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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고전 이야기 ▽

잘 모르겠지만 왠지 끌리는, 노자(老子)의 매력!

by 북드라망 2014. 2. 18.

노자의 매력



지난 주 토요일, 노자를 원문으로 읽는 ‘토요서당’이 시작되었다. 도덕책(윤리책?)과 코에이사에서 나온 삼국지 시리즈(PC 게임^^;)에서 스쳐지나갔던 『노자』를 직접 읽게 될 줄은 몰랐다. 예전에는 한자가 정말 싫었다. 아는 한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천간(天干)과 지지(地支) 22글자도 최근에 외웠으니, 이정도면 한자 문맹이라고 봐도 충분하지 않은가. 이랬던 내가 한자에 관심을 갖게 되고, 심지어 원문으로 읽게 되었다는 점이 정말 놀랍다. (아무래도 전생의 은덕이 좀 있는듯! ㅋㅋ)


노자(老子)는 그 정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실존 인물인지 허구의 인물인지도 논쟁이 많다. 그런데 노자는 현명한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늙은 선생을 의미하는 일반 명사이기도 하다. (이 얘기를 들으니 문득 <스타워즈>의 요다와 <쿵푸팬더>의 마스터 우그웨이가 떠오른다.) 우야튼, 우리에게는 원한다면 직접 노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것 또한 엄청난 행운 아닐까. ^^


게임 속 보물 중에 <노자>와 <장자>가 있었다! 이젠 현실에서 이 보물~ <노자>를 만난다! >_<



노자의 『도덕경』은 해설서가 무척 많다. 그런데 해석이 다 다르다고 한다. 이는 주석의 역사가 길기 때문이기도 하고, 노자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도는 뭐다~"라는 식으로 설명하지 않기 때문에 읽는 사람마다 그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셈이다. 주석가로 유명한 사람이 바로 왕필이다. 왕필은 조조와 동시대 인물로 위나라 출신이기도 하다. 16세에 『도덕경』의 주석을 달고 21세에는 『주역』의 주석을 달았다고 한다. 천재들이 대개 그러하듯 왕필도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하지만 그의 주석은 오랜 시간동안 길라잡이 역할을 해왔다. 우리가 시중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노자 해설본들에 왕필의 숨결이 담겨 있다고 하니, 어떤 의미에서 그는 아직도 살아있는 셈이다.


그러던 1973년, 비단에 쓰여진 『노자』가 발견되었다. (이 발견으로 학계에서 엄청난 파문이 일었다고 한다.) 20년 후인 1993년에는 대나무에 쓰인 죽간본이 또 발견되었다. 새롭게 발견된 이 두 버전이 모두 적용된 것이 바로 우리가 우응순 선생님과 함께 읽을, 진고응 선생님 버전이다. 이전에 나온 『도덕경』과 글자가 다른 부분도 있다고 하니, 이점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노자의 세계 속으로 출발해보자!


『도덕경』이라는 의미는 도(道)와 덕(德)에 관한 이야기라는 뜻이다. 오늘은 책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이야기를 살펴보겠다. 무척 유명하고 자주 인용되는 말이라고 하니 이번 기회에 외워두는 것도 좋겠다. 노자의 이야기를 한번에 이해하기는 쉽지 않으니 항상 가까이 두고, 외우고, 읽는 수밖에! ^^



01.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
無, 名天地之始, 有, 名萬物之母. 故常無, 欲以觀其妙; 常有, 欲以觀其徼.

무 명천지지시 유 명만물지모. 고상무 육이관기묘 상유 육이관기교
此兩者, 同出而異名, 同謂之玄, 玄之又玄, 衆妙之門.

차양자 동출이이명 동위지현 현지우현 중묘지문


(교)를 제외하고는 자주 봤던 글자들이다. 하지만 해석은 잘 안 되는...게 바로 노자의 매력이라고 한다. ^^ 『노자』나 『논어』등에는 개념어들이 다 '도', '인' 처럼 한 글자로 되어 있다. 그리고 이것이 춘추시대 스타일이라는 점~ 여튼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은 "말할 수 있는 도는 도가 아니고 이름 지을 수 있는 이름은 영원한 이름이 아니다"라는 의미이다. 여기서 도는 세 가지의 뜻이 있다. 첫번째는 우주의 본체, 형이상학적 의미의 도이고 두번째는 운동의 규칙, 운동성의 의미이고 세번째는 덕(德)이라는 의미이다. 세번째의 도는 우리 눈앞에, 현실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첫번째와 두번째의 도가 존재론적인 개념이라면 세번째의 도는 윤리적이고 정치적인 개념인 셈이다. 고로 이 문장에서 '도'와 '덕'은 다르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게 '도'라면 그것이 구체적으로 표현된 것을 '덕'으로 보기 때문이다.


