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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평 아파트, 그곳에선 무슨 일이? 30평 아파트, 그곳에선 무슨 일이? 어렸을 적,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매번 전세와 월세를 옮겨 다녔다. 그래서 ‘내 집이 없다.’는 것은 나에게 가난과 불행의 언표였다. 항상 그랬듯이, 계약 기간이 만료되었고, 집주인으로부터 집을 비우라는 통보를 받았다. 나는 또 다시 셋방살이를 하기가 싫었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집을 사겠다고 ‘선언!’했다. 강남 집값에 비하면 인천 집값은 굉장히 싸다. 그래도 30대 정규직이 집을 마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연봉이다. 그래서 나는 은행에서 1억 3천만 원을 대출받기로 했다. 그것도 무려 30년 할부로! '빚'에 포획되다! 『천개의 고원』의 저자들이 인용한 챌린저 교수의 말에 따르면, 지구는 습곡작용(=주름)과 퇴적작용(=쌓임)을 반복하면서 자기 나름대로 조직화를.. 2020. 3. 11.
[내인생의주역] ‘浚恒(준항)’의 함정 ‘浚恒(준항)’의 함정 ䷟雷風恒 恒, 亨, 无咎, 利貞, 利有攸往. 初六, 浚恒, 貞凶, 无攸利.九二, 悔亡. 九三, 不恒其德, 或承之羞, 貞吝. 九四, 田无禽. 六五, 恒其德, 貞, 婦人吉, 夫子凶. 上六, 振恒, 凶. 뇌풍항 괘는 오래도록 지속하는 도(道)를 이야기하는 괘이다. ‘항(恒)’이라고 하면 항상성, 항심, 지속하다, 꾸준하다, 변함없다 등등의 단어들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게 참 어렵다. 작심이 삼일에 그쳐서 좌절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마음을 단단히 먹지 못한 나를 탓하며 더 굳게 각오를 다진 것도 부지기수다. 그런데 항 괘의 초효에서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浚恒(준항), 貞凶(정흉), 无攸利(무유리). 정이천은 이렇게 풀이한다. 준(浚)이란 ‘깊게 하는 것’이.. 2020. 3. 10.
'오늘'을 살아가기 '오늘'을 살아가기 나의 의식은 결국 '기억'에 근거해 있게 마련이다. 모든 기억을 남김없이 지울 수 있다면, 의식도 사라질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 그건 매순간 살아가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결국 현재 일어나는 일과 기억은 서로를 지탱하고 있는 두 항과 같은 것이다. 문제는 지금, 여기를 살지 않고 '기억'에 따라 그것들을 이렇게 저렇게 해석해 버리는 것이다. 해석하고는 곧장 기억장 안에 저장해 버린다. 지금, 여기, 오늘이 그렇게 사라지고 만다. 차라리 지금 여기의 사건을 토대로 기억를 재구성한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나'라는 인간이 다시 태어나는 건 바로 그 매커니즘 속에서다. 오늘 겪은 그 일을 통해 거듭나는 매커니즘 말이다. 나와 가족 그리고 가까운 이들을 .. 2020. 3. 9.
Blur, [Modern life is rubbish] - 내 인생의 밴드 Top20 쯤 들어가는 밴드 블러 [Modern life is rubbish] - 내 인생의 밴드 Top20 오아시스의 오래된 팬으로서, 블러에 관해 말하자면, 음……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그 느낌이 어디에서 연유한 것인지 딱히 꼬집어 말할 수는 없다. 그냥 지표상으로는 앨범 판매량에서도 밀리고, 챠트 순위들도 밀리는 감이 있고, 발매한 앨범의 종수에서도 밀리며, (거의 확신하는 바이지만) 팬 수에서도 아마 밀리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그건 말 그대로 지표, 결국엔 숫자에 관한 것이다. 내가 받은 그 '느낌'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니까 그 옛날(20년 전)부터 이쪽(블러)보다는 저쪽(오아시스)을 더 좋아한 것일 테지……. 다만, 이제와 생각해 보니, 어째서 이 밴드는 '죽이는데, 저 밴드는 '그다.. 2020.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