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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R.R. 마틴, 『샌드킹』 - 지능이 있는 것은 반드시 반격을 한다 조지 R.R. 마틴, 『샌드킹』 - 지능이 있는 것은 반드시 반격을 한다 호러는 참 신기한 장르다. 아무리 비슷한 이야기를 아무리 반복해 접해도 그 매력이 바래는 법이 없다. 마력이라고 해야 할까 요력이라고 해야 할까. 까마득히 어릴 때 이미 중독되어 교과서 밑으로 『오싹오싹 괴담선집』을 몰래 숨겨 읽고 헌책방 서가에서 『어셔 가의 몰락』을 날쌔게 움켜쥐던 그 손으로, 지금도 여전히 ‘괴담’ 게시판을 클릭하고, ‘옥수동 귀신’을 클릭하고, 영화 『그것(it)』의 예고편을 클릭하고 있는 것이다. 30분도 안 걸려 백 퍼센트 후회할 줄 사무치게 잘 알면서도! 인과응보를 확실히 실현시키는 게 호러물의 특징 아니던가. 따라서 내가 치를 후유증은 불 보듯 뻔하다. 침실에서는 불 끄고 누워 이불을 턱밑까지 끌어당기.. 2017. 11. 29.
『삼국사기』가 보여 주는 통치자의 자격 『삼국사기』가 보여 주는 통치자의 자격― 바보야, 문제는 영토 확장이 아니라니까! 고구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왕은… 대개 광개토대왕일 것입니다. 저 광활한 만주 벌판까지 고구려의 국경을 넓혀 ‘광개토’라는 이름값을 제대로 했던 왕이니만큼 그 활약으로 인한 이야기들이 얼마나 다이내믹할까 싶지만…, “『삼국사기』에 기술된 광개토왕의 사적은 예상 외로 초라하다”(길진숙, 『삼국사기, 역사를 배반하는 역사』, 106쪽)고 합니다. “연나라로부터 요동 일대를 지켜 내고, 백제에 맞서 승리했다는 사실을 뼈대만 간추려 앙상하게 기록”했을 뿐, “정복 전쟁의 기사임에도 위대함이나 훌륭함과 같은 어떤 의미망의 외피도 입지 않은 채 그저 담담하고 단순한 문체로”(106쪽)만 쓰여 있다고 하네요. 김부식의 문체가 원.. 2017. 11. 28.
『삼국사기, 역사를 배반하는 역사』 지은이 길진숙 인터뷰 『삼국사기, 역사를 배반하는 역사』 지은이 길진숙 인터뷰 1. 『삼국사기』는 고구려·백제·신라의 역사를 다룬 ‘역사책’입니다. 문학을 전공하신 선생님께서 ‘역사책’인 『삼국사기』에 관심을 갖고, 읽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왜, 『삼국사기』였나요? 『삼국사기』를 읽은 계기는 아주 단순합니다. 천지귀신을 움직인 이야기를 기술한 야사(野史) 『삼국유사』를 읽고 난 뒤, 삼국역사 기술의 라이벌인 정사(正史) 『삼국사기』도 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읽었습니다. 『삼국사기』라는 고전의 가치나 사료적 가치에 크게 의미를 두었다기보다는 우리의 가장 오래된 역사책이고, 『삼국유사』만 읽으면 불교의 역사, 신이한 기적의 역사만 알게 되는 것 같아 또 다른 시선의 역사를 알고 싶었습니다. 뭔가를 의도한 것은 아니고 .. 2017. 11. 27.
아기가 운다, 아기는 운다, 아기는 원래 운다_육아일기 아빠편 아기가 운다, 아기는 운다, 아기는 원래 운다 - 무심한 듯 시크하게 “탕, 탕, 탕” 아빠는 딸에게 막 이유식과 분유를 먹이고 전쟁터가 된 부엌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또 ‘탕, 탕, 탕’, 아빠는 이게 무슨 소린지 안다. 우리 딸이 체중계를 두드리는 소리다. 굉장하다. 누워서 꼼짝도 못하던 그녀가 뒤집더니, 상체를 들더니, 양다리를 허우적거리더니, 긴다. 아빠가 한쪽 손을 잡고서 억지로 박수를 쳐주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손을 번쩍 들어서 눈 앞에 있는 모든 물건(아빠 포함)을 두드리려 든다. 이 두 가지, 기는 것과 두드리가 합쳐져 오늘의 저 굉장한 소음을 만들어낸 것이다. 아기는 정말 느릿느릿 빨리도 큰다. 잽싸게 설거지를 마친 아빠는 체중계 두드리기에 열중하는 딸을 들어 옮긴다. 체중계를 .. 2017. 1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