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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에 대하여 - 『낭송 이옥』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하여 『낭송 이옥』을 읽고 내가 뽑은 이옥의 베스트 문장들 이상하구나! 먹은 누룩이 아니고, 책에는 술그릇이 담겨 있지 않은데 글이 어찌 나를 취하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장차 항아리 덮개나 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글을 읽고 또 다시 읽어, 읽기를 사흘간 했더니 눈에서 꽃이 피어나고 입에서 향기가 풍겨 나와, 위장 속에 있는 비릿한 피를 맑게 하고 마음속의 쌓인 때를 씻어내니, 정신을 즐겁게 하고 몸을 편안하게 하여 자신도 모르게 장자가 말한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에 들어가게 한다. 이걸 읽으니 왠지 따라해야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이틀 동안 조금씩 책을 낭송해 보았다. 계속 낭송을 하다가 목에 침이 마르기만 하고 비록 이옥이 말한 상쾌한 기분은 느끼지는 못했지만, 그의 표현에 나.. 2021. 8. 23.
[헤테로토피아] 에피스테메, 아이러니한 주체탐구의 출발 『말과 사물』 에피스테메, 아이러니한 주체탐구의 출발 세계는 취약하고 위태롭다 숨이 콱콱 막힐 듯한 오후의 햇살이다. 고등학교 시절, 고향 집은 바다와 가까웠다. 여름 방학에는 오후 두 시만 되면 해변에 나가 저녁때까지 바다를 바라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별로 하는 일 없이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며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겼다. 들고 간 라디오를 듣고, 꾸벅꾸벅 졸음이 오면 그대로 돗자리에 누워 잤다. 그러다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깨면 바다에 들어가 실컷 헤엄을 쳤다. 그리고 올라와 모래 속에서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뒹굴었다. 대부분을 그저 멍하니 보냈다. 살갗을 햇볕에 태우고 헤엄을 치고 라디오를 듣고 잠을 잤다. 나미의 ‘빙글빙글’이나 김완선의 ‘오늘밤’ 따위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뒹굴다 마치 .. 2021. 8. 20.
[내인생의주역2] 길섶마다 숨어있는 행운을 만나려면 길섶마다 숨어있는 행운을 만나려면 天風 姤 ䷫ 姤, 女壯, 勿用取女 구괘는 여자가 힘이 센 것이니, 그 여자에게 장가들지 말아야 한다. 初六, 繫于金柅, 貞吉, 有攸往, 見凶, 羸豕孚蹢躅. 초육효, 쇠로 된 굄목에 매어 놓으면 바르게 되어 길하고, 나아갈 바를 두면 흉한 일을 당하리라. 힘없는 돼지는 날뛰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九二, 包有魚, 无咎, 不利賓. 구이효, 꾸러미에 물고기가 들어옴은 허물이 없으나 손님에게는 이롭지 않다. 九三, 臀无膚, 其行次且, 厲无大咎. 구삼효, 엉덩이에 살이 없으나 나아가기를 머뭇거리니, 위태롭게 여기면 큰 허물이 없다. 九四, 包无魚, 起凶. 구사효, 꾸러미에 물고기가 없음이니, 흉한 일이 일어날 것이다. 九五, 以杞包瓜, 含章, 有隕自天. 구오효, 구기자나무 잎으.. 2021. 8. 19.
[청년주역을만나다] ‘동몽(童蒙)’이 구해야 한다 ‘동몽(童蒙)’이 구해야 한다 관장님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 나에게는 간디학교가 세상 전부였다. 친구들과는 함께 뛰어놀며, 학교 규칙을 어기면서 게임도 하고 학교 밖에 있는 마을 매점에 들락거렸다. 선생님들에게 걸릴까 봐 긴장 속에서 먹던 라면의 맛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선생님들과도 잘 지냈다. 같이 축구도 하고 장난도 쳤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무례했던 장난들도 쳤다. 수업 시간에 수업 진행을 못 할 정도로 웃고 떠들기도 했고, 둘째가 생긴 남자 선생님에게 야한 농담도 했었다. 어휴….. 그때를 생각하면 너무 부끄럽다. 이때는 세상 모든 어른이 간디학교 선생님들처럼 나를 이해해주고 혼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학교를 자퇴하고 택견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했을 때 그저 .. 2021. 8.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