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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에 대한 감수성과 이해의 상실이 비대칭 상황을 낳았다”

by 북드라망 2025. 8. 4.

“타자에 대한 감수성과 이해의 상실이 비대칭 상황을 낳았다”

이 신화에는 일본도(日本刀) 같은 새로운 기술력이 곰과 인간 사이의 대칭성을 파괴하는 시대가 나타나 있다. 활과 화살로 사냥을 할 때, 곰과 인간은 대개 호각으로 싸워 왔다. 그 상태가 압도적인 기술력을 손에 넣은 인간에 의해 파괴되고 만 것이다. 인간은 동물의 존엄 같은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생각도 하지 않게 되었다. 곰은 이러한 인간에게 정정당당하게 결투를 신청한다. 인간과 곰은 싸우고, 결국 둘 다 죽는다.
이런 신화의 내용은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매우 잘 암시하고 있다. 손에 쥔 압도적인 힘을 믿고 ‘빈곤한 세계’의 주민들을 무신경하게 대한다면, 인간들은 결국 한 마리의 동물과도 만나지 못할 것이다. 타자에 대한 감수성과 이해의 상실이 비대칭 상황을 낳는다. 그리고 비대칭이 압도적이게 되면 세계에는 황폐함이 초래된다. 그러다 ‘부유한 세계’의 사람들과 ‘빈곤한 세계’의 주민들이 필사적으로 싸우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어느 쪽도 살아남을 수 없다.(나카자와 신이치, 「압도적 비대칭」, 『녹색 자본론』, 구혜원 옮김, 북드라망, 2025, 38쪽)


『녹색 자본론』에는 총 네 편의 글이 실려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처음에 나오는 「압도적 비대칭」은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가 파괴되면서, 자연이 더 이상 ‘타자’로 머무르지 않고 ‘테러’로 응답하는 시대를 성찰한 글로서, 인간 중심주의 세계관의 기반이 되는 비대칭적 사고방식—즉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 인간과 비인간(동물·자연)의 단절—을 문제 삼는 글이다.

이 글에서 나카자와 신이치는 신화 속 인간과 곰의 관계를 말하며 “활과 화살”로 사냥하던 시대에 곰과 인간의 싸움은 대개 “호각”(胡角)이었다고 말한다. 대등하게 서로 맞섰다고 말이다. 그러나 ‘기술력’은 대칭성을 파괴했고, 결국 인간은 “동물의 존엄” 같은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지금, 우리 시대에 나카자와 신이치가 염려한 상황들을 곳곳에서 만난다. ‘손에 쥔 압도적 힘을 믿고’ 타자에 ‘무신경’해지면서 만나는 압도적 비대칭의 세계. 이 세계에서는 서로가 필사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어진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어느 쪽도 살아남을 수 없다”.

우리 삶 곳곳에 위기의 징후가 선명해지는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은 ‘타자’(타인뿐 아니라 자연, 동물, 물건....)에 대한 ‘감수성과 이해’라고 인류학자는 말한다. 우리가 지금, 이것을 절감하고 ‘대칭성의 지성’과 감수성을 가져간다면, 그렇다면, “세계를 뒤덮은 압도적인 비대칭을 내부로부터 해체하는 지혜를 낳을 수” 있지 않을까? 그는 묻는다. 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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