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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0

프롤로그 - 아빠여서 읽은 책이라니? 프롤로그 - 아빠여서 읽은 책이라니? ‘책’으로 ‘육아’를 한다는, 이른바 ‘책육아’담론이 있다. 좋은 내용들이다. 그런데 나는 그런 담론들을 마주할 때마다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 담론들이 향하고 있는 방향이 대부분 우리 아이의 ‘훌륭한 성장’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훌륭한 성장’이란, 사고력의 향상, 상상력의 확장, 끈기의 함양 같은 좋은 덕목들을 갖추며 자라는 것이다. 세상에 어느 부모가 아이에게 그러한 것들을 갖추게끔 해주고 싶지 않겠나. 그런데 문제는, 그런 좋은 덕목들 속에 숨은 욕망이다. 어떻게하면 내 아이를 경쟁에서 탈락하지 않게 해줄 수 있을까 하는 그 욕망 말이다. 이를테면 어릴 때부터 책을 읽어서 사고력을 키워놓으면 학교 공부를 잘 할 수 있을 .. 2020. 2. 24.
스매싱 펌킨스 -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 돌아갈 수도 없고, 돌아가도 찾을 수 없는 것들 스매싱 펌킨스 -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 돌아갈 수도 없고, 돌아가도 찾을 수 없는 것들 대학교 4년에 군대 2년, 도합 6년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폴더가 주류이던 핸드폰들이 슬라이드로 바뀐 것 말고도(그때 나는 키패드를 찾지 못해 얼마나 놀랐었던가….) 크게 변한 것들이 있었다. 중, 고등학교 내내 들락거렸던 동네 음반가게(상호가 '골든디스크'였다.)가 사라졌고, '오늘의 책'이 문을 닫았으며, 신촌에 있던 '신나라 레코드'가 매장 평수를 줄여서 이전하였다. 이전하면서 호화롭기 그지 없었던 별도의 클래식 코너는 아예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더 놀라웠던 변화는 음반가게 진열대가 상당수의 수입반으로 채워져 있었던 것이었다. 라이센스반 자체를 찾기가 .. 2020. 2. 21.
[연암을 만나다] 웬수에서 벗되기 웬수에서 벗되기 요즘 내가 주로 활동하는 곳은 주방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밥을 먹고, 연구실 식구들이 돌아가면서 밥당번을 하고, 온갖 선물들까지! 주방에는 수많은 마음들이 오간다. 이런 주방의 전체적인 흐름을 보고, 막힌 곳 없이 잘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 주방매니저의 임무다. 그런데 주방매니저인 나와 명이언니는 흐름을 만들기보다는 자꾸 삐걱거렸다. 언니는 저번 시즌에 이어 계속 주방 매니저를 하면서 처음 시작했을 때의 의욕이 많이 사라졌고, 주방인턴에서 주방매니저가 된 나는 주방을 주도적으로 이끌겠다는 생각보다는 여전히 언니에게 묻어가려는 마음이 있었다. 그 결과 우리는 한 팀임에도 불구하고, 개인플레이를 했다. 각자 자기가 맡은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 할 뿐, 그 외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 2020. 2. 20.
김연수, 『소설가의 일』 - 문장의 일 김연수, 『소설가의 일』 - 문장의 일 『소설가의 일』을 두번째 읽고 있다. 그냥 양量으로만 따져보자면, 서너번째일수도 있다. 여기저기 아무 곳이나 펼쳐서 읽기도 했으니까. 그만큼 좋아한다는 이야기인데, 어째서 그런가 생각해 보면, 문장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문장이 전부다"라는 맥락의 말이 있다. 그것도 이 책에서 본 말인데, 정말 그렇다. 흔히 생각하고, 그걸 정리한 내용을 글로 쓴다고 믿지만, 그건 사실 환상에 가깝다. '쓰기'가 먼저다. 좀 이상한 말이지만, '내용'은 '나'가 '생각' 하는 게 아니다. 내용은 '쓰기'가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건 그저 그걸 새로운 문장으로 만드는 일 밖에 없다. 특별하다할 것이 없는 '내용'임에도, 새로운 '문장'으로 말하면 매력적으로 변한다. 그러니.. 2020. 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