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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왜?] 명랑한 중년을 위해 명랑한 중년을 위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잘 알지 못한다.” 니체의 『도덕의 계보학』 서문에서 이 문장을 만났을 때 반갑고도 놀라웠다. 요즘 나의 상황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는 말이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하며,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 고민은 남편의 은퇴, 딸의 독립, 시어머님의 요양병원 입원 등의 일들이 벌어지면서 시작되었다. 물론 그전에도 살면서 문득 문득 이런 고민을 하기도 했었지만 지금처럼 무겁게 다가온 적은 없다. 니체는 우리가 자신을 잘 알지 못하는 이유가 “무언가를 ‘집으로 가져가는’ 단 한 가지 일에만 진심으로 마음을” 쏟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흔히 자신의 직업을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 선호하는 직업은 무언가를 빨리,.. 2019. 9. 9.
[아기가왔다] 잘가! 안녕! 돌아와! 나중에 또 보자! 잘가! 안녕! 돌아와! 나중에 또 보자! 요즘 우리 딸이 가장 좋아하는 일은 고가철로 위를 지나는 전철을 구경하는 일이다. 저 지하에서부터 철컹철컹(?)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마치 의외라는 듯 '어? 어!' 한다. 그러다가 전철이 모습을 드러내면 양팔을 흔들며 격한 환영의 인사, 환송의 인사를 보낸다. 며칠 전에는 그러고 있는 자신을 보고 있는 아빠를 힐끗 보더니, 아빠는 왜 손을 흔들지 않냐며, 아빠도 얼른 전철을 향해 손을 흔들라고 요구헀다. 아빠가 무슨 힘이 있겠는가. 함께 손을 흔들었다. 전철에서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창피했다. 그러나 창피함은 멀고 땡깡은 가까운 법이다. 2019. 9. 6.
[동의보감과 요가] 기억의 두 얼굴 (2) 기억의 두 얼굴 (2) ​​‘기억(memory)’은 끊임없는 ‘생각’을 만드는 재료이다 앞에서 한 이야기들을 잠시 정리해보자.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경험한 모든 것은 기억으로 저장되어 자신의 삶을 구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일상에서 자주 만나는 경험들은 패턴화되어, 그 패턴 속에서 생각하고 행동하게 하고 있다. 이런 패턴화된 것들을 우리는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가지게 되고, 그것은 자신의 ‘가치관’이 된다. 이렇게 패턴화된 ‘믿음과 습관’들로 우리들의 일상은 매번 반복적이고 비슷한 모습이 된다. 우리들 대부분이 비슷한 생활리듬을 살며 다른 사람들의 삶도 나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이유이다. 이것을 뇌과학자 이케가와 유지는 ‘속박’이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사람들이 살아왔고 겪어온 경험들이 기억으.. 2019. 9. 5.
소세키,『도련님』- 솔직함으로 대항하는 정공법 『도련님』 솔직함으로 대항하는 정공법위선적인 사회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나? 햇병아리 교사가 마주친 현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앞뒤 가리지 않는 성격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나는 손해만 봐왔다.” 세상에, 앞뒤 가리지 않는 행동파 청년이라니 소세키의 소설에서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캐릭터이다. 소세키의 소설에는 더러 발랄하고 가벼운 인물이 나오긴 해도 조연급에 불과하지 대다수의 주연급은 고민은 많고 불안은 깊어서 내면의 심연으로 가라앉는다. 뭐니 뭐니 해도 소세키의 전문분야는 자의식에 시달리는 신경과민형 인간이다. 그동안 바닥이 보이지 않는 마음의 탐구에 질린 사람이라면 『도련님』을 읽으면서 모처럼 가벼운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어느 시인은 유쾌, 상쾌, 통쾌라는 개념을 이렇게 정리했다. “유쾌한 사람은 상.. 2019. 9.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