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만나러 갑니다14 [돼지 만나러 갑니다] 얼굴들 얼굴들 글_경덕(문탁네트워크)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2022. 7~).난잡한 공부가 체질이라 여러 세미나와 워크숍을 유랑한다.올해 문탁네트워크에서 주역, 불교, 돌봄을 키워드로 공부한다.비질을 다녀온 후로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다. 그들의 몸부림, 울부짖음, 가쁜 호흡, 헐떡거림, 충혈된 눈, 절뚝거리는 다리. 그런 몰골로 그들은 도살장으로 들어갔다. 비질이 끝나고 나는 무사히 일상으로 돌아와 말끔해졌다. 그들은 부위별로 해체되어 더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멀쩡한 몸으로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그들은 햇빛도 들지 않는 축산농장에서 태어나 좁은 철장 속에서 오물, 악취와 함께 자랐을 것이다. 그러다 태어난지 6개월만에 처음으로 바깥 공기를 마셨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 2024. 6. 11. [돼지 만나러 갑니다] 비질(vigil), 기어코 응시하기 비질(vigil), 기어코 응시하기 글_경덕(문탁네트워크)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2022. 7~). 난잡한 공부가 체질이라 여러 세미나와 워크숍을 유랑한다. 올해 문탁네트워크에서 주역, 불교, 돌봄을 키워드로 공부한다. 도축장 가는 길 도축장에 가기로 한 날이었다. 캘린더에는 '비질(vigil)1) 모임, 9:30, 오산역' 이라고 적혀있었다. 월요일 아침, 나는 출근하는 인간들로 꽉 찬 지하철에 탑승했다. 몸을 비집고 들어가 좌석에 앉아있는 사람들 앞에 섰다. 한참을 가야 해서 자리에 앉고 싶었지만 내 앞에 앉은 사람들은 금방 내릴 것 같지 않았다. 그들은 자고 있거나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그런 태연한 모습이 그날따라 유난히 못마땅했다. 벌써부터 피곤하고 짜증이 올라와 눈을 감고 숨을 깊게 쉬었다. .. 2024. 4. 16. [돼지 만나러 갑니다] 난잡한 돼지'들' 난잡한 돼지'들' 글_경덕(문탁네트워크)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2022. 7~). 난잡한 공부가 체질이라 여러 세미나와 워크숍을 유랑한다. 올해 문탁네트워크에서 주역, 불교, 돌봄을 키워드로 공부한다. 돌봄, 중단 지난 한 달 동안 돼지를 만나러 가지 않았다. 돌봄 1주년을 앞두고 나는 무모 님에게 7월 돌봄을 쉬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7월에 많은 일이 몰릴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올 초에 나는 문탁네트워크 안팎으로 여러 세미나를 신청했고 소개에도 적었다시피 '난잡한 공부'를 '체질'로 선언하며 호기롭게 한 해를 시작했다. 몇몇 샘들의 응원, 격려, 경악, 걱정이 이어졌고, 문탁샘은 "경덕...2023은 빡세게 공부하는 해? 주역에 불교로 기본기를 다지고 양생프로젝트 당대철학으로 문제의식을 벼리고...아주.. 2024. 3. 19. [돼지 만나러 갑니다] 흡혈귀가 나타났다! 흡혈귀가 나타났다! 글_경덕(문탁네트워크)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2022. 7~). 난잡한 공부가 체질이라 여러 세미나와 워크숍을 유랑한다. 올해 문탁네트워크에서 주역, 불교, 돌봄을 키워드로 공부한다. 낮은 자세 "내일 아침돌봄 때 잔디 배 안쪽 상처를 가볍게 소독해주실 수 있을까요? 상태가 어떤지 사진으로 찍어 공유 부탁드립니다." 전날 올라온 무모 님의 지시 사항을 읽으며 아침 돌봄을 갔다. '상처를 소독하려면 잔디가 잘 누워줘야 할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새벽이생추어리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날 따라 잔디는 활기가 넘쳤고 돌봄이 끝날 때까지 드러누울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봄 기운이 넘실대는 5월이었다. 잔디는 여기 저기 올라오는 풀을 뜯거나 부드러운 흙을 코로 탐색하며 봄내음을 맡느라 분주.. 2024. 1. 9.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