백작약만이 서있었다.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다시 방으로 들어가 독서를 계속 하였는데 다시 아까의 흐느낌이 들려 왔다. 나가보니 역시 아무도 없고 백작약만 서있는 것이었다. 그는 옆에 자는 부인을 깨워 자초지종을 말하자 부인 왈 “여기 풀과 나무는 모두 당신의 수중에서 좋은 약이 되지 않습니까? 꽃과 잎, 줄기는 밖에서 자라지만 땅속에는 뿌리가 있지 않아요? 뿌리도 한번 실험해 보셔요. 백작약이 오죽 안타까웠으면…….”


화타는 귀찮다는 듯 대꾸하지 않고 그냥 잠이 들었으나 부인은 백작약 뿌리의 효능을 시험해볼 묘안을 생각해냈다. 이튿날 아침 부인은 자신의 허벅지에 심한 상처를 내었고 그 허벅지에서 나온 피가 바닥에 낭자했다. 놀란 화타가 각종 약초를 가져다 상처에 붙였지만 피는 멈출 줄을 몰랐다. 그때 부인 왈 “백작약의 뿌리를 캐서 한번 시험하여 봅시다.” 위급한 상황이라 화타가 부인의 말대로 백작약의 뿌리를 상처에 붙이자마자 즉시 피가 멎고 통증도 가셨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상처가 아물었다. 화타는 여태껏 이렇게 효과 있는 약초를 보지 못했다. 하마터면 명의인 화타도 백작약의 숨은 가치를 놓칠 뻔했다. 지혜로운 부인 덕에 귀중한 약재로 쓰이게 되었으니 천만다행이다!


백작약, 신맛으로 비脾 보호


화타의 일화, 설사하는 개 이야기에서 살펴보았듯 백작약은 지혈, 지사 및 통증 완화작용 등을 한다. 도대체 백작약은 어떤 약성을 가지고 있기에 개삼이 되고, 줄줄 흐르던 피를 금방 멎게 하며 통증도 가라 앉혔을까? 개의 설사를 멎게 했으니 사람에게도 비슷하게 작용하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동의보감』에선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성질은 평하면서 약간 차고, 맛은 쓰면서 시고, 독이 조금 있다. 피가 막혀서 저리는 것을 없애주고 혈맥을 잘 통하게 하며, 속을 완화시키고 나쁜 피를 흩어주며, 옹종(癰腫)을 삭게 하고, 복통을 멎게 하며, 어혈을 삭게 하고, 고름을 없어지게 한다.


─『동의보감』, 법인문화사,「탕액편」1971p


실제로 백작약차를 끓여 음미해보면 처음에는 약간 달고 신맛이 느껴지다가 나중엔 쓴맛이 남는다. 이와 같은 백작약의 차고 신 성질에 의해 저리는 것과 복통 등 여러 증상이 치료된다는 말이다. 보혈약인 사물탕에 들어가는 약재(숙지황, 당귀, 천궁, 백작약)는 모두 간경에 들어간다. 간은 만들어진 혈을 저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백작약은 비경(脾經)에도 들어간다. 그렇다면 백작약이 간과 비경에 작용하는 원리를 생각해보자.


신맛(酸味)은 오미(五味)중 木에 해당하고, 木에 해당 장기는 간(肝)이다. 그런데 신맛이 몸 안에서는 발산하는 木이 아니라 수렴을 하는 金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백작약의 신맛이 金으로 작용하여 간의 힘을 조절해준다(金극木). 다시 말해 간에 열이 치성하면 남는 화(火)인 상화(相火)가 망동하여 진음을 졸이고 혈이 뜨거워져 어혈이 생기거나 혈맥이 막히게 된다. 그 결과 몸의 통증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金극木을 하는 신맛과 백작약의 찬 성질이 함께 작용하여 뜬 간열을 식혀주면 이것을(어혈이나 혈맥이 막히는 것) 막아주게 된다.


