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드라망1258 광신의 시대에, 모든 권위를 의심하다 광신의 시대에, 모든 권위를 의심하다 명랑한 회의주의자, 미셸 드 몽테뉴 1560년, 수년간 ‘진짜’ 마르탱 게르 행세를 한 ‘가짜’ 마르탱 게르에 대한 재판이 파리 고등법원에서 진행되었다. 『마르탱 게르의 귀향』이라는 책과 영화로도 잘 알려진 이 희대의 사건은, 재판 말미에 진짜 마르탱 게르가 출현하는 대반전을 거쳐 가짜 마르탱 게르가 처형당하는 것으로 종결되었다. 당시 보르도 고등법원에서 근무하면서 이 사건을 전해 들은 몽테뉴는, 이 사건의 진실을 법으로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가짜 마르탱 게르는 최선을 다해 진짜 마르탱 게르로 살았고, 진짜의 죽마고우도 아내도 모두 가짜 마르탱 게르를 진짜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진실은 대체 어디에 존재하는가. 법이 진실을 판단할 권리와 능력이 있는가.. 2014. 5. 16. 피로는 간장혈 때문이야?! - 중봉혈 중봉, 피로야 가라 잠은 소중해 “다크써클이 광대뼈까지 내려앉았네요.” 감성 2학년 학인 한 분이 내게 던진 비수 같은(?) 말이다. 얼굴 한가득 걱정스런 표정을 감추지 않고 다시 한마디 던지신다. “포성 공부가 사람 잡네요. 쯔쯧” 이번엔 혀까지 차신다. 나는 할 말이 없어서 머뭇거리다 부리나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와 베어하우스로 향한다. 길을 걸으면서도 머릿속에는 가서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한다. 독송에서 강의할 방제 발제해야 하고, 혈자리 원고 써야 하고, 『천 개의 고원』 세미나 발제해야 하고, 목성에서 강의할 『동의보감』 원고 써야 하고…. 두 주간 나에게 몰려 있는 일들로 머리가 복잡하다. 그 마음이 고스란히 얼굴에 드러난 것일까? 그러고 보면 사람들은 저마다 누군가에게는 의사다. 그.. 2014. 5. 15. 담이 잘 작동하면 온몸이 즐겁다! -담(膽)과 운명애 #운명애-담기주승(膽氣主升)-세네카 운명을 사랑하는 방법 담(膽)은 ‘쓸개’라고 부르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웅담(熊膽)은 곰의 쓸개를 말한다. 오래전 곰의 몸에 관을 꽂아 쓸개즙(담즙)을 빨아먹다가 쇠고랑 차는 뉴스를 본적 있다. 정말이지, 나이든 아저씨들이 함께 모여서 즙을 빨아먹는 모습은 그야말로 그로테스크했다. 이 장면을 엘 그레코의 방식으로 그림 그리면, 그 어떤 그림보다 초현실적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좀비의 세계가 바로 이런 모습 아닐까 싶다. 아, 지옥이란 저 너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저 TV에 있구나. 이제 나도 그 아저씨가 되었다. 나는 어떤 즙을 빨아 먹고 있을까. 그러나 지옥이 그리 멀리 있지 않은 것처럼, 천국도 그리 멀지 않다. 담은 간 아랫부분에 붙어 있는 배 모양의 주.. 2014. 5. 14. [노론백수 1세대 김창협] 앵무새같은 글쓰기는 이제 그만! 문장에 ‘생기’(生氣)를 불어넣기! 글쓰기, 어떻게 쓸 것인가? 농암 김창협에게는 ‘독서와 글쓰기’가 가장 중요한 생업이었다. 백수 선비로서 자신을 살리고,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독서와 글쓰기’ 외에 다른 뾰족한 대책이 있을 리 없었다. 농사나 장사를 해서 생업에 종사한다면 모를까,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지식인으로 살려면 책을 읽고 글 쓰는 일 말고 그 무엇으로 존재를 증명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니 농암이 부지런히 공부하고 글을 썼다는 사실 자체는 조선시대 지식인 선비로서 유난스럽게 대서특필할 사안은 아니다. 농암 말고도 뜻을 품은 선비라면 대부분 독서와 글쓰기를 전업으로 삼았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농암의 독서와 글쓰기에 대해 특별히 거론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그것은 농암이 ‘어떻게 .. 2014. 5. 13. 이전 1 ··· 164 165 166 167 168 169 170 ··· 3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