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랑 바르트, 『사랑의 단상』 - 말 속에 내장된…
'말'이 없으면 어디에도 닿을 수 없지만, 또한 역설적으로 '말'로는 어디에도 닿을 수 없다. 모든 것이면서 동시에 아무것도 아닌 것, 언어는 늘 그렇게 양면적이다.
바르트의 말들이 여전히 아름다운 이유는 그의 말들이 언어가 가진 그런 속성을 더도, 덜도 없이 고스란히 드러내는 데 있다. 말하자면, 그의 언어는 (일부러) 오해를 불러 일으키려는 듯 하다. '오해'는 결국 '말' 속에 내장된 폭탄과 같은 것인데, 그게 터질 때 비로소 말은 섬광처럼 진실에 가서 닿는다. 터지지 않는 말, 폭탄이 내장되지 않은 말들은 결국 흩어져 사라질 뿐인 말들이다. 정치인들의 말들처럼.
그러나 애초에 흩어지고 말 운명을 가지고 태어나는 말들이야 말로, 어떤 증거가 아닐까? 인생이 마치 어떤 몰락인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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