동시에 金극木을 당한 간(肝)이 토기(土氣)인 脾를 과다하게 극하지 못하게 함으로써(木극土) 비위를 보하는 역할도 한다. 즉 간기를 극함으로써 비위를 보한다 할 수 있다. 비위의 기능이 좋아지면 음식의 정미로운 물질을 받아들여 혈액을 잘 통솔(조절, 제어)하게 되고 血은 氣와 같이 운행되므로 혈맥이 잘 통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비위가 튼튼해야 먹은 음식을 잘 소화, 흡수시켜 기운이 펄펄 나게 되는데, 백작약이 바로 그 역할을 해준다는 말이다. 비위 기능이 강화되어 보혈 및 화혈(和血)작용이 잘 되면, 간혈(肝血)이 부족하여 어지럽고 귀에서 소리가 나며 손톱과 발톱의 색이 퇴색되는 등의 증상도 치료된다.


이제까지 백작약이 우리 몸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펴보았다. 처음의 질문과 연결해 생각해보면, 백작약이 화타의 부인이나 설사하는 개를 치료할 수 있었던 것은 백작약의 강한 수렴작용에 의해서 그 증상이 멎게 되고, 비위기능의 활성화로 혈맥이 잘 통함으로써 해당부위의 통증도 사라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설사와 복통에 백작약을 쓸 때는 반드시 술에 담갔다가 볶아서 써야한다. 복통에는 배를 따뜻하게 해야 하고 설사로 인해 허(虛)한 사람에게는 백작약의 차가운 성질을 제거한 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 백출을 같이 쓰면 비(脾)를 보하고, 인삼. 백출과 같이 쓰면 기를 보하는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


 
혈병 통증은 백작약이 잘 다스려

여성들의 신체는 달(月)과 같다. 달은 한 달에 한 번 찼다 기운다, 여성들의 체내의 氣와 血도 매달 한 번씩 찼다 이지러진다. 기는 양(陽)이고 혈은 음(陰)이다. 그래서 여성들의 기혈은 신체의 음양의 변화에 따라 찼다 기울었다 한다. 그런데 마음이 상하는 일이 있다든가 억울한 심정이 생길 경우 여성들의 기혈이 문란해져 음양의 평형이 실조된다. 그 결과 기체(氣滯 : 기가 정체되어 막힌 증상)가 형성되거나 어혈(瘀血)이 발생한다. 몸에 기체나 어혈이 생기면 통증으로 나타난다. 예컨대 유방통이나 심한 복통 같은 것 말이다. 그리고 월경주기가 불규칙하거나 월경 때 핏덩어리가 쏟아지고 심한 통증으로 진통제를 복용하는 등 월경으로 인한 통증을 여자들 대부분은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월경 때 핏덩어리가 보이는 것은 기가 뭉친 때문이고, 월경 전의 통증은 기가 막혀서이며 월경 후의 통증은 기가 허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러한 모든 증상에 대한 기본처방이 사물탕이다. 여자에게 최고의 혈병 치료약이기 때문이다. 간경으로 들어가는 백작약은 통증을 다스리는 데 효과가 뛰어나다.



간은 근(근육, 힘줄, 인대 등)을 주관한다. 그리고 근은 간혈이 충분히 저장되었을 때 수축, 이완을 자유롭게 한다. 즉 장혈이 잘 되면 근육에 기혈 공급이 원활해져 근력도 좋아지고 기운도 생기게 된다는 말이다. 반대로 간에 혈이 부족하면 근의 수축, 이완이 제대로 되지 않아 수족이 떨리거나 땅기게 된다. 근육이 땅기면 통증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백작약은 새로 만들어진 피를 잘 수렴하고 脾를 보해서 간혈을 자양해준다.  따라서 간기불화(肝氣不和)로 인한 흉복통이나 월경통으로 수족이 땅기고 아픈 증상을 멎게 한다. 또한 작약감초탕은 백작약과 감초를 배합하여 복통이나 사지가 땅기면서 아픈 증상을 다스리고, 작약황금탕은 황금과 배합하여 이질복통의 증상을 다스린다.


