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小雪), 첫눈이 내리는 날
24절기 중 20번째 절기인 소설. 중국 명나라 때 왕상진이 편찬한 본초학 서적인 『이여정군방보』(二如亭群芳譜)에는 “천기(天氣)가 차가워져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데, 추위가 심하지 않기 때문에 눈도 많이 내리지 않기 때문에 그런 연유로 소설(小雪)이라고 한다”고 적혀 있다. 첫눈은 쌓이도록 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첫눈이 내리는 때를 소설이라고 이름붙였다는 것이다. 또 음력으로 10월에 맞는 소설에는 나뭇잎이 거의 떨어지고, 농가에서는 월동준비를 시작하였다. 그래서 정약용의 둘째 아들인 정학유가 19세기 중반 지은 것으로 알려진 「농가월령가」의 「10월령」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농사일은 끝났지만 겨울나기를 생각해서 남은 집안일들, 그러니까 겨울철 먹거리 준비나 땔감이나 난방 준비 등을 하자는 이야기이다. 지금은 김장을 다들 조금씩 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김장이 정말 큰 행사였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두 모여 돌아가면서 한집씩 김장을 마쳐서 거의 열흘 동안은 각 집의 김치를 두루 맛보게 되곤 했다. 100포기씩 담는 집이 많았어서 고작 10~20포기 하는 우리집은 왠지 초라하게까지 느껴지곤 했다. 두 동짜리 연립 중간에 있는 작은 마당(?)에서 배추들을 씻고 소금에 절이고 하던 광경이 눈에 선하다. 요즘은 김치 외에도 겨울철이라고 해서 못 먹을 음식이 없고 게다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많아져 옛날처럼 대량(?) 김장을 할 필요도 엄두도 못 내는 것 같다. 마켓에서 살 수 있는 음식이 늘어날수록 우리 손으로 해먹는 일도, 명목 없이도 모여서 흥이 나곤 하던 잔치 분위기도 없어진 게 아쉬운 건, 나이를 먹었기 때문인 걸까?
또 하나, ‘소설’ 때 첫눈이 내린다는 건 앞에서도 나왔지만 점점 기온이 내려가서 추위가 심해진다는 얘기다. 따라서 몸이 원래 차가운 사람은 물론이고 몸안의 찬 기운으로 인한 냉증에 걸리지 않도록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음식들을 먹으며 몸도 마음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늦가을, 초겨울 무렵에 우울증이 심해진다고 하는데, 단지 낙엽지는 가을이어서가 아니라 천지의 기운이 차가워지면서 몸도 서서히 차지기 때문에 마음도 역시 그렇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대표적인 차는 생강차이며, 음식으로는 파, 호박, 부추 등이 있다.
편집인
절기상 소설(小雪)은 양력으로 11월 22일 또는 23일 무렵이다. 이날에 소설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이즈음에 대개 첫눈이 오기 때문이다. 사람이 체감하기에는 아직 따스한 햇살이 남아 있는 듯하지만, 순음(純陰)의 달이라는 해월(亥月) 중에서도 중반이니, 그 중 음기가 강한 날이라 할 수 있겠다. 소설 즈음에 첫눈이 오고부터는 날씨가 급격히 추워진다. 그래서 속담에 “소설에 홑바지가 겹바지로 바뀐다”는 말이 전하는 것이다.─류시성·손영달,『사주명리 한자교실 갑자서당』, 264쪽
우리는 절기를 의식하지 않고 지내지만, 기억해보면 대체로 어머니들께서는 소설(小雪)을 전후하여 김장을 준비했다.
