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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몸을 찾아서 : 평범한 세대의 ‘보디-가드’ 프로젝트 잃어버린 몸을 찾아서 : 평범한 세대의 ‘보디-가드’ 프로젝트 운명은 내 입에 ‘금수저’는 아니어도 ‘글수저’를 물려준 것 같다. 어릴 적부터 20대 초반까지 나는 훌륭한 사람들 속에 파묻히다시피 자랐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자기만의 소신, 대의, 운동, 철학, 공동체를 떳떳하게 실현하는 어른들이었다. 하지만 금수저 출신이 무조건 행복한 게 아닌 것처럼 나도 이 환경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나는 내 안에 내 것이 아닌 말이 너무 많다고 느꼈다. 그래서 말에 먹히기 전에 도망쳤다. 조기교육 실패! (결국 어떤 수저를 물려받든 그것은 내 것이 아니다. 수저가 운명을 먹여주지는 않는다. ㅠㅠ.) 나는 확신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도대체 어떤 근거, 어떤 경험을 가졌기에 저렇게 뚝심 있게.. 2017. 6. 21.
(몸과 정치) 몸의 중심은 어디인가? 몸의 중심은 어디인가? ​몸의 중심은 생각하는 뇌가 아니다 숨 쉬는 폐가 아니다 피 끓는 심장이 아니다 아픈 곳! ... 그곳으로 온몸이 움직인다 -정세훈, 「몸의 중심」 질문으로 시작해보자. 내 몸은 무엇인가? 내 몸은 어떻게 움직이고 느끼는가? 내 몸은 마음 혹은 영혼이 지배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때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뇌에 있는가, 심장에 있는가? 아니면 온몸에 있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몸은 그저 알아서 움직이는가? 이 질문, 이른바 mind-body problem은 과거로부터 반복해서 물어져 왔다. 그런데 이러한 질문은 단지 신체에 대한 문제로 한정되지 않는다. 결국 이 몸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국가에 ‘주권’은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과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 역시 하나의 .. 2017. 6. 20.
이오네스코 『외로운 남자』 인생에 필요한 것은 약간의 용기 이오네스코 『외로운 남자』 인생에 필요한 것은 약간의 용기 나이 서른다섯이면 인생 경주에서 물러나야 한다. 인생이 경주라면 말이다. 직장 일이라면 나는 신물이 났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였으니 이른 편도 아니었다. 예기치 못했던 유산을 물려받지 않았더라면 난 권태와 우울증으로 죽고야 말았으리라.- 외젠 이오네스코 지음, 이재룡 옮김 『외로운 남자』, 7쪽 이른바 평균수명 100세 시대다.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무의식적인 착각 중 하나가 있는데 평균수명이 늘어난 만큼 '성숙한 인간'으로 사는 시기도 그만큼 길어질 것이라는 착각이 그것이다. 이를테면 20살이 되면 성인이 되고, 24~25살이면 앞가림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며, 제 앞가림을 하면서 무려 70여년을 더 살게 된다는 식이다. 그런데 (자기 .. 2017. 6. 19.
한강 『소년이 온다』 - 소년이 살았던 삶, 그리고... 한강 『소년이 온다』 - 소년이 살았던 삶, 살았을 수도 있었을 삶 광주 이야기가 또 다시 소설로 나왔다. 작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그것이다. 신간 출간 소식에 처음에는 좀 시큰둥했었는데 그 이유는 더 이상 작가에게도 광주 이야기에도 큰 흥미나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쩌다보니 책을 구입했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처음 그 책을 펼쳤다가 아주 혼이 났다. 자꾸 눈물이 났기 때문이다. 작품 제목이 암시하듯, 이 책을 읽으며 우리는 저어기 80년 광주에서 살던 소년이 시간과 공간을 거슬러 서서히 다가오는 걸 경험하게 된다. 계엄령 당시 거리에서 친구의 죽음을 목격하고 정신없이 도망쳐야 했던 소년, 그 후 도청의 다른 시민군 사이에서 지내기 시작한 소년, 그리고 잔혹했던 마지막.. 2017. 6.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