정리하면, 백작약은 수렴작용이 뛰어나고 비위를 보해서 혈맥을 잘 통하게 하는 약초다. 뭐니 뭐니 해도 ‘밥이 보약’이라는데, 음식을 먹고 소화를 시키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과도한 경쟁 사회에서의 스트레스로 현대인들은 비위기능이 약화되고 간에 혈이 자양되지 못함으로써 근육도 뻐근하고 늘 피곤에 시달리게 된다. 각자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백작약에 감초나 백출을 넣어 끓인 차를 즐겨보는 것도 비위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안순희(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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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깜장토끼 2013.05.23 18:59 답글 | 수정/삭제 | ADDR

    ^^ 안순희 쌤 글 잘 읽었습니다~
    백작약이 간과 비위에 좋군요!!
    화타 부인에 에피소드로 백작약에 인상을
    확실히 받아갖고 가요~

    • 북드라망 2013.05.23 19:25 신고 수정/삭제

      맞아요! 중요한 건 역시 뭐니뭐니해도 밥심(!)이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비위에 좋은 백작약은 참으로 훌륭한 약재!
      화타가 유명한 건 알았지만, 부인 역시 훈늉하셨네요. 호호호호~

  • 오미 2014.03.18 16:46 답글 | 수정/삭제 | ADDR

    비위를 도와주는맛이
    직접적인 토의 단맛 + 금의 매운맛(목극토 하는 목의기운을 극해주는)
    이렇게 알고있었는데 신맛또한 비위를 도와주는 맛이었나요?
    아니면 이 백작약의 신맛만 해당하는것인가요?

    신맛은 비위와 간장의 기능을 튼튼하게 해주고
    vs
    기를수렴하는 신맛이 지나치면 비위를 상하게 한다

    찾아보니 이렇게 두가지 의견으로 갈리는데 갈팡질팡하네요.

  • 오미 2014.03.18 16:47 답글 | 수정/삭제 | ADDR

    보다보니 헷갈리는게 자꾸많아지네요 ;ㅎ
    간실 = 간기가 지나친것 , 간허 = 간혈이 부족한것 - 맞나요?
    이럴때 신맛은 간을 보하는것인데 간기,간혈에 각각 어떤작용을 하는지 갈피가 안잡히네요.

  • 오미 2014.03.18 17:35 답글 | 수정/삭제 | ADDR

    '신맛이 몸 안에서는 발산하는 木이 아니라 수렴을 하는 金으로 작용한다.'

    위의 글귀도 좀 헷갈리는데 부탁드리겠습니다.
    산수신산 酸收辛散
    신맛=목의기운=기를 수렴 / 매운맛 = 금의기운 = 뭉친 기를 발산,사기를 몰아냄
    이제껏 이렇게 알고있었거든요^^;

    • 북드라망 2014.03.19 09:55 신고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오행의 상생상극과 체용관계에 대해 알면, 맛과 오장의 관계에 대해서 좀더 이해하기 쉽습니다.
      오행의 상생상극이라 하면, 목생화, 목극토… 등을 떠올리시면 되는데요,
      비가 허하면, 비를 보해주는 감미가
      비가 실하면 뭉친 사기를 흩어주는 산미가 작용하는게 좋겠죠?

      또, 체용관계에서는 본질은 목기운인데 작용은 금기운(금극목)인 관계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산미가 목기에 배속되었지만 수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신맛이 몸 안에서는 발산하는 木이 아니라 수렴을 하는 金으로 작용한다."라고 표현한 것이지요.

      궁금증이 해소되셨으면 좋겠네요. ^^
      맛의 체용관계는 사실 공식처럼 딱딱 들어맞는 것이 아니라 어렵다고 합니다.
      이 점을 감안하면서~ 차근차근 공부해 나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