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3593

조르조 아감벤, 『왕국과 영광』- 텅 빈 것들의 합창 텅 빈 것들의 합창 - 조르조 아감벤, 『왕국과 영광』 다른 사람들과 사물들을 내 의도대로 움직이는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어쩌면 현대에 와서 골격이 잡힌 경제학, 경영학, 행정학 같은 학문들은 모조리 이 문제에 집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관계들을 효율적으로 파악하고 그 관계들을 의도에 맞게 조정하고 바꾸어 나감으로써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야말로 그 학문들의 핵심적인 목표인 것이다. 경영학이란 회사의 이익에 맞게끔 직원들과 생산요소들을 잘 연결시키고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경제학이 국민소득을 극대화시키도록 경제참여자들로 하여금 소비와 투자와 정부지출을 적정하게 사용하도록 하는 방법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이런 시선으로 사태들을 바라본다는 것은 .. 2017. 4. 25.
루쉰 사진展 - 사진으로 보는 루쉰의 길 루쉰 사진展 기념비가 된 선생님 "루쉰은 사진찍기를 좋아했다. 아니, 정말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수많은 사진을 남긴 것만은 분명하다. ‘사진 1’이 그 스타트다. 변발을 자르기 전의 사진은 없으니까. 이 사진을 찍은 이후 그는 도처에서, 갖가지 포즈로, 다양한 사람들과 사진을 찍었다."- 17~18쪽루쉰, 50세 생일 기념 사진, 1930년. 상하이현 루쉰중학교(옛 베이징여자사범대학) 내 중정에 있는 루쉰 기념상상하이 루쉰 기념공원 "기분이 참 묘했다. 사후에 이렇게 영광을 보는 작가가 또 있을까. 더구나 자신은 결코 선구자가 아니고 단지 “중간물”에 불과하다고 했고, 자신의 작품이 속히 잊혀지기를 열망했는데 말이다. 그래서 참 궁금하다. 중국 인민들은 정말로 루쉰을 사랑하는 걸까. 루쉰이 무엇을.. 2017. 4. 24.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 무라카미 하루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 무라카미 하루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이하 『다자키』)가 국내에 출간된 그 주에 서점에서 책을 구입했고 아마 그날 책을 다 읽었을 거다. 하루키를 읽는 데에는 그다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으니까.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그가 발표한 소설을 전부 읽었다. 최소한 도서관에서 빌려서라도. 그런데 이상하지, 스스로 하루키를 좋아한다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누군가 묻는다면 차라리 논픽션 를 거론할 것 같고. … 그럼 나, 하루키를 왜 읽는 걸까? 학창시절 어느 날 이유도 듣지 못한 채 친구 그룹으로부터 ‘아웃팅’ 당한 주인공 다자키가 삼십대가 된 지금 비로소 그들을 차례로 만나 그때 왜 그랬는.. 2017. 4. 21.
존재의 탈바꿈, 그 가능성에 대하여​ #2 존재의 탈바꿈, 그 가능성에 대하여​- 두 번째 수칙, 벗어나는 자만이 존재를 바꾼다 무-질서한 말하기! 장자가 다스림이라는 제도, 인의라는 규범을 버리는 이유는 자신의 본성을 해치지 않으며, 온전히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서다. 물론 이 문제는 전편을 관통하는 주제지만, 내편을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와 에서는 느닷없이 하나의 세계를 제시함으로써 우리를 흔들고 멈칫하게 하고 멍하게 만든다. 여기서 제시된 하나의 세계와 그 세계 내적 존재는 이 세상과는 사뭇 다르며,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는, 그런 것이다. 그 세계는 유토피아(없는 공간)가 아니라 차라리 헤테로토피아(다른, 이질 공간)라 명명할 만한 세상이다. 우리의 질서를 교란하는 무-질서! 우리에겐 황당한 모습이요, 허튼소리로 느껴지지만, 장자에겐 그.. 2017. 4.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