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1199 [요요와불교산책] 윤회는 있지만 윤회하는 자는 없다 윤회는 있지만 윤회하는 자는 없다 수행승들이여, 이 윤회는 시작을 알 수 없다. 무명에 덮인 뭇삶들은 갈애에 속박되어 유전하고 윤회하므로 그 최초의 시작을 알 수 없다. 『(쌍윳따니까야』 15장 『시작을 알 수 없는 것의 쌍윳따』) 수많은 어머니의 죽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100일이 다 되어 간다. 지금도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이 생생하다. 마치 잠을 자는 것처럼 편안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았을 때 나도 모르게 깊은 안도의 한숨이 흘러 나왔다. 2년이 넘도록 어머니의 심신을 갉아 먹고 있었던 그 모든 고통이 끝난 것에 대한 안도였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동시에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는 울음이 터져 나왔다. 어머니의 야윈 몸을 끌어안고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뺨에 얼굴을 비벼대며 마치 어린아이처럼 목.. 2023. 4. 10. [읽지못한소설읽기] 달에서 무슨 일이 달에서 무슨 일이 앤디 위어, 『아르테미스』, 남명성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2021 영화 을 본 이래로, 앤디 위어는 나에게(다른 여러 사람들에게도) 몹시 중요한 작가가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작가’의 기준은 특별한 것은 아니고, 인터넷 서점의 ‘신간 알리미’가 신청되어 있는지 여부가 기준이다. 이 목록에 들어간 ‘작가’들은 몇 되지 않는다. 나의 경우 이 목록에는 꼭 소설가만 들어가 있다. 왜냐하면, 서점의 분류법을 기준으로 인문, 자연과학, 역사 등은 대체로 일주일에 두서너 번 정도는 꼭 들어가서 신간 또는 신간은 아니지만 미처 체크하지 못한 책들을 ‘장바구니’에 담아두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바구니가 늘 100권 정도의 ‘아직 사지 못한 책들’로 채워져 있곤 한다. 그 중에는 아마 끝까지 사지 않.. 2023. 4. 7. [기린의 걷다보면] 우여곡절 무릎소동 우여곡절 무릎소동 무릎이 부어도 언제부턴가 한약 포장 기계 앞에 쪼그리고 앉아 말끔하게 포장되어 나오는 쌍화탕을 한 팩씩 정렬하는 일을 즐겼다. 푸짐한 뱃살 때문에 쪼그리고 앉는 자세 자체가 불가능했던 시절을 지나, 어쨌든 앉아지는 가능성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뱃살들이 다 사라진 것은 물론 아니고 아주 약간 얇아졌을 뿐이지만. 그런데 언제부턴가 오른쪽 무릎이 좀 더 삐걱댄 달까 했던 것도 같다. 그러다 어느 아침, 샤워를 하다가 왼쪽 무릎과 비교해서 현저히 부어있는 오른쪽 무릎을 발견했다. 당장 검색부터 했다. 무릎에 물이 찼다는 신호란다. 무릎의 염증이라는 진단과 물이 찼다는 표현 차이가 이해가 잘 안 되어 몇 번을 읽었다. 병원을 가야했다. 출근해서 오전 일과를 마무리 짓고 나니 12시쯤 .. 2023. 3. 29. [메디씨나 지중해]새해를 맞이하며 새해를 맞이하며 끝없는 장작패기 누군가 나에게 의학공부가 재미있느냐고 물으면 나는 그렇다고 답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생고생을 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 (무슨 영광을 보려고? 애초에 의사를 꿈꿨던 것도 아닌데.) 게다가 지금 바르셀로나에서 공부하게 되기까지의 과정도 순탄치 못했다. 사 년 전 의학 공부를 막 시작했을 때 사촌동생이 만학도냐고 나를 놀렸다. 온 우주도 내가 만학도가 되기를 바랐던 것인가, ‘글로벌 천재지변’은 내 공부를 몇 년 더 지연시켰고, 덕분에 나는 올해야 병리의 세계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렇지만 요즘, 스페인인들 모두가 성찬을 즐기며 여유를 만끽하는 연말에 수백 쪽의 종이에 묻혀 여전히 ‘의학의 유령’과 씨름하고 있는 요즘, 나는 종종 생각한다. 이게 대체 어떻게 ‘재미’가 될 수 .. 2023. 3. 28. 이전 1 ··· 49 50 51 52 53 54 55 ··· 30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