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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먹고 말거야! - 제이와 포도 포도의 계절 제이랑 나랑 자주 다니는 길에 과일가게가 하나 있다.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려면 이 가게 앞을 지나야 한다. 가게 안에는 과일들이 박스로 쌓여 있다. 가게 바깥으로까지 수박, 참외, 복숭아, 토마토 등등이 쏟아져 나와 있다. 반짝이 달린 찢어진 티셔츠를 입고 이마에 빨간 스카프를 질끈 동여매고 소형 마이크를 입 앞에 단 아저씨가 땅바닥을 발로 쿵쿵 울리면서 “둘이 먹다 셋이 죽어도 몰라요! 꿀복숭아 다섯 개 삼천 원, 삼천 원!” 하면서 외친다. 어디? 정말? 지나가던 사람들이 고개를 쭉 빼고 가게 앞으로 모여든다. 이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휠체어 지나가기가 힘이 든다. 횡단보도 신호등이 녹색등에서 빨간불로 바뀌려고 하는데, 바뀌기 전에 빨리 횡단보도를 건너.. 2012. 8. 28.
고미숙의 신간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출간!!! 바야흐로 힐링과 치유의 시대다. 그만큼 아픈 사람이 많다는 뜻이리라. 아닌 게 아니라 상처 혹은 트라우마라는 말은 이제 흔하다 못해 상투어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풍요로운 시대에 이렇게 아픈 사람들이 많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더 놀라운 건 힐링이 넘칠수록 상처 또한 더 깊고 다양해진다는 것. 왠지 ‘야릇한’ 공모 관계가 느껴지지 않는가. 힐링은 상처를 만들어 내고 또 ‘만들어진 상처들’은 치유의 항목들을 늘려 주는 식으로 말이다. 더 끔찍한 건 이런 배치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자신으로부터 멀어진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건 더 좋은 힐링, 더 많은 치유가 아니다. 힐링과 상처의 공모관계를 해체하고 전혀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삶의 일방향으로 이끄는 거울을 깨뜨리고 자신의 삶을.. 2012. 8. 27.
저주스러운 시대, 지금 가장 무서운 적은 어디에 있는가? 루쉰과 적들 루쉰은 적과 대놓고 싸울지언정 뒤에 숨어 냉소를 보내진 않았다. 그만큼 적들에게 최선을 다했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후면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옆으로 서는’ 수밖에 없어서, 정말 힘이 드네”라고도 했다. 적들은 루쉰의 에너지를 한없이 갉아 먹었다. 그만큼 목숨 걸고 싸웠다는 말이었다. 적들은 도처에서 나타났다. 그가 나타나면 마치 자석에 쇠붙이가 붙듯이 어느새 적들이 나타나서 달라붙었다. 적들이 그를 부른 것일까, 그가 적들을 만든 것일까? 그 적들을 찾아가 본다. ‘낡은 것’이 적이다 북경여사대 사건 이후 루쉰은 샤먼(廈門)과 광저우(廣州)로 떠돌아 다녀야 했다. 하지만 그곳도 루쉰의 눈에 거슬리는 일이 한둘이 아니다. 그 시절 편지글에 “베이징이 큰 도랑이라면 샤먼은 작은 .. 2012. 8. 27.
'졸음줄' 잡을 땐 여기, 대도혈 자야 산다 최정옥(감이당 대중지성) 너무 졸렸다. 시도 때도 없이 졸렸다. 운전을 하고 가는데 버스 뒤를 따라가고 있다. 아뿔사 버스 차로로 접어든 것이다. 왜? 깜빡 졸아 달리던 차선을 이탈한 거다. 이 정도면 거의 도로의 테러수준이다. 올 여름 정신줄을 완전히 놓아버린 내가 저지른 몇 가지 악행중 하나다. 천지의 도움이 있었는지, 무의식의 눈이 나를 깨웠는지는 알 수 없으나 위기의 순간 직전에 각성이 있었다. 그러나 더욱 아찔했던 것은 졸음이 몰려온다는 것을 인식하고 미처 대처하기도 전에 이미 졸고 있었다는 것이다. 왜 그리 졸렸던 것일까? 너무 더워서? 원래 정신줄이 없어서? 오늘의 혈자리를 보면서 정신도 차려보자. 잠 좀 자자 Henry Meynell Rheam의 . 우리도 잠을 자야 미모를 유지.. 2012. 8.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