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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르기까지, 수만 번 불렀을 '엄마', '아빠' 수만 번 불렀을 엄마 아빠 이제 생후 15개월에 접어든 딸은 하루가 다르게 자기 주장이 강해져 간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애교와 귀여움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엄마 아빠를 완전히 지치게 몰아붙이다가도 갑자기 쏘아주는 애교 한번으로 다시 힘을 내게 하고, 뭐가 마음에 안 들면 뒤로 누워 소리지르며 울다가도 평소 좋아하는 장난을 치면 금방 일어나 까르르 넘어가게 웃고 그러면 또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 엄마 아빠도 소리 내 웃게 된다. ‘밀당’의 장인이 있다면 아기가 아닐까. 주말에는 엄마가 눈앞에서 잠시라도 사라지면 “엄마 엄마”를 숨넘어가게 부르며 찾아대는 딸 덕분에 뭘 제대로 하지도 못한 채 피로함에 푹 절어 있다가, 문득 이 아기가 어떻게 “엄마”라는 말은 이렇게 또렷이 할 수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 2018. 7. 20.
관찰이 아니라, 삶을! 관찰이 아니라, 삶을! 최후의 예술을 꿈꾸며 카프카는 자신의 삶을 ‘탄생을 앞둔 긴 망설임’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긴 망설임의 ‘끝’을 무엇이라고 보았을까요? 카프카의 건강은 1920년 무렵부터 점차로 나빠졌습니다. 그는 1924년 6월, 3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게 되는데요, 마지막에는 후두에까지 번진 결핵 때문에 마시지도 말하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육신의 고통도 그의 글쓰기를 막을 수 없었어요. 사실, 카프카는 언제나 그랬습니다. 좋은 음식과 충분한 휴식보다는 불면의 밤이야말로 그의 양생법! 밤을 낮 삼아, 글쓰기의 고통을 양식 삼아 쓰고 또 썼던 카프카. 펠리체 바우어와의 이별을 결심하고 쓴 편지 한 자락을 보면, 그가 살아가는 이유는 오직 글쓰기.. 2018. 7. 19.
레이먼드 카버, 『대성당』 - 책상 위, 손 닿는 곳에 두고 자주 펼쳐보는 소설 레이먼드 카버, 『대성당』 - 책상 위, 손 닿는 곳에 두고 자주 펼쳐보는 소설 좋은 음반도 그렇고, 좋은 소설도 그렇고, 흠…… 좋은 그림도 그렇고, 어쨌든 좋은 작품들이 가진 공통점이 있다. 음식으로 치자면, '깊은 맛'하고 비슷한 것이다. 들을 때마다, 읽을 때마다, 볼 때마다 다른 맛이 난다. 이 '깊이'라는 것이 엄청나서 어떤 것은 결코 바닥을 보여주지 않는다. 매번 다른 길을 걷도록 만든다. 어쩌면 그게 '인생'의 진실일지도 모른다. 어느 길로 가더라도 정해진 목적지가 없다. 매번 다른 풍경이 펼쳐지겠지. 다른 길로 가보질 않아서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좋은 작품'은 그런 식으로 300쪽 남짓한 단편집, 60분이 될까 말까 한 음반 한장, 한 눈에 다 들어오는 화폭 안에 '리얼'한 인.. 2018. 7. 18.
무라카미 하루키, 『언더그라운드』-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간 무라카미 하루키, 『언더그라운드』 -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간 '인간은 사회적 관계의 총체다', 이 말에 너무 크게 감동하여서, 며칠 동안, 아니 몇주 동안 마음 속으로 내내 읊으며 다녔던 적이 있다. 그 말에 비춰 보면, 어떤 사람이 '그 사람'일 수 있는 이유는 그 자신의 태고난, 혹은 고유한 어떤 '본성'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가 맺고 있는 '사회적관계'가 그가 어떤 인간인지를 결정한다. 나는 여전히 이 말을 좋아한다. 내가 본성적으로 주어진 그 어떤 '자유'도 없으며, '당연히' 감당해야 하는 '책무' 같은 것도 없다는 걸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한 것이 없지는 않다. 예전에는 그러한 이유 때문에 보아야 할 것은 어떤 개체가 아니라, 사회라고 생각했었다. 그걸 .. 2018. 7.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