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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505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하여 - 『낭송 이옥』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하여 『낭송 이옥』을 읽고 내가 뽑은 이옥의 베스트 문장들 이상하구나! 먹은 누룩이 아니고, 책에는 술그릇이 담겨 있지 않은데 글이 어찌 나를 취하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장차 항아리 덮개나 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글을 읽고 또 다시 읽어, 읽기를 사흘간 했더니 눈에서 꽃이 피어나고 입에서 향기가 풍겨 나와, 위장 속에 있는 비릿한 피를 맑게 하고 마음속의 쌓인 때를 씻어내니, 정신을 즐겁게 하고 몸을 편안하게 하여 자신도 모르게 장자가 말한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에 들어가게 한다. 이걸 읽으니 왠지 따라해야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이틀 동안 조금씩 책을 낭송해 보았다. 계속 낭송을 하다가 목에 침이 마르기만 하고 비록 이옥이 말한 상쾌한 기분은 느끼지는 못했지만, 그의 표현에 나.. 2021. 8. 23.
[니체사용설명서] 건강, ‘관리’에서 ‘사유’로 건강, ‘관리’에서 ‘사유’로 ‘건강하세요!’, ‘건강이 최고야!’ 우리 시대 가장 흔한 덕담일 것이다. 건강의 가치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건강하지 않으면 당장 고통스럽고 일상이 파괴되니 이건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철저한 건강 관리만이 살길이라 생각하며 삶의 많은 에너지를 여기에 투자한다. 매일 건강에 관한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우리는 자연스레 이 정보에 눈길이 간다. 이들 중 내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골라 하나라도 더 실천하면서 살아가려고 애쓴다. 특히 ‘코로나 19’라는 신종 전염병이 우리의 일상을 덮치면서 다시 한번 건강의 중요성을 상기하게 되었고, 매사를 조심하는 태도까지 덧붙여 이렇게 외친다. ‘오직 건강만이 살길이다!’ 아마도 이 외침은 더 강해질 것 같고, 어쩌.. 2021. 8. 11.
[니체사용설명서] 문제는 좁은 인식의 틀이다 문제는 좁은 인식의 틀이다 니체는 왜? 사실은 이러했다. 나 학자들이 살고 있는 집을 뛰쳐나온 것이다. 그러고는 문을 등 뒤로 힘껏 닫아버렸던 것이다. (니체,『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학자들에 대하여」, 책세상, 212쪽) 니체는 학자였다. 그는 25세에 박사학위도 없이 바젤대학의 교수로 임용될 만큼 촉망받는 학자였다. 한편 니체는 대학에 있을 때부터 기존의 학풍과는 다른 사유와 글쓰기를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철학자 니체’를 있게 한 그의 첫 번째 작품인 『비극의 탄생』의 경우 당시 자신이 몸담고 있었던 고전문헌학계에서 혹평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후에도 니체는 ‘아포리즘적 글쓰기’라는 자신만의 문체로 글을 썼다. 당연히 대학에서 인정하는 논문식 글쓰기와는 거리가 먼 방식이다. 뿐만 아.. 2021. 8. 3.
[이우의 다락방] 폴 라파르그, 『게으를 수 있는 권리』- 다 같이 게을러지자! 폴 라파르그, 『게으를 수 있는 권리』 다 같이 게을러지자! 우리에게는 “가만히 멈추어 서서 바라볼 시간”이 필요하며, 무슨 사건에 참여할 때는 어느 정도 긴장감도 느껴야 한다. 우리는 혼자 있을 시간이, 타인과 깊숙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시간이, 집단의 일원으로서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우리 자신의 일을 몸소 창조적으로 행할 수 있는 시간이, 우리 외부에서 주어지는 즐거움을 주체적으로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고 그저 우리의 모든 근육과 감각을 사용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바라건대, 많은 사람이 동료들과 함께 정말 건전한 세상을 만드는 방법을 기획하고 행동할 시간이 필요하다. - 폴 라파르그, 『게으를 수 있는 권리』, 15쪽 ‘열심히’와 ‘게으르게’의 차이 왜 우리.. 2021. 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