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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형제, 메르헨을 발견하다 그림 형제, 메르헨을 발견하다 동화를 읽어 뭐하나 어떤 경험이 꼭 우리를 성숙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매순간이 다 드라마틱했지만 육아를 통해 내가 무엇을 얻고 있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엄마된 지 십 년인데 도무지 내가 훌륭해졌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경력이 단절되는 것이 두렵고, 아이에게 도대체 뭘 해주고 있는지 정신도 없다. 애들도 잘 커야겠지만 나도 잘 자라야 하는데 매일 아침마다 어리둥절하다. 도대체 엄마란 어떤 존재일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있는 것일까? 어느새 저녁 8시다. 어디선가 풀썩 풀썩 둥둥 집이 울린다. 여기는 바닷속. 두 마리 해파리는 바다생물답게 이불 위에서 헤엄을 치는 중이다. 하지만 물고기도 밤에는 자야 하지. 자, 책을 읽고 잠을 .. 2020. 10. 26.
『논어』, 절대언어와 역사화 사이(3) - 공자의 언어감각 『논어』, 절대언어와 역사화 사이(3)- 공자의 언어감각 “나는 말 잘하는 사람을 미워한다” 공자가 말 잘하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학이’(學而) 편에 “교언영색 선의인”(巧言令色,鮮矣仁)이라 해서 인(仁)과 대척점에 있는 악덕으로 교묘한 말재주[巧言]를 앞세우고 있으니 두말할 게 없다. ‘교언’은 여러 가지로 변주된다. 구변(口辯)이라 하기도 하고 이구(利口)라고도 하며 구급(口給)이라고도 하는데 녕(佞)이라는 한 글자를 쓰기도 한다. 다양한 표현은 교묘한 말솜씨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경멸감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영인(佞人)은 공자가 싫어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다. 공자 같은 유덕자(有德者)도 사람을 미워하나? ‘양화’(陽貨) 편에, 자공이 “군자도 미워하는 게 있습니까?”.. 2020. 10. 23.
[연암을만나다] 출세하지 않아도 출세하지 않아도 ‘연암’하면 우정, 그중에서도 많이 이야기되는 것이 ‘백탑청연’이다. ‘백탑청연’이라 불리는 연암을 비롯한 이덕무, 이서구, 서상수, 유금, 유득공은 모두 백탑 근처(지금의 서울 종로)에 살면서 매일같이 글 짓고, 읽고, 술 마시고, 풍류를 나눴다. 여기에 박제가, 홍대용, 백동수까지 늘 왕래했으니 상당 규모의 우정 네트워크다. 거문고를 뜯다가도 시를 짓고, 갓 하나를 놓고서도 줄줄이 문장을 짓는 이 문인들 사이에 무사가 하나 있었으니, 백동수(이하 영숙)다. 영숙은 ‘조선 최고 무사’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재능과 실력이 뛰어났음에도 서얼이라는 신분 때문에(당시 급제자는 많고 벼슬자리는 적었다. 서자 출신은 등용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적절한 자리를 얻지 못했다. 서른하나의 창창한 청년.. 2020. 10. 22.
[발견한서라는역사책] 왕자들의 ‘버닝썬’, 그들은 왜? 왕자들의 ‘버닝썬’, 그들은 왜? 버닝썬, 21세기 신종 아귀들 얼마전 ‘버닝썬’ 사건이 터졌다. 버닝썬이라는 클럽에서 일어난 폭력사건이 시작이었다. 폭력사건의 가해자로 억울하게 몰린 이가 버닝썬의 그 끔찍하고 음침한 진실을 폭로한 것이다. 아이돌의 어마어마한 성공과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화려하고 스웩 넘치는 사생활! 그 뒤에 감추어진 술, 마약, 폭력, 강간, 성접대, 횡령, 돈세탁! 그리고 또 다른 아이돌들의 강간 동영상! 물론 돈과 권력의 유착도 빠지지 않았다. 미투, 빚투, CEO들의 갑질 사건, 버닝썬의 대환장 대환락 난장 파티로 인해 대한민국은 연일 충격의 도가니였다. 사건들이 줄지어 터지고, 그 강도가 날로 더 세지는 바람에 경악을 넘어 사고 정지 상태에 이른 듯 멍할 뿐이었다. 도대체 우리.. 2020. 10.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