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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생생 동의보감

[동의보감과 요가] 기억의 두 얼굴 (2)

by 북드라망 2019. 9. 5.

기억의 두 얼굴 (2)

                                                                                                                                                           

  

​​‘기억(memory)’은 끊임없는 ‘생각’을 만드는 재료이다


 앞에서 한 이야기들을 잠시 정리해보자.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경험한 모든 것은 기억으로 저장되어 자신의 삶을 구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일상에서 자주 만나는 경험들은 패턴화되어, 그 패턴 속에서 생각하고 행동하게 하고 있다. 이런 패턴화된 것들을 우리는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가지게 되고, 그것은 자신의 ‘가치관’이 된다. 이렇게 패턴화된 ‘믿음과 습관’들로 우리들의 일상은 매번 반복적이고 비슷한 모습이 된다. 우리들 대부분이 비슷한 생활리듬을 살며 다른 사람들의 삶도 나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이유이다. 이것을 뇌과학자 이케가와 유지는 ‘속박’이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사람들이 살아왔고 겪어온 경험들이 기억으로 자신 안에 있게 된다는 것이 또 다른 면에서는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좀 더 살펴보자. 인간의 뇌는 잘 분화되어 있는 시스템이다. 우리에게는 몸을 통해서 감각(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열감각, 통각 등등)되는 신호를 일차적으로 받아들이는 신경세포가 있다. 이 신경세포들을 ‘입력’과 관계된 세포들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면 시각세포, 청각세포, 미각세포, 촉각세포 등 외부 세계를 일차적으로 감각하고 받아들이는 세포들이다. 이어 받아들인 신호를 뇌 안의 각기 처리해야할 구역으로 전달하는 신경세포가 있다. 이런 신경세포들을 ‘내부에 있는 신경세포들’이라고 부른다.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면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 의미를 알아야 우리는 외부세계와 연관되어 행동할 수 있다. 이 해석을 위해 정보들은 뇌의 각 해당 영역으로 전달된다. 외부 세계를 감각하고 뇌 안의 해당 영역으로 전달하고, 그 영역은 그 의미를 해석한 후 행동하게 하는 이 과정들이 반복되다보면 신경세포들은 연결패턴을 형성하게 된다. 그러면 신호의 전달과 해석과 이후의 행동지침의 전달과정이 보다 빨라지면서 에너지도 적게 사용된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려는 우리 몸의 전략이 만든 결과가 연결패턴의 형성이다.


우리의 경험이 다양한 만큼 또 우리의 움직임이 복잡하고 세밀한 만큼, 뇌 안의 신경세포들도 수많은 갯수의 연결패턴을 형성하고 있다. 연결패턴 중 어떤 것은 강하게 연결되어있어 자동적으로 신호가 왔다 갔다 한다. 이렇게 되면 시간과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이에 비해 연결패턴이 약하거나 막 연결패턴이 시작된 신경세포들은 연결이 자주 끊어진다. 우리가 우리의 습관을 바꾸려고 할 때, 작심삼일이 되는 이유는 그 연결패턴이 약하기 때문이다. 뇌 안의 각자 자기 영역으로 전달된 신경세포의 연결들은 다시 우리 몸으로 신호를 보내 우리를 행동하고, 생각하고, 말하고, 자기 앞에 벌어지는 일에 맞추어서 활동하게 한다. 이렇게 받아들인 입력을 연결하고 종합하여 우리를 행동하고 말하고 움직이게 하는 신경세포들을 ‘출력’과 관계된 신경세포라고 분류한다.

