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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어느 투쟁의 기록 어느 투쟁의 기록 나는 벽을 사랑하여요 “아아,” 하고 쥐가 말했다. “세상이 날마다 좁아지는구나. 처음만 해도 세상이 하도 넓어서 겁이 났었는데. 자꾸 달리다 보니 마침내 좌우로 멀리 벽이 보여 행복했었지. 그러나 이 긴 벽들이 어찌나 빨리 마주 달려오는지 어느새 나는 마지막 방에 와 있고, 저기 저 모퉁이엔 내가 달려 들어갈 덫이 놓여 있어.” - “넌 오직 달리는 방향만 바꾸면 되는 거야” 하며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었다.(카프카,「작은 우화」) 카프카의 유고 중에는 쥐가 벽을 만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쥐는 무척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는데요. 허방 속에서 허우적댈 수는 없기에 기대어 설 수 있는 벽을 만나 반가워했지만, 오히려 그 벽에 훅 압사될 지경에 놓입니다. ‘아, 어쩌지?’ 그때 갑자기 .. 2017. 12. 14.
존 윈덤, 『트리피드의 날』 식물원에서 트리피드를 말하다 존 윈덤, 『트리피드의 날』식물원에서 트리피드를 말하다 나의 부모님은 식물을 좋아하신다. 아주. 집 앞 마실이건 가벼운 공원소풍이건 캐리어 챙겨든 장거리여행이건 간에, 두 분과 함께라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불시에 가르침이 치고 들어오고(“저기 저거, 뭔지 아니? 저건 우묵사스레피나무란다”), 느닷없는 퀴즈의 고비들을 숱하게 넘겨야하기 때문이다 (“자, 어제 저 나무 이름 가르쳐줬지? 맞춰봐.”). 그리고, 재작년 어느 날의 나처럼 이랬다가는 끝장이다. “오목이었나 볼록이었나. 아... 볼록사슬 어쩌구 칡나무?”짠, 이제 우묵사스레피나무가 보일 때마다 놀림당하기 연간회원권을 획득하셨습니다. 사정이 그러하니, 제주도 여행 스케줄에 부모님이 유료 식물원 방문을 꾹꾹 욱여넣으신 것은 충분히 예상하고도 남.. 2017. 12. 13.
“이 책은 다만 『삼국사기』를 이야기하는 책일 뿐” 『삼국사기, 역사를 배반하는 역사』“이 책은 다만 『삼국사기』를 이야기하는 책일 뿐” 좌우노소를 막론하고 말빨을 세우는 데 ‘역사’처럼 가져다 쓰기 좋은 재료는 없다. 이 말에는 어떤 부정적인 느낌도 담겨있지 않다. 오히려 반대다. 나는 그런 점에서 ‘역사’가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역사’가 객관적인 사실들의 집합으로, 정말 순수하게 그렇게 다뤄지는 것이라면 그것은 이미 생명을 다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누구도 ‘역사’를 입에 올리지 않으리라. 결국 역사를 읽고 공부한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 혹은 사건들의 집합체로서, 혹은 병렬체로서의 연대기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관점 아래에서 직조된 역사 기술을 이해하는 작업이다. 역사가들은 저마다 무엇을 기억해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고민함으로.. 2017. 12. 12.
2017 북드라망 북어워드 _ 올해 북드라망을 빛낸 책들~* 2017 북드라망 북어워드 _ 올해 북드라망을 빛낸 책들~* 안녕하세요! 올해 처음으로 개최하는 “북드라망 북어워드” 현장, 북드라망 블로그를 찾아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2017년 새해는 북드라망뿐만 아니라 출판계 전체에 전해진 ‘비보’로 시작되었지요. 바로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도매서점인 송인서적의 부도 소식이었답니다. 북드라망은 매월 말일에 송인서적으로부터 가져간 책에 대한 지불을 받고 있었는데요, 연말에 입금되지 않았을 때만 해도 바빠서 그렇겠거니 연초에 바로 입금되겠거니 마음을 놓고 있다가 믿기지 않는 소식을 듣게 된 거였지요. 출판계의 여러 분들이 모여서 대책을 논의하는 것을 믿고 기다리는 것과 별개로, 참 저희처럼 조그만 출판사가 그런 일을 당하니까 여파가 상당하긴 했습니다.아무튼 그 .. 2017. 1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