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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 - 마음을 움직이는 자 『손자병법』 - 마음을 움직이는 자 영화 《매트릭스》에서 토마스 앤더슨이 빨간 약을 삼키고 난 후, 물컹물컹해진 거울에 이끌려 그것에 손을 댄다. 그러자 거울이 액체로 변해서 그의 팔을 타고 흘러 올라온다. 아마 앤더슨이 보던 것들이 보던 그대로가 아니라는 뜻일 게다. 이내 그 다음 장면에서 앤더슨은 “토끼 구멍”으로 쑥 빠져 들어가는데, 바로 그 순간 앤더슨은 유선형 용기 안에 담겨 있는 자신의 진실과 대면한다. 알몸인 채로 환상에서 깬 것이다. 그는 현실이 우리가 아는 그 현실이 아니고, 컴퓨터가 만들어낸 꿈의 세계라는 ‘진실’을 깨닫는다. 그러나 영화는 묘하다. ‘진실’을 찾았고, 더 이상 새로운 진실을 찾아 나서야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 앤더슨 일행은 끊임없이 다시 매트릭스로 돌아와 싸운다. 이.. 2017. 5. 16.
김훈,『라면을 끓이며』 - 우리 아버지였으면 하는 기분 김훈,『라면을 끓이며』 - 우리 아버지였으면 하는 기분 얼마 전에, 2주쯤 되었나…… , 여하튼 한 달이 조금 되지 않은 때에 『라면을 끓이며』를 읽었다. 지금도 읽고 있다. 좋았다. 뭐라고 해야 할까, 우리 아버지가 써놓은 글을 읽는 기분이었다. '기분'이 그랬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김훈 선생이 우리 아버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48년생이시니 딱 아버지뻘이다. 진짜 우리 아버지는 51년생이셨으니까 고작 세살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살아온 내력은 참으로 다르다. 진짜 우리 아버지는 『라면을 끓이며』를 쓰고 있는 화자가 아니라, 차라리 화자에 의해 대필되고 있는 어느 사람의 모습에 더욱 가깝다. 발바닥에 박힌 굳은 살로 땅을 밟으며 애써 살아가는, 김훈 선생의 표현에 따르자면 땅에 .. 2017. 5. 15.
[정화스님 멘토링] 불안은 병이 아니다 불안은 병이 아니다 1. 불안한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질문 : 저는 기억도 잘 못하면서 해야 할 일을 꼼꼼하게 적어놓지도 않아 실수가 많았습니다. 특히 연구실에서는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니 그런 것들이 더 잘 보였습니다. 그래서 수첩에 적으면서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계속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겁니다. 뭔가를 하고 있으면서도 계속 또 ‘뭔가 놓치고 있는 게 없나’ 이러면서 몸이 경직되고 긴장이 됩니다. 공부를 하기 전보다 훨씬 긴장이 되는 겁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면 “내가 도대체 왜 이럴까” 자책합니다. 스님 : 불안은 마음의 상태가 아닙니다. 그것은 몸의 부조화 상태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하지만 병은 아닙니다. 태어나기를 비위가 약하게 태어난 겁니다. .. 2017. 5. 12.
『논어』라는 텍스트 - 배움에 뜻을 둔 자들의 책④ 『논어』라는 텍스트 - 배움에 뜻을 둔 자들의 책④바로 앞의 글은 여기, 연재글 전체는 여기를 클릭하세요!! 벗(朋), 멂(遠), 즐거움(樂) 有朋自遠方來(유붕자원방래). 不亦樂乎(불역락호). 의 첫 문장 두 번째 구절입니다. 유붕. 벗(朋)이 있어서, 뭐 이 정도의 말입니다. 자원방래. 자(自)자는 ‘-로부터’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자(自)원방이라고 하면 ‘원방, 즉 먼 곳으로부터’라는 뜻이 되겠죠. 자/원방/래. 먼 곳으로부터 오니, 혹은 먼 곳으로부터 오면, 이라는 뜻입니다. 불역락호! 또한 즐겁지(樂) 아니한가! 즐거운 일이다, 라는 뜻이겠죠. 이 두 번째 구절에는 벗과 먼 곳, 그리고 즐거움이 계열화되어 있습니다. 첫째 구절이 학습-때(時)-기쁨인 것과 비교해보면 절묘한 댓구입니다. 유학의 벡.. 2017. 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