 

이 과정은 아래의 그림과 같다. 몸으로 들어온 정보, 즉 입력과 관련된 신경세포들을 ‘감각뉴런’이라고 부른다. 받아들인 정보를 바탕으로 몸이 행동하기 위해서 출력과 관련된 신경세포들은 ‘운동뉴런’이라고 부른다. 이와 같은 입력·출력에 관여하는 신경세포를 빼고 난 나머지 신경세포들과 연결패턴들이 있다. 이들은 뇌 안에서만 활동하며 기존의 정보들에 바탕해서 끊임없이 신호를 주고 받으며 연결패턴을 만든다. 아래 그림의 ‘연합뉴런들’이다. 뇌과학자들은 이런 신경세포들과 연결패턴들을 ‘피드백회로’ 혹은 ‘내부층 신경세포’라고 부른다. 이 피드백회로의 연결패턴이 가장 많이 있는 곳들이 바로 해마, 전두엽, 시각령 등이다. 인간이 특정한 어떤 것을 생각하거나 기억할 때 신경세포들이 신호를 주고받는 중요한 장소에는 어김없이 피드백 회로가 빽빽하게 형성되어 있다. 중요한 결정을 하고 행동해야할 때 우리 뇌는 자신 안의 모든 정보를 종합하고 연결패턴을 통해서 점검하며 아주 작은 정보라도 자신 안에서 찾으려 한다. 즉 피드백 회로를 충분히 활용하는 노력을 한다. 때문에 사고와 기억을 집중적으로 처리하는 곳(전두엽과 해마)에 피드백회로가 많이 형성되어 있다. ​


맨 처음 뇌 밖에서 오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신경이 있다. 직접 인풋을 담당하는 신경이 되겠지. 즉 눈으로 본 정보가 직접 들어오는 신경, 귀로 들은 정보와 손으로 만진 정보가 직접 들어오는 신경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뇌 밖으로 정보를 보내는 신경이 있다. 이를테면 아웃풋 신경이지. 근육을 움직이거나 말하거나 하는 출력 신경이다. 뇌에는 그런 입력·출력에 직접 관계된 신경이 있다. 그것과는 별개로 입력·출력에 직접 관계하지 않는 신경도 있겠지. 예를 들면 피드백 회로 전용 신경 등이다. 입출력에 직접 관계되지 않은 이러한 신경 회로를 ‘내부층’이라고 한다. 그리고 내부층에 사용되는 신경은, 인간의 경우 뇌 전체 신경의 99.0%나 차지한다. 이것이 인간 뇌의 실태다. 

- 이케가야 유지 지음, 『교양으로 읽는 뇌과학』, 251쪽, 은행나무 출판사

 

뇌과학자들은 대략 100억개의 신경세포가 서로 연결되어 만들어지는 뇌신경의 패턴들이 100개조가 넘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뇌의 신경세포들이 모두 연결패턴을 형성하고 활동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우리가 우리 뇌의 신경세포를 어느정도 사용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려져있지는 않다. 우리 뇌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신경세포들과 연결패턴들이 외부세계를 감각하고, 이어서 행동하고 대응하는데 쓰이는 신경세포들은 1%라는 것까지 밝혀졌다. 놀랍게도 뇌 안에서만 신호를 주고받으며 정보를 처리하는 신경세포, 즉 연합뉴런이 99%라는 말이다. “즉 대부분의 신경은 직접적으로는 외부와 연관을 가지지 않은 채 뇌 속에서만 열심히 정보를 처리하고 있”(『교양으로 읽는 뇌과학』, 251쪽, 이케가야 유지지음, 은행나무 출판사)음을 뜻한다. 뇌 속에서만 열심히 정보를 처리하며 연결된 패턴들이 끊임없이 신호를 주고 받는 이 과정이 우리에게는 바로 끝없이 생각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과정이다. 


