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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읽기] K, 실종을 꿈꾸다 K, 실종을 꿈꾸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카프카 하면 K가 떠오릅니다. 그가 유고로 남긴 미완의 세 장편에 나오는 주인공들 이름에는 모두 K라는 글자가 들어가거든요. ‘카알 로스만’, ‘요제프 K’, 그리고 ‘K’. 카프카는 점차적으로 각 인물의 고유성을 지워나간 것 같습니다. 이 세 명의 나이를 한 번 볼까요. 카알은 열 일곱 살, 요제프 K는 서른 살, 하지만 K의 나이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카알이 십대 청년인 것은 그가 아버지로부터 쫓겨날 수밖에 없는 처지라거나, 나이를 먹으면서 점차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 갈 것이라는 점을 암시해주는 장치가 됩니다. 하지만 요제프 K의 삼십 세는 어떤 상징이 있는지 작품을 통해서는 전혀 알 수 없고, K는 영원히 나이를 먹지 않을 것처럼 무시간적 존재로 활.. 2018. 5. 3.
옥타비아 버틀러, 『킨』 - 우리가 헤엄치는 물 옥타비아 버틀러, 『킨』 - 우리가 헤엄치는 물 한때 수영은 내가 할 수 있다고, 심지어 제법 잘하는 편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운동이었다. 달리기고 배드민턴이고 탁구고 줄넘기고, 젬병이 아닌 운동이 하나도 없었는데, 유독 수영만큼은 괜찮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로서는 굉장히 특이한 일이었다. 어려서부터 겁이 많고 운동신경이 형편없는 아이였다. 스스로의 신체 역량에 대한 믿음은 날 때부터 영점에 수렴했는데, 전생에 느린 발로 어기적대며 뛰다가 소에 받히기라도 했던 모양이다. 심지어, 이런 기억이 남아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걸음마를 하기 전에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던 것이다: 내 무릎만 남과 달라서 앞쪽으로 꺾여버릴지도 모르니, 함부로 걸음을 떼지 말아야지! 부모님 말씀으로도.. 2018. 5. 2.
『삶을 바꾼 만남』 - "저도 공부할 수 있을까요?" 『삶을 바꾼 만남』 - "저도 공부할 수 있을까요?" 스승은 정약용이고, 아이(제자)는 황상이다. 책의 제목 『삶을 바꾼 만남』에 붙은 부제는 '스승 정약용과 제자 황상'인데, 이 책은 정약용이 강진 유배 시절, 그에게 글을 배운 황상의 인연에 대한, 삶을 바꾼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아름다운 책이다. 제목 그대로 '삶을 바꾼 만남'에 관한 이야기다. 제자는 글을 배우러 다니기는 하지만, 언제나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문에 사로잡혀 있다. 둔하고, 앞뒤가 꼭 막혀 있으며, 답답한 성품인 자신이 과연 '공부'하여 이룰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스승은 '배우는 사람'들이 가진 '세 가지' 문제를 이야기 하면서 너(제자)에게는 그것이 없으니 '능히'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정약용이 말한 '세.. 2018. 5. 1.
4월에 눈에 띈 책 4월에 눈에 띈 책들* 표지 이미지를 클릭하면 책 소개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뉴욕과 지성, 김해완, 북드라망 10명의 지성인을 안경으로 활용해 그려본 이야기-공간으로서의 뉴욕! 공동체의 실험적 프로젝트로 갑자기 뉴욕 한복판에 떨어지게 된 청년백수가 뉴욕에서 좌충우돌하며 부딪히고 깨달아간 인간사의 문제들을, 자신의 뉴욕-일상과 지성인의 사유를 넘나들며 하나씩 펼쳐 보이는 독특한 책. 저자는 이런 자신의 이야기 방식을 ‘시간-지도’그리기라고 말한다. 저자가 맨해튼 5번가 명품거리의 쇼윈도에서 느꼈던 초라함은 스콧 피츠제럴드와 연결되고, MTA 지하철에서 격렬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뉴욕의 다문화에 대한 생각은 에드워드 사이드와 연결되었으며, 플랫 아이언 빌딩 앞 작은 공원에서 기이한 행동을 하는 남자와의 마주침.. 2018. 4.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