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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하오 공자, 짜이찌엔 논어』 - 적합하게, 더 적합하게 『닌하오 공자, 짜이찌엔 논어』 - 적합하게, 더 적합하게 『논어』 열한번째 편인 「선진」(先進)편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공자님이 자로(子路), 염구(冉求), 공서화(公西華)라는 제자들과 같이 있는데, 자로라는 제자가 불쑥 선생님께 이렇게 묻습니다.“선생님! 어떤 말을 들었다면 실행에 옮겨야 하겠죠?”그러자 공자 선생님께서 이렇게 대답합니다.“아니다. 부모 형제가 계신데 그렇게 듣는 대로 바로 행동에 옮겨서야 되겠는가. 심사숙고 해야지.”그러자 곁에 있던 염구가 묻습니다.“선생님! 어떤 말을 들었다면 실행에 옮겨야 하겠죠?”그러자 공자 선생님께서 대답합니다.“콜! 당연하지. 들으면 실행해야지!”그러자 공서화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묻습니다.“선생님! 방금 전에 자로 형님이 ‘들었으니 실천해야죠?’라고.. 2017. 6. 29.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 - 명랑하고, 유쾌하며, 성실하다 로버트 하인라인,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 - 명랑하고, 유쾌하며, 성실하다 발단은 그래도 지극히 ‘지구’적이었다. 아니 , 엄밀히는 ‘50년대말-미국’적이었달까. 그러니까, 비누 이름이 ’스카이웨이’라던가(하늘길 비누라니, 미용비누가 비행경로와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비누 표어 공모전의 2등 상품으로 증고품 우주복을 내건다는 기획이 뻔뻔하게 그대로 추진된다던가 하는 일이 벌어질 만 한 시공간은 동서고금 인류역사에서도 흔하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작품이 쓰여진 팍스아메리카나, 물자는 풍요롭고 사람들은 태평하며, 쏘련보다 먼저 우주선 쏘아 올리는 것 따위에 온 나라가 열중하던 자본주의 미국의 전성성대 말고는. 여러 모로 괴팍한 오프닝이다. 비누 포장지에 비누 선전 표어를 써서 우편으.. 2017. 6. 28.
읽기의 역량이 우주를 만든다 이반 일리치의 『텍스트의 포도밭』 읽기의 역량이 우주를 만든다이반 일리치의 『텍스트의 포도밭』 영화 《컨택트》는 언어에 대한 성찰이 듬뿍 담긴 이야기이다. 시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평하고 간혹 ‘영원회귀의 영화’라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내가 보기에 감독이 그 주제를 효과적으로 다루지는 못하는 것 같다. 아무튼 영화 내내 이야기를 이끄는 주인공 루이스는 언어학자이다. 또한 외계 생명체 헵타포드(heptapod)가 사용하는 언어가 화면 전체에 표기될 때면 영화를 보는 내내 언어는 물질이라는 느낌이 강렬해져서, 내 신체 안에 거주하는 언어는 어떤 질감을 가지고 있을까라는 물음마저 스스로 던지게 된다. 특히 내 눈길을 끈 것 중 하나는 외계 생명체들이 언어를 표현할 때 사용하는 매개체이다. 그들은 공간에다 뿌리는 방식으로 언어를 표현한다. 다시.. 2017. 6. 27.
보르헤스의 소설, 또는 보르헤스가 말하는 ‘문학’ 보르헤스의 소설, 또는 보르헤스가 말하는 ‘문학’ 보르헤스의 소설작품들은 어렵다. 아니 ‘낯설다’라고 말하는 편이 더 맞을지도. 20세기에 나온 그 소설들은 여전히 ‘미래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보르헤스가 체험한 문학의 시간에 비해 일상적인 개인들의 시간이 훨씬 더 이전의 시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서 보르헤스가 ‘미래’라고 지시했던 그 시간은 앞으로 다가올 시간이 아니라, 영영 따라잡을 수 없는 시간이 되었다. 실제로 일하고, 먹고, 자면서 살아가는 ‘일상적 시간’은 영영 ‘과거’에 갇혀있는 시간이 되고 만다. 여기에 ‘미래’는 오지 않는다. 아니, 미래도 ‘과거’로만 체험된다. 보르헤스의 소설은 그렇게 영영 오지 않을 시간, 온 적이 없는 시간을 다루기 때문에 낯설고 어렵다. 어.. 2017. 6.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