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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아담의 저항 21세기 아담의 저항 권위를 혐오하면서 승인하는 나 나는 권위에 저항한다! 고 생각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내 머릿속에서 나는 권위에 복종하지 않는 삐딱한 아웃사이더다. 이러한 자기규정을 토대로, 나는 거기에 부합하는 나 자신의 면모들만을 본다. 10대 시절 ‘진보 꼰대’ 선생들과 마찰했던 나, 학교에서도 군대에서도 ‘윗사람’들과 담을 쌓고 살았던 나, 알바를 하면 늘 사장이나 점장에게 막대하기 힘든 불편한 존재가 되었던 나, 지시와 명령에 무의식적 차원의 거부감을 느끼는 나, 타인에게 함부로 힘을 행사하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나. 나는 이런 조각들을 그러모아 ‘수직적 위계질서에 저항하고 자율과 수평적 관계를 선호하는 나’라는 이미지를 조립했다. 그런데 이 그림에 들어맞지 않는 조각들이 더러 보인다. .. 2018. 4. 10.
'삶의 제작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삶의 제작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이반 일리치의 책, 『누가 나를 쓸모없게 하는가』를 읽다가, 위에 옮겨 놓은 문장을 보고서, 베르그손이 '삶의 제작자들'에 관하여 써놓은 문장과, 며칠 전에 겪었던 일이 함께 떠올랐다. 20년이 넘은 우리집은 어딘가가 툭하면 고장이 난다. 한동안 베란다 천장에 물이 새가지고, 업체 사람을 불러 고쳐놓았다. 그러더니 얼마 후에는 화장실 벽 한쪽으로 또 물이 새는 것이 아닌가. 베란다 문제를 해결해 주었던 곳에 전화를 했더니, 금방 기술자가 와서 진단을 내려주었다. 옥상 환기구를 통해서 빗물이 들어와 화장실로 흘러온 것이니 관리사무소에 이야기하면 된다고 하였다. 다시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하여 문제를 이야기했더니, 알아서 하겠다고 한다. 그러더니 그 다음부터는 물이 새지 않.. 2018. 4. 9.
부모가 아기의 위험을 모조리 없앨 수는 없다_아빠 부모가 아기의 위험을 모조리 없앨 수는 없다 아아아...요즘 우리 딸은 부쩍 책 먹기를 즐긴다. 다시 말하지만, ‘읽기’가 아니라 ‘먹기’다. 특히 즐겨 먹는 건 『괜찮아』(최숙희, 웅진주니어)다. 특히 마지막 장의 활짝 웃는 장면은 별미인지, 그냥 두면 앉은 자리에서 다 뜯어먹을 기세다. 가장 좋아하는 책 중에 하나인데 이 시절엔 좋아하면 먹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난 주 무슨 요일이었더라... 여하간 지난주 어느 날 오전엔가 도저히 쏟아지는 졸음을 참지 못한 아빠가 아기 매트에 누워서 최대한 아기를 가까이 두고 누웠더랬다. 살짝 잠이 드는 건 예정된 수순. 그렇게 잠이 들고 말았는데, 꿈결 어디선가 ‘촵, 촵, 촵’ 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게 아닌가. 아빠는 ‘아기가 무언가 먹나보다’하고 있는데,.. 2018. 4. 6.
만국의 공무원들이여, 초원으로! 만국의 공무원들이여, 초원으로! ‘원래’라는 신 카프카는 세계를 어떻게 보고 있었을까요? 한 인간에게 주어진 하나의 세계, 그 세계가 돌아가는 원리가 집중적으로 분석된 작품은 『성』입니다. 이 소설을 딱 한 문장으로 요약해볼까요? 두둥! ‘주인공 K, 백작님의 마을을 돌아다니다!’ ‘미완’이라는 형식이야말로 필요했다는 듯, 카프카는 길고 긴 이 작품 안을 끝없이 걷는 K를 창조했지요. 과연 K는 골목길 미로 안에서 어떤 사건을 겪는 걸까요? 그가 마주했던 질서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으며, 그는 왜 골목길을 돌아다니는 방식으로서만 제도 안에서 살아갈 수 있었던 걸까요? 마을은 이렇게 움직입니다. 첫째, 통치자(백작)의 진두지휘를 받는다. 어떤 사건이든 일단 백작님의 결정이 떨어져야 진행이 되지요. 그런데.. 2018.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