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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796

리처드 매드슨, 『나는 전설이다』 – 좀비들의 도시에서 살아남기 리처드 매드슨, 『나는 전설이다』 – 좀비들의 도시에서 살아남기 환절기마다 경미한 수면장애를 앓는다. 한 철 시행착오 속에 가까스로 안착한 체온과 기온 간 균형이 깨지고 새로운 시행착오의 시간이 돌아오는 것이다. 뜬눈으로 밤을 꼴딱 새우는 지경은 아니기 때문에 ‘경미하다’는 것일 뿐, 그 괴로움이 가벼워서 경미하다는 것이 아니다. 너무 덥거나 너무 춥거나, 살갗이 너무 차가워지거나 진땀이 흐른다. 잠들기가 어렵고, 그나마도 자주 깬다. 잠 드는 데 한 시간씩 걸리는 것보다 자주 깨는 게 더 괴로운데, 매번 깰 때마다 다시, 한 번도 잠든 적 없다는 듯이, 잠들지 못하며 잠을 청하는 시간을 반복해서 겪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세 번,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 매번의 잠 이루기는 지난한 여정이다. .. 2018. 6. 20.
딸아, 아빠는 '응'과 '아니' 사이를 왕복할 생각이 없단다 딸아, 아빠는 '응'과 '아니' 사이를 왕복할 생각이 없단다 (단단히 각오해 둬야 할거야) 우리 딸은 요즘, 하루에 서너번쯤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아으응’ 한다. 그러니까 ‘그거 하기 싫어요’쯤 되는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한다. 처음엔 아빠도 ‘쟤가 왜 저러지’ 했지만, 금방 알아차렸다. 그리고 놀랐다. ‘쟤가 저걸 어디서 배운 거지’ 싶어서다. 엄마도 그렇고, 아빠도 그렇고 ‘싫다’는 의사를 표현할 때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경우가 잘 없다. 우리는 거의 말로만 ‘싫어’, ‘아니야’ 따위의 감정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떻게 배운 걸까? 처음엔 본능일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니었다. 엄마와 아빠가 대화를 하거나 할 때는 말로 아니고, 싫고 하지만, 우리 딸의 비행(非.. 2018. 6. 15.
대청소, 한 계절의 습(習)과 결별하는 과정 대청소, 한 계절의 습(習)과 결별하는 과정 宰予晝寢재여주침 子曰 朽木 不可雕也 糞土之墻 不可牆也 於予與 何誅자왈 후목 불가조야 분토지장 불가오야 어여여 하주 子曰 始吾於人也 聽其言而信其行 今吾於人也 聽其言而觀其行 於予與 改是자왈 시오어인야 청기언이신기행 금오어인야 청기언이관기행 어여여 개시 재여(宰予)가 낮잠을 자자, 공자(孔子)께서 말씀하셨다. “썩은 나무는 조각할 수 없고, 거름흙으로 쌓은 담장은 흙손질 할 수가 없다. 내 재여(宰予)에 대하여 꾸짖어 뭐하겠는가?” 또 말씀하셨다. “내가 처음에는 남에 대하여 그의 말을 듣고 그의 행실을 믿었으나, 이제 나는 남에 대하여 그의 말을 듣고 다시 그의 행실을 살펴보게 되었다. 나는 재여(宰予) 때문에 이 버릇을 고치게 되었노라.” - 〈공야장〉 9장 =.. 2018. 6. 12.
엄마는 (당연하지만) 슈퍼맨이 아니다, 슈퍼우먼도 아니다 엄마는 (당연하지만) 슈퍼맨이 아니다, 슈퍼우먼도 아니다 우리 가족에게 5월은 참으로 ‘파란만장’(波瀾萬丈)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 달이었다. 딸의 돌발진으로 시작한 5월은 전 가족 감기를 거쳐 친정어머니의 척추압박골절로 정점을 찍더니 시고모님의 부고로 끝났다. 어떻게 정신줄을 붙들고 있었는지, 놓치지 않고 있었던 것만으로도 나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다. 잘했다. 장하다. 친정어머니 일로 장거리를 며칠간 왕복하고 집에 와서 겨우 눈 붙인 후 새벽같이 다시 일을 하러 나가고 하는 사이 아기는 거의 애아빠가 재우기까지 전적으로 맡았고, 나는 흡사 야근에 시달리는 여느 집 가장처럼 잠든 아기의 얼굴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아기와 같이 못 있어주는 걸 아쉬워하며 말이다. 그런데, 그 아쉬움은 너무 성급한 것이.. 2018. 6.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