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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506

가족, “사무쳐서 찢어지고 찢어진 데서 새고야 마는” 가족, “사무쳐서 찢어지고 찢어진 데서 새고야 마는” 빚 준 자와 빚진 자가이생에 전(全)생의 빚이 꺼질 때까지전생의 빛을 걸고 한집에 모여피와 땀과 눈물을밥과 돈과 시간을 같이 쓰면서 서로의 채무자가 되어 어딜 가든 알려야만 하는 사무쳐서 찢어지고찢어진 데서 새고야 마는 한평생을 써내려가는 빚 좋은 살구빛 탕감 서사 _정끝별, 「가족장편선」, 『봄이고 첨이고 덤입니다』, 문학동네, 2019, 57쪽 아이가 생기고 한 가정을 꾸리게 되었지만, 아직 ‘가족’이라고 했을 때 내 머릿속에는 아이-나-애아빠의 구성보다는 나의 부모님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그 다음엔 남동생들(올케들과 조카들이 생기기 전의)이 떠오른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는 부모님이 안 계신 재난상황을 가정하며 동생들을 내가 돌보아야 한다는 이.. 2019. 7. 16.
'시각의 세계', 각자가 보는 것은 같으면서 '다른 세계'이다(2) '시각의 세계', 각자가 보는 것은 같으면서 '다른 세계'이다(2) ‘본다는 것’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을까? 지난 9월의 글에서 ‘시각의 세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다. 우리가 무언가를 보고 인식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꽤나 복잡한 과정임을 살펴보았다. 잠시 요약해보면, 우리 눈이 어떤 사물, 앞에서 예를 든 사과를 본다고 해보자. 사과를 본 순간 그 사물의 상은 눈의 망막에 맺힌다. 망막에 맺힌 사물은 전기신호로 바뀌어 망막에 위치해 있는 시각 신경선을 통과하여 우리 뇌의 뒷부분인 후두엽에 전달된다. 후두엽에 전달된 전기신호는 다시 측두엽과 두정엽으로 전달된다. 측두엽에서는 그 사물이 무엇인지, 그 사물의 형태와 모양은 어떤 것인지를 판단한다. 즉 사과의 모양과 형태를 판단하고 예전 경험했던 사과와.. 2019. 7. 11.
분노로 생각을 다스리다 분노로 생각을 다스리다 한의학을 공부할 때 재미있는 것 중의 하나는 오장육부가 생리적 기능 뿐 아니라 정지(情志)의 기능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간/담은 분노를, 심/소장은 기쁨을, 비/위는 생각을, 폐/대장은 근심을, 신/방광은 두려움을 담당한다. 그래서 어떤 장부의 기운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부족하거나 지나치게 많으면 그 장부가 담장하는 감정도 균형을 잃는다. 가령 간/담의 기운이 부족하면 분노를 하고 힘을 내어 말해야 할 상황인데도 움츠려들게 되고 반대로 간/담의 기운이 지나치면 과도하게 화를 내고 사고도 저지를 수 있다. 반대도 가능하다. 화를 지나치게 내거나 혹은 자주 위축되다 보면 간/담이 상할 수 있다. 이로 볼 때 우리 몸의 상태와 감정, 사유는 별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러한.. 2019. 6. 27.
김애령, 『은유의 도서관』 - 동일한 것도, 다른 것도 아닌 것 김애령, 『은유의 도서관』 - 동일한 것도, 다른 것도 아닌 것 은유'라는 개념은 그 자체로 얼마나 아름다운가. 서로 다른 것들을 다르게 둔 채로 연결짓는 이 행위야 말로 인간적 삶의 풍경을 조금이나마 아름답게 한다. '통합'과 '소통'이 이데올로기로 작동할 때마다 나는 항상 '은유'를 떠올린다. 우리 사회가 '상상력'과 같은 특정한 미적 감각이 결여된 사회라고 할 때, 그것은 무엇보다 이러한 '은유'의 감각이 결여된 채로 있다는 것과 같다. "은유 안에서는 '동일성'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작용한다." 은유의 도서관 - 김애령 지음/그린비 2019. 6.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