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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탁네트워크107

[돼지 만나러 갑니다] ‘그 쪽’으로 가는 길 ‘그 쪽’으로 가는 길 새벽이생추어리에 가면 새벽이와 잔디 뿐만 아니라 온갖 이질적인 존재들과 접촉한다. 식사를 준비하며 고구마, 비트, 호박, 보리, 서리태, 시금치 등의 식재료를 손질하고, 물그릇에 미강을 넣고 손으로 휘휘 저어 섞어준다. 새벽이와 잔디의 분비물이 묻은 밥그릇과 물그릇을 설거지하다 보면 물이 옷에 튀고, 덩굴 잎을 채취하느라 잎 사이를 헤집다 보면 씨앗이 옷에 달라붙고, 진흙 위를 걷다 보면 흙탕물이 바지에 묻어 얼룩이 진다. 돌봄을 마치고 나면 내 몸은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은밀한 존재들이 우글거리는 작은 아지트가 된 기분이다. 그리고 귀가하는 길에 지하철에서 겪은 일이 떠올라 이런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 더운 여름 날 돌봄활동을 하다 보면 많은 것들이 내 몸에 들러붙는다. 나는.. 2023. 8. 30.
[요요와 불교산책] 부처님의 죽음, 완전한 열반 부처님의 죽음, 완전한 열반 “아난다여, 그대는 나를 위해 쌀라 쌍수 사이에 머리를 북쪽으로 한 침상을 만들어라, 아난다여, 나는 피곤하니 누워야겠다.”(『디가니까야』 「대반열반경」) 아난다는 두 그루 나무 사이에 머리를 북쪽으로 침상을 마련했다. 부처님은 오른쪽 옆구리를 밑으로 하여 사자의 형상을 취한 채, 한 발을 다른 발에 포개고, 새김을 확립하고 올바른 알아차림을 갖추며 누웠다. 꾸시나라의 말라족을 불러 작별인사를 나누고, 제자들과도 마지막 대화를 나누었다. “방일하지 말고 정진하라”는 말씀을 끝으로, 마음을 집중한 고요한 상태로 완전한 열반에 들었다. 부처님의 열반상이 옆으로 누운 모습을 하고 있는 까닭이다. 프롤로그: 부처님 없는 승가에 대한 암시 기원전 6~5세기, 부처님이 활동한 북인도 지.. 2023. 8. 16.
[공동체지금만나러갑니다] 뒤서는 에코실험실 파지사유의 넥스트 제네레이션 뒤서는 에코실험실 파지사유의 넥스트 제네레이션 김고은(문탁네트워크) 7월에 인터뷰한 달팽이 쌤과 뚜버기 쌤이 파지사유의 ‘올드’한 세대라면 이번 달에 인터뷰한 참 쌤과 토토로 쌤은 파지사유의 ‘영’한 세대다. 참 쌤과 토토로 쌤이 모두 70년대생이니 영하다고 부르기에 적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앞세대에 비하면 어리고, 본격적으로 활동한 연차도 짧으니 분명 영은 맞다. 두 분이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신 지 오래 되진 않았지만, 내가 이곳에서 두 분을 만난 지는 꽤 오래되었다. 나와 참 쌤은 문탁네트워크에서 열린 초등한문서당의 선생님과 학부모로 먼저 만났다. 문장을 술술 암송하던 서인이는 그야말로 서당의 인재였는데다 워낙 서당에 오래 다녔던 터라 마지막엔 서인이 만을 위한 졸업식과 사진집을 만들어 .. 2023. 8. 14.
[기린의 걷다보면] 이런 조합 처음이야! 이런 조합 처음이야! 정말 갈 수 있을까 올해 2월 정월대보름날, 우리 집에서 저녁을 먹는 모임이 있었다. 공동체에 인문학 공부를 하러 와서 인연을 맺은 친구들 중에서 비혼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모임이다. 그렇다고 특별한 주제가 있거나 하는 건 아니고, 시간이 되면 모여서 밥 먹고 수다나 떠는 취지로 모였다. 작년 8월에 총 일곱 명이 모였는데, 하는 공부도 다르고 했던 시기도 제 각각이라 그 날 처음 만난 친구들도 있었다. 그 후 두 번 정도 만났으니 아직은 조금은 서먹한 사이들이었다. 이 날 저녁은 보름에 어울리는 음식들을 각자 조금씩 챙겨 와서 한 상 차려놓고 맛있게 먹었다. 서로의 근황을 나누는 와중에, 20년 근속을 끝으로 직장을 그만두는 친구가 제주 한 달 살기 여행 계획을 밝혔다. 자신이 여행.. 2023.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