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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 우주의 그로테스크한 우연 (2) : 뉴욕과 스티븐 제이 굴드 뉴요커, 우주의 그로테스크한 우연 (2): 뉴욕과 스티븐 제이 굴드 의 서문에서 굴드는 날짜놀이를 한다. 그의 외할아버지 파파조가 뉴욕에 처음 상륙했던 날은 1901년 9월 11일이다. 그리고 굴드 가(家)의 도미 100주년인 2001년 9월 11일, 테러가 터졌다. 굴드는 사색이 되어 외친다. “이 극적인 악마의 사건 때문에 파파조의 기쁨과 희망이 연소되어서는 안 된다.” 굴드의 글쓰기 스타일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과학책이 이런 엉뚱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에 별로 놀라지 않을 것이다. 굴드는 우연적인 사건에 의미부여 하는 일을 좋아한다. 별 연관 없는 주제를 송이송이 연결하는 데 대단한 기쁨을 느끼는 것 같다. 그렇지만 결코 허풍을 떨거나 길을 잃는 법은 없다. 그의 마음에는 유물론의 과학으로 완성된 ‘.. 2017. 1. 20.
누구나 아는 공자와 논어 ② 누구나 아는 공자와 논어 ② 첫번째 글 보러가기 『춘추』(春秋)라는 책이 있습니다. 노나라의 역사를 기록한 책인데, 공자가 지었다(述)고 알려져 있습니다. 『춘추』는 『시경』, 『서경』, 『주역』, 『예기』 등과 함께 유학에서는 경전(經)으로 대접받는 책입니다. 나이를 물을 때, “춘추가 어떻게 되십니까?” 라고들 하잖아요? 그 말의 연원이기도 합니다. 역사를 담고 있는, 시간을 담고 있는 책이기 때문에 그게 자연스레 나이를 가리키는 관용어가 된 건데, 제가 왜 이런 얘길 하냐 하면, 이 『춘추』라는 책에서 공자 관련 기록을 좀 찾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확히는 공자의 아버지 기록입니다. 공자의 아버지는 이름을 숙량흘이라고 합니다. 직업이 무사(武士)였어요. 직업 군인이었다는 말입니다. 제가 예전에 .. 2017. 1. 19.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나의 투쟁』 - 누구나 대단한 삶을 산다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나의 투쟁』 - 누구나 대단한 삶을 산다 사진에 관심이 생겨서, ‘나도 사진 찍는 걸 취미로 해볼까’하면 어김없이 간다. 어디로? 이름난 ‘출사’의 명소들로 말이다. 말하자면, ‘출장 사진’ 같은 것이다. 카메라를 둘러매고 자연 풍광이 좋은 곳이나 멋진 건축물들이 모여 있는 곳을 향해 떠난다. 간혹 모델을 섭외해서 사진을 찍기도 한다. 나도 두어 차례 가 본 적이 있다. 그 다음부터는 두 번 다시 가지 않는다. 사실 ‘사진을 찍으러’ 어딘가로 가는 것 자체가 나는 잘 납득이 되지 않았다. ‘순간을 남긴다’는 관념에 비추어 보건데 그렇게 ‘떠나서’ 무언가를 찍는 것은 아무래도 작위적인 느낌이었다. 또한 ‘멋진 것’을 ‘찾아가서’ 찍는 것도 조금 탐탁지가 않았다. 그건 아무래도 거짓말.. 2017. 1. 18.
아직 끝나지 않은 혁명들 - 박노자의 『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 아직 끝나지 않은 혁명들박노자의 『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 『시경』의 「북산(北山)」이라는 시에 “넓은 하늘 밑은 임금님 땅 아닌 곳 없으며, 바다 안 땅 위의 모든 사람들은 모두가 임금님 신하이거늘” “溥天之下, 莫非王土 率土之濱, 莫非王臣”이라는 구절이 있다. 은대(殷代)까지는 땅 위의 왕들이 그들보다 높은 절대자로 상정된 제(帝, 대왕)의 명에 따라 정치를 해야 한다는 관념이 확고했다. 그러나 『시경』의 저 문구처럼 주나라가 은나라의 주왕(紂王)을 멸망시켜 ‘땅 위의 어떤 임금’이 다른 모든 것을 다스리는 천하가 되자, 상황이 약간 애매해졌다. 절대자인 제(帝)가 땅위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임금 위에 누군가 진정한 통치자가 있어야하는데, 땅 위의 임금 따위가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모습이 되어 버렸다.. 2017. 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