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북드라망1276

생각이 언어를 타락시킨다면, 언어도 생각을 타락시킨다 언어는 힘이 세다 금지된 행위 윈스턴은 빈민가의 한 고물상에서 몰래 노트를 샀다. 오래되어 빛이 바랬지만, 구하기 어려운 물건이었다. 노트는 생산이 중단된 지 40여년 정도 되었기 때문이다. 충동구매는 곧 다른 구매를 불러왔다. 노트에 그냥 볼펜으로 쓰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펜촉, 펜대, 잉크까지 모두 구입한 후 그는 비로소 노트를 펼쳐 글을 쓰기 시작한다. 윈스턴이 시작하려는 일은 일기를 쓰는 것이었다. 일기쓰기는 불법이 아니었다. (법이란 게 없으니 불법이란 것도 있을 리 없다.) 하지만 발각될 경우 사형 아니면 적어도 강제노동 이십오 년 형의 선고를 받을 것이 틀림없었다. (…) 그는 손으로 글을 쓰는 일에 익숙지 않았다. 아주 짧은 글 외에는 모든 것을 구술기록기에 불러주는 것이 상례였다. 물론.. 2014. 1. 15.
생명에 대한 사유의 대공사! -『앎의 나무』를 읽다 한 권의 책, 세 개의 시선 움베르토 마투라나, 프란시스코 바렐라 지음, 『앎의 나무』, 최호영 옮김, 갈무리, 2007 우리는 세계의 ‘공간’을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시야(visuelles Feld)를 체험하는 것이다. 우리는 세계의 ‘색깔’을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색채공간(chromatischer Raum)을 체험하는 것이다.(30p) 신경체계와 관련된 책들, 이를테면 뇌과학이나 인지과학과 관련된 책을 읽는 건 쉽지 않다. 하긴 모든 과학책이 술술 읽히지 않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보통의 과학책이 어려운 이유는 용어들의 낯설음 때문이다. 낯설다는 심리적 거리감이 어렵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과학서적들은 이런 용어의 낯설음을 통과하고 나서 내용자체를 이해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 2014. 1. 14.
북드라망 갑오년 사운(社運) 탐구 북드라망 갑오년 사운(社運) 탐구 점점 갑오년이 다가옵니다. 대한까지는 일주일이 남았고, 대한부터 15일이 지나가면 입춘! 드디어 진정한 청마의 해가 시작되는 것이지요. 싫든 좋든 여러분들도, 그리고 저희 북드라망도 이 파란 말을 타고 올해를 통과해야 할 텐데요. 해서 이 말이 저희를 어디로 데리고 가 줄지, 저희 북드라망 식구들, 즉 저 편집자 k, 마케터 M, 살림꾼 Y의 사주로 한번 가늠해 보았습니다. 이 말에게 당근이 필요할지 채찍이 필요할지도 한번 보구요, 호호! 그럼 먼저 저희 일간부터 한번 공개해 볼까요? 저는 무토(戊土), 마케터 M은 갑목(甲木), 살림꾼 Y는 계수(癸水)입니다. 해서 갑오년을 맞아 가장 벌벌 떤 사람은 바로 저, 편집자 k였습지요. 이제 아실 만한 분은 다들 아실지 모르.. 2014. 1. 13.
글이 만든 삶, 삶을 불러온 운명 글이 만든 삶, 삶을 불러온 운명 -글쓰기와 사주, 그리고 운명- 책은 저자의 얼굴과 함께 읽는 것 같다. 글에 집중하려 해도 자꾸 문장 사이로 저자의 얼굴이 슬금슬금 기어 올라온다. 아마 대부분 책을 그렇게 읽었지 싶다. 책 내용에 동감하며 읽다가도 신문 어디선가 보게 된 저자의 삶에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으면 이내 글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된다. 아마도 우리가 이미 글은 저자의 삶을 표현한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글과 삶의 일치’는 그만큼 우리에게 아주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내가 사는 모양과 내가 쓴 글은 얼마나 가까이 있을까? 이런 질문은 글 쓰는 이들에게는 아주 흔한 질문이며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로 인식된다. ‘글과 삶의 일치’라는 이 간명한 표어는 하나의 정언명령이.. 2014. 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