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에 맞추느냐, 직업에 맞추느냐
질문자: 직업을 고를 때 나를 그 일에 맞춰야하는지 아니면 내 성향의 일을 찾아서 해야 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듯이 성정, 타고난 성향이 다르잖아요? 그래서 직업을 선택할 때에 자신의 성향으로 직업을 고르는 기준을 삼아야 하는지, 아니면 직업에 맞게 내 자신을 개선해 나가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회에 맞추고, 적극적이면 대인관계도 좋고, 이런 성향이 있는 사람들이 일하기도 좋고 편하고 잘 할 수 있잖아요.
정화스님: 내가 어떻게 할 것인가 선택하기 전에 무얼 선택할 것인가를 살피고 있군요. 내 성향에 잘 맞는 것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내 성격과는 잘 안 맞지만 다른 것을 선택할 것인지. 자, 내 성격하고 맞는 것은 찾기 어렵기도 하겠지만 찾았다 할지라도 월급이 적다든가 뭔가 있다든가 해요. 그러면 여기서는 내가 내 성격에 맞는 것을 선택하는 순간 그 밖에 다른 것을 포기하는 마음을 빨리 가져야 합니다. 안 가지고 이걸 선택하면 불교에서는 이걸 무지라고 해요. 내 마음에 맞는 것만 하고 있으면 돈은 많이 못 법니다. 근데 내 마음에 들면서 돈도 많이 벌기를 바라면 이루어 질 수 없는 것을 설정해 놓고 스스로 괴로워하도록 준비하는 것 이예요. 두 번째는 돈도 많이 주고 하는데 내 성격에 안 맞아요. 성격에 맞기를 바라면 또 괴롭게 되는 거예요. 저는 예전에 회사는 직원이 1배나 1.5배나 2배정도 벌어주면 월급을 주는지 알았어요. 근데 평균 8배나 10배의 일을 해야 자기 월급을 받는다는 거예요. 회사는 나를 빡세게 돌리려고 나를 선택한 거예요. 그런데, 월급을 많이 받으면서 빡세지 않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사장님 아들 밖에 없어요. 그래서 일단 선택이에요. 선택한 이후로는 앞서 말한 대로 이쪽에서 바라는 것을 선택한 순간 성격을 고려하면 안 돼. 성격을 고려하면 괴로움만 커져. 이쪽 성격을 선택하는 순간 돈 많이 벌기를 원하면 안 돼. 그러면 괴로움만 생겨. 선택을 하는 순간, 그 하나는 선택하고 하나는 빨리 포기하는 거야. 그러니까 이 일에 대해서 내가 원하는 것이 적을수록 자기인생을 잘사는 것, 원하는 것이 적을수록.
근래에 어떤 분이 결혼을 하겠다고 하면서 질문을 하셨는데, 요즘 결혼을 하려면 참 용기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친정집하고 시댁하고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물어보는 거예요. 그래서 복잡하게 친정집이든 시댁이든지 앞으로 잘 할 생각은 일체 하지마라고 했어. 너희 둘이만 잘 살면 된다고 했어. 둘이 잘 살기도 힘들어요. 그 다음에 마침 자기 친오빠랑 같이 왔는데, 오빠는 한 일주일 전에 여자하고 헤어졌다고 하더라고요. 몇 개월 살았는지 모르지만, 앞으로 어떤 여성을, 여자를 만나야 되느냐고 물어보더라고. 네가 그 여자한테 원하는 것이 열 개면, 번뇌가 열 개 생기고, 네가 원하는 것이 두 개면, 번뇌가 두 개밖에 안 생겨. 선택은 어떤 여자가 아니고, 내가 그 여자한테, 여자도 남자한테 원하고 집착하는 게 똑같다는 거예요.
원하는 개수를 적게 가진 사람만이 번뇌 없는 사귐이나 결혼을 할 수 있고, 원하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안 이루어지는 것이 많아요. 아무것도 안 이루어져요. 그래서 괴로운 인생이 되는 거죠. 그래서 수련할 때 원을 많이 원할 수 있잖아요. 그런 원을 많이 원하면서 괴롭지 않는 사귐이 있기를 바라는 것을 불교에서는 무지라고 해요. 무지(無知), 무명(無明). 일어나지도 않은 또는 아예 할 수 없는 사건인데 일어난 거예요. 왜입니까? 생물학에서 후손들에게 부모가 이렇게 막 명령했어요. “너는 절대 나처럼 살지 마라.” 유전자 자체가 그렇게 돼 있어요. 부모가 자식더러 “야, 야, 네 세상 네 대로 살아.” 이랬어요. 부모와 자식이 안 맞아.