공자가 말하는 '도'와는 그 의미가 다르다고 한다. 공자의 '도'는 치국지도(治國之道)와 같은 표현을 떠올리면 되는데, 나라를 다스리는 등 현실적인 층위에서의 개념이고, 공자가 말하는 '덕'은 성인의 개인적인 인격을 의미한다. 글자는 같지만 노자와 공자가 다른 맥락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점~ 느낌적으로도 도가와 유가의 스케일이 좀 다르다는 느낌이 온다. 후후;; 그래서인지 『장자』에서는 공자가 많은 까임(!)을 당한다.


無, 名天地之始는 "무는 천지의 시작을 이름하는 것이다"로 해석할 수 있으며 여기서의 무는 '도'이다. 무는 없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눈으로 볼 수 없지만, 에너지가 가득 차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有, 名萬物之母는 "유는 만물의 어머니이다"라는 뜻이다. 노자에서는 '여성성'이 무척 중요한데, 생성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고로 이 문장을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도의 속성이 무이기도 하고, 유이기도 한 것! 도에는 '있음'도 '없음'도 포함되어 있다.


故常無, 欲以觀其妙는 "그러므로 항상 있는 무로써 천지에 존재하는 도의 오묘함을 보려고 해야한다"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항상'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한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 常有, 欲以觀其徼는 "항상 있는 유로써 천지에 존재하는 도의 끝을 보려고  해야한다"로 해석할 수 있다. 를 통해 (徼)을 봐야 한다는 뜻이다. 즉, 우리가 가진 유로써 세상을 넓게 보라는 의미가 담긴 문장이다.


此兩者, 同出而異名는 "이 두 가지는 같은 데서 나왔지만 이름만 다를 뿐"으로 여기서 두 가지는 무와 유이다. 같은 데란 무엇일까? 도에서 나왔다는 의미이다. 同謂之玄, 玄之又玄, 衆妙之門는 "두 가지를 함께 일컬으면 현"이다. 여기서의 현(玄)은 캄캄하거나 검다는 뜻이 아니라 오묘하다[妙]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그래서 도가(道家)를 현가(玄家)라고 부르기도 한다. 玄之又玄는 "오묘하고도 또 오묘하며"라는 뜻이고 衆妙之門는 "많은 묘한 것들이 나오는 문이다"로 해석하되 여기서의 중묘는 '도'라는 의미이다. 뭔가 설명을 듣는데도 확 잡히지 않는 이 오묘함~ 그래서 한 번만에 읽고 그 의미를 파악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첫번째 편을 읽고 가장 인상에 남은 글자가 바로 현(玄)이다. 그동안은 하늘 천(天), 따지(地), 검을 현(玄), 누를 황(黃)… 『천자문』에 나오는 세 번째 글자로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오묘한 뜻이 있었다니. ^^


심지어 자주 등장하는 글자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꼭 이 의미를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오늘 소개하지는 못했지만 6편에서는 현빈지문(玄牝之門)이라는 표현도 나온다. 여기서의 현빈은 아쉽게도 우리가 아는 김태평씨가 아니다. 하지만 어쩐지 친근하게 느껴지는 건 그의 모습이 연상되기 때문일까? 여하튼 중요한 것은 앞으로 우리는 노자가 말하는 현묘함을 우리 나름대로 부딪치며 만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도덕경』에서 펼쳐질 것인지 기대된다. 다른 건 다 까먹어도 검을 현(玄)을 '까맣다'로 해석하진 말자. '오묘하다'로 해석하기! 그것이 오늘 글에서 꼭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
말할 수 있는 도는 도가 아니고 이름 지을 수 있는 이름은 영원한 이름이 아니다


無, 名天地之始, 有, 名萬物之母. 故常無, 欲以觀其妙; 常有, 欲以觀其徼.

무 명천지지시 유 명만물지모. 고상무 육이관기묘 상유 육이관기교

무는 천지의 시작을 이름하는 것이다 유는 만물의 어머니이다

그러므로 항상 있는 무로써 천지에 존재하는 도의 오묘함을 보려고 해야한다

항상 있는 유로써 천지에 존재하는 도의 끝을 보려고 해야한다


此兩者, 同出而異名, 同謂之玄, 玄之又玄, 衆妙之門.

차양자 동출이이명 동위지현 현지우현 중묘지문

이 두 가지는 같은 데서 나왔지만 이름만 다를 뿐 두 가지를 함께 일컬으면 현이며

오묘하고도 또 오묘하며 많은 묘한 것들이 나오는 문이다.



마케터 M


어쩌면 '현'이 이토록 강렬하게 기억나는 건 현빈의 사진을 넣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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