우리가 매일 쉼없이 호흡을 하듯이 우리 뇌는 한순간도 쉬지 않고 활동하고 있다. 외부에서 신호가 들어오면 그것을 전달하고 다시 몸을 움직이게 하는 연결신호를 보내는 활동을 쉬지 않고 한다. 또 우리가 가만히 있을 때나, 굳이 의식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행동을 할 때도, 잘때도, 뇌 안의 피드백 회로는 쉬지 않고 신호를 서로 주고받고 있다. 뇌 안에 형성된 연결패턴을 따라서 말이다. 이 신경세포들의 신호를 주고받는 과정을 많은 사람들의 뇌를 통해서 연구해 얻은 결과가 바로 ‘뇌파’이다. 심장이 뛰고 있는 것을 연구하는 것처럼 뇌과학자들은 이 뇌파의 규칙성과 일반성과 그 의미를 파악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에게 생각이 끝도 없이 이어졌던 이유는 바로 이러한 뇌의 활동 때문이었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무는 그 실체가 바로 이것이다. 뇌 안에 간직된 정보들을 끝없이 연결하고 다시 조합하고 또 연결하고 있는 그 활동이 우리에게는 끝없이 이어지는 생각이었다. 매순간의 호흡이 의식되든 의식되지 않든 생명유지를 위해 일어나듯이 우리 뇌는 신호를 쉼없이 주고받으며 생각이 떠오르고 사라지고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뇌구조와 뇌활동에 비추어보니 이렇게 끊임없이 생각이 이어지고 지나간 경험들이 회상되고 다시 그 회상은 어디론가 먼 미래로 훌쩍 뛰어가는 과정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뇌가 이렇게 끊임없이 외부에서 들어온 정보와 내부에서 만들어지는 연결패턴의 활동으로 기억하고 그 기억에 바탕하여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별 생명체인 인간이 그 생명을 오랜 시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재 자신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대응해야했다. 자신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매번 인식하고 그 대응책을 언제든지 준비하고 있을 때 자신들의 생명을 지키는 경험들이 쌓여갔을 것이다. 우리의 오래된 조상들은 지나간 경험을 기억하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가까운 미래를 예측해서 음식이나 안전한 잠자리를 얻는 경험을 아주 오래전부터 해왔다.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거나 혹은 과거의 경험들을 다른 방식으로 조합해보는 일들은 미래의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경험들을 축적하여 살아남은 인간의 후손이 바로 우리들이다. 때문에 인간의 기억은 자신이 가진 정보들을 종합적으로 활용해서 생명을 길게 유지하려는 노력으로 진화된 ‘미래예측시스템’이라고도 부를 수 있다.​

진화 과정에서 우리가 사건들을 기억하고 회상하는 인간 특유의 방식을 터득하지 못했다면, 오늘날의 인간은 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중략) 기억을 의사 결정의 토대로 삼는 영리함과 융통성이 짝을 이뤄 결정적 한걸음을 구성했던 것으로 보인다.  

- 한나 모니어·마르틴 게스만 지음, 『기억은 미래를 향한다』, 41쪽, 문예출판사


​그러니 인간과 뇌는 입력,출력과 관계된 신호의 주고받음 외에 뇌 안에서 끝없이 정보들을 점검하고 연결하고 여러 가지 대응방법들을 구성해보는 활동을 지속하는 방식으로 진화되었다. 무엇인가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하다 문득 하나의 해결책이 떠오르는 과정도 바로 이러한 뇌의 활동 속에서 가능했던 것이다.

‘요가yoga’의 수련은 '마음작용의 관찰'을 뜻한다


‘요가’가 인간의 역사에 출현한 것은 기원전부터이다. 요가뿐이 아니라 인간의 의식과 그로 인해서 만들어지는 ‘마음’에 대해서 궁금해 했던 몇몇의 사람들은 마음이란 무엇인지를 탐구해왔다. 기원 전 4세기경에 씌어진 요가 경전 『요가수트라』는 인간의 마음작용을 어떻게 이해하고 다룰 것인가에 대한 방법들을 정리한 경전이다. 마음의 생성과 작용방법을 알고, 몸의 수련과 요가의 학문적인 공부를 통해서 마음을 다루게 된 사람들의 경험이 종합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정리된 책이다. 또한『요가수트라』에서 만날 수 있는 마음작용에 대한 이야기들은 우리가 앞에서 만나온 현대과학이 이제야 서서히 밝혀나가는 인간의 신체활동과 뇌(정신)의 활동으로 만들어지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들과 같다. 요가에서는 몸-마음 복합체가 만들어가는 정신의 활동을 ‘마음작용’이라고 부른다. 




마음작용 중의 하나인 기억. 기억이 우리의 삶 속에서 형성되고 기억이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서 작동하는 방식은 마치 하나의 대사기능같다. 때문에 우리가 의식적으로 개입하려해도 한계가 있다. 요가의 이론과 수행법은 바로 이 지점을 탐구해왔다. 인간 정신활동의 법칙을 아주 오래전부터 탐구하면서 정신활동을 만드는 마음을 다루는 방법들을 밝혔다. 요가경전에는 인간의 마음작용이 마치 원숭이가 이 나무 저 나무를 옮겨다니면서 끝없이 뛰어다니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심원의마(心猿意馬)라는 말이 있습니다. 마음은 원숭이처럼 이랬다저랬다 하고 생각은 말(馬)처럼 달아난다는 의미입니다. 

