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3619 [슬기로운복학생활] 마이 "리얼real"트립 마이 "리얼real"트립 모름지기 여행이라는 것은 기껏 휴학씩이나 해서 여행한다는 곳이 겨우 유럽이라고? 학과 공부도 안 맞고, 뭘 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친구 녀석의 결심을 들으니 어이가 없었다. 차라리 돈쓰고 놀러간다고 하면 이해하겠는데, 굳이 없는 돈 모아서 유럽여행을 간다니. 그것도 ‘나 이제 인생에 대해 고민해보려 해’라는 표정으로. 마치 ‘대학생이라면 꼭 해야 할 것들 20가지’ 같은 자기계발서에 나올법한 뻔한 여행을, 대단한 모험 마냥 여기고 있는 모습이 한심스러웠다. 대학 친구들의 프로필 사진을 보다보면 익숙한 배경이 눈에 띈다. 에펠탑 야경, 런던아이, 오사카의 뜀박질 전광판(Glico Man) 등 랜드마크를 배경사진으로 해놓고, 그 아래서 뒤돌아서 브이를 한다거나, 허공을 올려다보.. 2019. 6. 20. 나쓰메 소세키 『갱부』- 세상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어디로 갈까? 『갱부』 밑바닥에서 일어서는 힘세상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어디로 갈까? 삶의 나락으로 떨어지다 단 한 명도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 가서 새로 살고 싶다든지, 이대로는 하루도 버틸 수 없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소세키의 『갱부』에 깊이 매료될 수 있다. 이유가 뭐든 간에 당신은 더 이상 내려갈 바닥이 없다고 절망해본 사람임에 분명하다. 절망의 끝에서 나 몰라라 도망치고 싶을 때 어디로 가야할까? 정면 돌파할 수 없다면 삼십육계 줄행랑도 좋은 계책이라 하지 않던가. 따져보면 마땅히 갈 곳이 없다. 가정주부가 ‘살림을 탕탕 뽀사 뿌리고’ 가출한들 겨우 찜질방에 가서 하룻밤을 보내고 되돌아오듯 말이다. 대책도 없이 그냥 현실을 도피하고 싶다는 절박감만이 강렬하다. 『갱부』는 이런 심정에 사.. 2019. 6. 19. 아트 슈피겔만, 『쥐』- 1940년, 폴란드 남쪽의 기억 1940년, 폴란드 남쪽의 기억아트 슈피겔만, 『쥐』 1. 계절이 바뀌어 겨울이 되었고 수업도 그 해의 마지막 시즌을 시작하게 되었다. 주제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세상.봄에는 ‘학교’였다. 여름에는 ‘집’이었다. 가을에는 ‘마을’을 하고, 겨울에는 ‘세상’. 처음부터 그렇게 네 가지 주제를 정하고 그 해의 수업을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가장 익숙한 공간, 익숙한 관계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깨어있는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학교’라고 생각했기에 집보다도 학교를 먼저 놓았다. 익숙하다 여길 테지만 실은 턱없이 낯설 ‘집’이 두 번째였다. 늘 거닐면서도 지각 밖에 있을 ‘마을’은 그 다음이었다. ‘세상’은 마지막이었다. 앞의 주제들을 다룰 때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이 시즌을 시작할 때에도 나는 어.. 2019. 6. 18. 『낭송 논어』 디딤돌편 리뷰 - "두 마리 토끼를 쫒다" 『낭송 논어』 디딤돌편 리뷰- "두 마리 토끼를 쫒다" 내가 논어를 접한 것은 2010년초였을 것이다. 문탁네트워크가 문을 연 지 얼마 안 되었을 시기, 처음 열었던 고전강좌가 『논어』였다. 우응순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다. 그 당시에 나는 한자를 조금 읽을 줄 아는 정도였고, 한문으로 된 문장은 한 번도 읽어 볼 엄두를 못 내는 문외한이었다. 딸과 함께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를 읽어 내려가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고 그렇게 나의 고전읽기는 시작됐다. 추운 계절에 열렸던 강의는 논어를 함께 읽는 세미나로 이어졌지만, 나는 그리 오래지 않아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나의 고전 입문기는 끝이 났다. 그로부터 몇 년 뒤 다시 『논어』를 읽는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제 고전을 원문으로 공부한 지.. 2019. 6. 17. 이전 1 ··· 399 400 401 402 403 404 405 ··· 90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