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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고전 이야기 ▽214

『논어』, 절대언어와 역사화 사이(5) 역사화, 혹은 어떻게 읽을 것인가 『논어』, 절대언어와 역사화 사이(5)역사화, 혹은 어떻게 읽을 것인가 독서, 보편성의 읽기와 역사성의 읽기 독서는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아니다. 권위에 복종하고 주어진 가치를 흡수하는 숭배가 아니다. 독자는 텍스트를 재구성하고 따져야 한다. 독서는 저항이다. 밖으로는 스마트폰이나 TV를 보지 않고 책으로 달려들기에 외부에 저항하는 행동이며 안으로는 집중력을 쏟아 책의 권위에 짓눌리지 않으려 버티기에 이중의 저항이다. 밖의 저항은 안으로 저항하는 힘에 보탬이 된다. 독서는 전적으로 의지로 밀고 가는 실천이기에 수동적일 수 없으며 자신의 불신을 유예시키기에 적극적인 참여다. 책을 덮으며 읽은 것을 재조립하고 감정반응을 점검하기에 독서는 끝났으되 끝나지 않고 반추되면서 새 독서가 시작된다. 일련의 피.. 2020. 11. 23.
[왕양명 마이너리티 리포트] 귀주… 어서와, 유배는 처음이지? 귀주… 어서와, 유배는 처음이지? - 괴상하고 쌩뚱맞고 지각불가능한 의식주 혁명 - 호변(虎變), 표변(豹變), 혁면(革面) 용장은 오늘날의 귀양시(貴陽市) 기준으로 보면 북쪽 방면에 위치한, 수문현(修文)현 지역입니다. 당시 여정을 일별해 보면 양명은 귀주성의 동남 방면에서 귀주성을 들어가 몇 곳의 지역 현청들을 지나, 당시로선 서북 방면에 위치한 수문현 용장역에 도착하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사진 참조) 양명이 거치며 들어가고 또 거치며 돌아 나온 귀주성의 곳곳엔 오늘날에도 묘족과 동족 등 중국 소수민족들의 거주지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중국이지만, 만나는 이들마다 복장이며 생활 방식이 한족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새소리. 언어가 통하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구요. 양명은 그들의 말이 새소리처.. 2020. 11. 10.
『논어』, 절대언어와 역사화 사이(4) - 절대언어 『논어』, 절대언어와 역사화 사이(4)- 절대언어 경전과 절대언어 유학에서는 중심이 되는 주요 텍스트를 경전(經典)이라 부른다. 경학을 연구하는 학문을 경학(經學)이라 한다. 경전과 경학의 성립은 한(漢)제국의 발전과 나란히 진행되며 적어도 명분상으로 경전과 경학은 제국을 운영하는 기준으로 공고화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경(經)이란 말은 기준·중심·표준이란 의미를 품고 있기에 경전은 참조하고 의지해야 하는 고귀한 텍스트였다. 정치뿐 아니라 문화, 역사 등 사회 전반에 중추기능을 하게 된다. ‘이데올로기화되었다’라고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간단하지 않은 역할을 맡은 것이다. 이런 까닭에 이전까지는 오래되었거나 훌륭한 책들로 전해진 존재들이 새롭게 권위를 입게 되어 상서(尙書)는 서경(書經)이 되고 구전가요 묶음.. 2020. 11. 6.
『논어』, 절대언어와 역사화 사이(3) - 공자의 언어감각 『논어』, 절대언어와 역사화 사이(3)- 공자의 언어감각 “나는 말 잘하는 사람을 미워한다” 공자가 말 잘하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학이’(學而) 편에 “교언영색 선의인”(巧言令色,鮮矣仁)이라 해서 인(仁)과 대척점에 있는 악덕으로 교묘한 말재주[巧言]를 앞세우고 있으니 두말할 게 없다. ‘교언’은 여러 가지로 변주된다. 구변(口辯)이라 하기도 하고 이구(利口)라고도 하며 구급(口給)이라고도 하는데 녕(佞)이라는 한 글자를 쓰기도 한다. 다양한 표현은 교묘한 말솜씨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경멸감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영인(佞人)은 공자가 싫어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다. 공자 같은 유덕자(有德者)도 사람을 미워하나? ‘양화’(陽貨) 편에, 자공이 “군자도 미워하는 게 있습니까?”.. 2020. 10.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