- 이거룡 지음,『요가수뜨라 해설』, 25쪽, 선문대학교 출판사

​놀랍게도 인간은 이미 기원전, 요가의 출현 그 이전부터 뇌활동의 방식을 알았었던 것 같다. 마음탐구를 하며 그 원리를 깨달은 인간들이 자신의 마음작용을 관찰하여 그 과정을 서술해놓았다. 요가 경전인 『요가수트라』는 오랜 시간 여러 깨달은 분들의 주석들이 덧붙여지면서 다시 씌어졌다. 자신의 마음작용을 관찰하여 그 방식을 세세히 알아간 그들의 경험으로 요가수트라의 주석이 씌어지고, 이 주석들은 현재까지 전해내려오고 있다. 그들 중 한사람으로 추측되어지는 비야사[각주:1]는『요가수트라』 2절 “요가란 마음작용을 억제하는 것이다”에 이렇게 주석을 달아 놓았다.

​“요가는 ‘모든’ 마음작용의 억제를 의미하지 않는다”(『요가수트라 해설』, 35쪽, 이거룡 지음, 선문대학교 출판사)라고 말이다.


요가의 수련과 관찰을 통해서 마음작용마다 다른 역할이 있다는 것을 비야사는 알았음에 틀림없다. 그리고 다른 인간들도 자신의 마음을 도구로 마음작용을 관찰할 수 있음을 요가수트라와 비야사는 끊임없이 설법했다. 인간은 자신의 마음작용을 관찰함으로써 바로 그 마음작용을  인간의 힘으로 알아갈 수 있으며, 마음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마음작용의 방식을 인간의 힘으로 인식할 수 있는 방법들을 체계화 시켜갔다. 이렇게 되면 우리들이 겪는 수많은 어려움과 슬픔과 질병들 때문에 우리는 절망만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들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마음작용은 인간을 온갖 의심·염려·생각 그리고 일체 헛된 잡념·불행·타인과 나를 분별하는 생각들로 우리를 데려간다. 『요가수트라』에서 말하는 억제해야할 마음작용은 바로 후자이다. 요가의 수련은 인간의 마음작용이 만드는 이중성을 관찰하여, 그 방식들을 알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학문이자 수행법이다. 

 

우리의 기억 또한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인간이 현재까지 지구 위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며 최대의 숫자로 살아남은 생명이 된 중요한 생존시스템 중 하나가 바로 ‘기억’이다. 하지만 기억은 우리를 끊임없이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떠돌게 하는 핵심적인 재료이기도 하다.


​기억은 우리에게 구속을 줄 수도 있고 해탈을 줄 수도 있다. 참된 기억은 의식 속에 있는 우리의 신성한 본질을 기억하는 자기 회상이며, 거짓 기억은 에고의 역사인 개인적인 기쁨과 슬픔에 대한 기억이다. 

- 데이비드 프롤리 지음, 『아유르베다와 마음』, 97쪽, 슈리크리슈다나스 아쉬람출판사)


억제되어야 할 마음작용은 우리에게 구속을 줄 수 있는 기억에 바탕한 마음의 활동이다. 인간은 자신들이 어떻게 잉태되고, 어떻게 탄생되며,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기억하거나 예측할 수 있다. 인간 종(種) 수준에서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간직하고 있으며 살아가면서 학습한다. 경험하고 학습한 내용은 인간에게 기억으로 저장되고, 이후의 삶을 살아갈 지표를 형성한다. 사람이 살면서 측은함을 느끼고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함께 할 수 있는 공감의 마음작용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인간이 종차원에서 서로 협력하여 지금까지 생명을 이어왔다는 자기회상을 언제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보다는 개별 인간 즉 에고의 역사로만 기억을 사용할 때, 문제는 시작된다. 마음작용이 만드는 인간의 삶을 개인으로만 축소해서 보거나, 현재 사람들이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제시된 것들을 내재화하고 그것들로만 자신의 마음과 생활을 구성하게 될 때 발생한다. 