두 번째는 관점의 지도, 세상을 보는 눈을 만드는 지도가 우리 머릿속에는 다 하나씩 들어있어요. 이 내용의 삼분의 일은 학습이 정해요. 이쪽 가문의 학습, 이쪽 집안의 학습, 이쪽 학교의 학습하고 저쪽 가문의 학습, 저쪽 학교의 학습, 저쪽 집안의 학습은 다를 거 아니에요. 유전자도 매일 유전자 정보는 똑같은데 이것을 어떤 식으로 배열해 놓느냐에 따라 차이가 생기는 거예요. 학습도 달라지지요. 이렇게 차이가 생기니 세상에서 그 누구도 나의 원대로 살아줄 사람은 없어요. 그럼 어떻게 살아야 되느냐. 마치 내가 원하지 않는데 그것이 내 원인 것처럼 보는 눈을 만들어 내는 사람만 잘살아. 바꿔 말하면, 그냥 좋아하는 것 이외에는 잘 살 수 있는 방법이 아무것도 없어요.
내가 무엇을 선택하는가는 아까 말 한 대로 선택에서 오는 이득과 손해가 있어요. 이 손해라는 관점을 안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만 잘 사는 것이다. 뭘 선택할까가 문제가 아니고 어쨌든 선택은 매 순간 하는 거예요. 선택한 이후로 바람이 적은 인지태도를 갖느냐, 안 갖느냐가 자신의 삶을 괴롭게 살 것인가, 괴롭지 않게 살 것인가를 결정해요. 바꿔 말하면 원함이 없어야 되요. 열심히 하되 원함이 없어야 되요. “내가 열심히 하면 사람들이 알아줄까, 알아주면 좋겠다.” 사장은 네가 열심히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어요. 네가 돈을 10배 벌어줄지, 20배 벌어주느냐가 중심이지. 열심히 했는데 돈을 안 벌어줘. 좋아 보이지 않는 거야. 열심하고 안 하고는 상관없어. 그래서 서로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그 사람한테 내가 귀여움 받으려고 생각하면 괴롭지.
따라서 원하지 않는 의식체계를 만드는 것을 불교에서는 반야라고, 지혜라고 부르고 완벽하게 원함이 없는 사람이 깨달은 사람이다. 반야에 삼종, 특종이 있어요. 지혜, 부처의 지혜 삼종, 특종 중 하나가 무원(無願)삼매라고 무원. 아무것도 원하는 게 없는 거예요. 열심히 재밌게 살아.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거예요. 선택 앞에는 숙고하지, 잘 숙고하다, 선택하고 난 다음에 앞서 말 한 대로 “일을 했으면,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다.”라고 자기가 규정하는데 그렇게 안 일어나는 것이 너무도 많아. 바꿔 말하면 이 규정들을 원하면 이것이 전부인 것이지.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선택 이후에 그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고 하는 관점을 바꾸지 않는 한, 선택 이후로 계속 괴롭지. 음.
질문자 : 사실 돈에 대한 욕심은 좀 없는 편이라서 그런 점에 대해서 고민은 없는데, 제 성향에 맞는 직업은 찾기가 힘들고 반대적으로 엄청 노력을 해야 되는 거예요. 그래서 10년 이후에는 병이 나더라고요. 그러니까 몸이 괜찮은 순간, 잘 지낼 때는 괜찮은데 집에 큰 일이 있거나 심리적으로 굉장히 다운되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몸도 같이 병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게 제가 너무 저를 돌보지 않고 제 성향을 봐주지 않고 내가 너무 노력만 해서 그런 건지. 그래서 다음 직업을 그만 뒀거든요. 다음 직업을 찾을 때는 제 성향에 맞는 쪽으로 해보고는 싶은데, 또 그게 또 과연 맞는지가 고민인거에요.
정화스님: 맞고 안 맞고는 없다니까, 원하는 것이 적은 것일수록 맞아.
질문자: 그런데 요즘 시대는 자기 성향대로 직업 갖기도 힘들어요.
정화스님: 예. 사장님 아들만 할 수 있어요.
질문자: 진짜 힘들어요. 자기 성향대로 직업 찾는 건 힘들어요.
정화스님: 사장님 아들도 사실상 못하더라고요. 어떤 사장님 아드님이 저한테 와서 하는 말씀하시는데.
질문자: 진짜, 요즘 와서 느끼는 건 뭐냐면 정자 좋고 물 좋은 데 살기가 힘들다는 것, 삶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도 정자 좋고 물 좋고 그런 삶이 힘들다는 생각이에요.
정화스님: 맞습니다. 서울에 살면서 미세먼지 여러분 생각하면 안돼요. 사회를 위해서 미세먼지 없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건 좋은데, 미세먼지 때문에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괴로운 거예요. 똑같이 “미세먼지 없앱시다!”하고 운동을 할 수 있어요. 그러나 서울에 안 살면 모를까, 서울에 살면서 공기 걱정을 하면은 걱정만 지고 사는 거지, 걱정만. 방금 그런 거예요. 미세먼지가 없는 게 좋죠. 우리가 원할 수가 있는 것이지. 그러나 현재 상태에서 미세먼지가 없는 것을 바라는 것은 괴로움만 증장돼. 따라서 이것을 괴로움 없이 실행할 수 있는 신체를 만드는 사람을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죠. 아까처럼 그렇게 해서 별로 원하지 않는 것처럼 그냥 살아보세요.
정리_월요대중지성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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