24절기 중 20번째 절기인 소설. 중국 명나라 때 왕상진이 편찬한 본초학 서적인 『이여정군방보』(二如亭群芳譜)에는 “천기(天氣)가 차가워져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데, 추위가 심하지 않기 때문에 눈도 많이 내리지 않기 때문에 그런 연유로 소설(小雪)이라고 한다”고 적혀 있다. 첫눈은 쌓이도록 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첫눈이 내리는 때를 소설이라고 이름붙였다는 것이다. 또 음력으로 10월에 맞는 소설에는 나뭇잎이 거의 떨어지고, 농가에서는 월동준비를 시작하였다. 그래서 정약용의 둘째 아들인 정학유가 19세기 중반 지은 것으로 알려진 「농가월령가」의 「10월령」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시월은 맹동(孟冬: 음력 10월을 이르는 다른 말)이라 입동 소설 절기로다
나뭇잎 떨어지고 고니 소리 높이 난다
듣거라 아이들아 농공을 필하여도
남은 일 생각하여 집안일 마저 하세
무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앞냇물에 정히 씻어 염담을 맞게 하소
고추 마늘 생강 파에 젓국지 장아찌라
독 곁에 작은 독이요, 그 옆에 항아리라
양지에 헛간 짓고 짚에 싸 깊이 묻고
장다리무(씨를 받기 위해 키운 무) 아람 한 말도 얼지 않게 간수하소
방고래 구들질과 바람벽 흙 바르기
창호도 발라 놓고 쥐구멍도 막으리라
수숫대로 울타리 덧치고 외양간도 떼적 치고
깍짓동 묶어 세워 과동시(겨울 땔감으로 마련해 둔 나무) 쌓아 두소
우리집 부녀들아 겨울 옷 지었느냐
술 빚고 떡 하여라 강신날 가까웠다
꿀 발라 떡을 하고 메밀 빻아 국수 하소
소 잡고 돼지 잡으니 음식이 푸짐하다
나뭇잎 떨어지고 고니 소리 높이 난다
듣거라 아이들아 농공을 필하여도
남은 일 생각하여 집안일 마저 하세
무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앞냇물에 정히 씻어 염담을 맞게 하소
고추 마늘 생강 파에 젓국지 장아찌라
독 곁에 작은 독이요, 그 옆에 항아리라
양지에 헛간 짓고 짚에 싸 깊이 묻고
장다리무(씨를 받기 위해 키운 무) 아람 한 말도 얼지 않게 간수하소
방고래 구들질과 바람벽 흙 바르기
창호도 발라 놓고 쥐구멍도 막으리라
수숫대로 울타리 덧치고 외양간도 떼적 치고
깍짓동 묶어 세워 과동시(겨울 땔감으로 마련해 둔 나무) 쌓아 두소
우리집 부녀들아 겨울 옷 지었느냐
술 빚고 떡 하여라 강신날 가까웠다
꿀 발라 떡을 하고 메밀 빻아 국수 하소
소 잡고 돼지 잡으니 음식이 푸짐하다
농사일은 끝났지만 겨울나기를 생각해서 남은 집안일들, 그러니까 겨울철 먹거리 준비나 땔감이나 난방 준비 등을 하자는 이야기이다. 지금은 김장을 다들 조금씩 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김장이 정말 큰 행사였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두 모여 돌아가면서 한집씩 김장을 마쳐서 거의 열흘 동안은 각 집의 김치를 두루 맛보게 되곤 했다. 100포기씩 담는 집이 많았어서 고작 10~20포기 하는 우리집은 왠지 초라하게까지 느껴지곤 했다. 두 동짜리 연립 중간에 있는 작은 마당(?)에서 배추들을 씻고 소금에 절이고 하던 광경이 눈에 선하다. 요즘은 김치 외에도 겨울철이라고 해서 못 먹을 음식이 없고 게다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많아져 옛날처럼 대량(?) 김장을 할 필요도 엄두도 못 내는 것 같다. 마켓에서 살 수 있는 음식이 늘어날수록 우리 손으로 해먹는 일도, 명목 없이도 모여서 흥이 나곤 하던 잔치 분위기도 없어진 게 아쉬운 건, 나이를 먹었기 때문인 걸까?
또 하나, ‘소설’ 때 첫눈이 내린다는 건 앞에서도 나왔지만 점점 기온이 내려가서 추위가 심해진다는 얘기다. 따라서 몸이 원래 차가운 사람은 물론이고 몸안의 찬 기운으로 인한 냉증에 걸리지 않도록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음식들을 먹으며 몸도 마음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늦가을, 초겨울 무렵에 우울증이 심해진다고 하는데, 단지 낙엽지는 가을이어서가 아니라 천지의 기운이 차가워지면서 몸도 서서히 차지기 때문에 마음도 역시 그렇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대표적인 차는 생강차이며, 음식으로는 파, 호박, 부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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