 

요가를 공부하고 수련한다는 것은 마음작용이 기억을 통해서 자신을 구속하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일상을 만드는 연결패턴과 다른 새로운 연결패턴을 만들어 갈 수 있음을 뜻한다. 굳어진 일련의 신경세포들의 패턴이 자신을 습관으로 고정화시킬 때, 요가는 그 지점에서 시작되어 그 패턴을 인식하는 마음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요가수트라』에는 이런 상황에서 몸을 통해 집중된 상태로 들어가는 방법들을 제시해놓았다. 우리 뇌는 외부에서의 입력 없이도 끝없이 자기 안에 정보들로만 연결해서 생각·의심·염려·불안·잡념을 만드는 순간이 대부분이다. 이때 뇌 안의 끝없는 연결회로를 끊는 새로운 입력이 필요하다. 바로 몸을 통해서 만드는 현재적인 느낌이다. 요가의 움직임으로 몸을 움직이고, 호흡한다. 자신의 선택으로 자발적인 요가의 움직임을 이어가고 다음 움직임을 만들어간다. 의식적인 움직임에 이어 몸이 만드는 현재적인 느낌은 원숭이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생각을 움직임으로 집중하게 한다. 뇌가 자기 안에 패턴 속에서 신호를 주고받던 상태에서 몸이 만드는 느낌에 집중하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던 호흡도 의식적인 호흡으로 바뀌게 되고 이에 따라 마음은 호흡에 집중하게 된다.

 

 요가에서는 이러한 집중을 바로 ‘사마디’라고 부르며, 이때를 마음작용이 억제된 상태라고 말한다.

사마디는 의식이 단일 대상 또는 경험에 전적으로 집중되어 다른 모든 것을 잊는 몰입의 상태”(『아유르베다와 마음』, 111쪽, 데이비드 프롤리 지음, 슈리크리슈다나스 아쉬람출판사)이다.




기억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자신을 구속하지 않는 상태로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기억이 자신을 어디로 데리고 가는지 가만히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관찰의 기회를 만드는 중요한 계기 중 하나가 바로 요가수련이다. 요가의 동작을 수련한다는 것은 자신의 몸이라는 단일 대상에 몰입하게 한다. 또한 요가 경전을 공부한다는 것은 요가수련의 방향성을 알게 하며 동시에 경전에 집중되는 경험을 하게 한다. 집중의 상태를 경험하게 되면 자신에게 끝없이 일어나는 생각이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멈추게 된다. 이러한 몰입의 경험들이 쌓여가게 되면 스스로의 힘으로 몰입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처럼 스스로의 힘으로 몰입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동안의 수련이 필요하다. 요가수련을 이어가면서 몰입을 경험하고, 몰입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된다. 이러한 사마디 즉 집중의 상태를 한번 두번 경험하다 이어서 많은 시간동안의 경험이 만들어지면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패턴들을 알아채게 된다. 자신이 특정한 패턴 속에 있을 때, 불안과 끊임없는 생각 속으로 빠져든다는 것을 마주하게 된다. 그 패턴으로 인해 무언가를 의심하고, 불안해하고, 잡념 속에 시달리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자신이 만든 패턴들로 인해 자신의 삶이 힘겨워짐을 만나게 될 때, 그 순간 새로운 패턴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행동을 해야하는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요가에서 요가의 움직임과 경전의 공부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새롭게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이다. 이런 순간  요가는 새로운 패턴들을 만들기 위한 적극적인 수련이 된다.   


글_정은희

  1. 비야사 Vyāsa. 베다(인도철학을 담은 경전)를 편찬하고, 『마하바라타』는 물론, 각종 푸라나도 저술했다는 인도의 전설상의 성선으로 이름은 〈편집한다〉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어 vy-as에 유래한다고 한다. 그 외에도 그의 것이라고 하는 서적은 많은데, 『요가 수트라』에 대한 최고의 주서 『요가바샤』(6세기)등이 유명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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