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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113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배움의 책, 사람됨의 책 공자의 『논어』 배움의 책, 사람됨의 책, 공자의 『논어』 ‘누구나’가 아닌 ‘누군가’를 위한 말씀 『논어』 『논어』(論語)는 동아시아 최고의 고전이다. 시간이 지나고 세대가 바뀔 때마다 『논어』는 쉬지 않고 읽혀 왔고 또 새롭게 출간되어 왔다. 아무리 유학이나 공자와 무관한 사람도 "배우고 때에 따라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로 시작하는 『논어』의 몇 구절쯤은 익숙하다. 어떤 의미에서 『논어』는 그냥 아는 책, 읽은 것 같은 고전이다. 『논어』는 공자와 제자들이 나눈 담화(discourse), 즉 ‘말씀들’이다. 허나 총 20편, 500여 문장으로 이루어진 『논어』 어디에도 현실과 동떨어진 신비로운 말 같은 건 없다. 공자와 제자들은 웃고 싸우고 토론한다. 주제는 사소한 일상으로부터 나라를 경영하.. 2014. 6. 16.
광신의 시대에, 모든 권위를 의심하다 광신의 시대에, 모든 권위를 의심하다 명랑한 회의주의자, 미셸 드 몽테뉴 1560년, 수년간 ‘진짜’ 마르탱 게르 행세를 한 ‘가짜’ 마르탱 게르에 대한 재판이 파리 고등법원에서 진행되었다. 『마르탱 게르의 귀향』이라는 책과 영화로도 잘 알려진 이 희대의 사건은, 재판 말미에 진짜 마르탱 게르가 출현하는 대반전을 거쳐 가짜 마르탱 게르가 처형당하는 것으로 종결되었다. 당시 보르도 고등법원에서 근무하면서 이 사건을 전해 들은 몽테뉴는, 이 사건의 진실을 법으로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가짜 마르탱 게르는 최선을 다해 진짜 마르탱 게르로 살았고, 진짜의 죽마고우도 아내도 모두 가짜 마르탱 게르를 진짜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진실은 대체 어디에 존재하는가. 법이 진실을 판단할 권리와 능력이 있는가.. 2014. 5. 16.
바다를 동경했던 담대한 소년, 최남선의 글과 삶 ‘문명’에 굽힌 지조, 지식인의 숙명인가 신문화운동의 기수, 최남선 1906년 3월, 17세의 최남선(崔南善, 1890~1957)은 일본 와세다대 고등사범부 지리역사과에 입학하기 위해 바다를 건넜다. 초행길은 아니었다. 이태 전인 1904년에도 일본을 다녀간 적이 있었다. 그는 대한제국 황실유학생단의 최연소 유학생이자 반장이었다. 당시 열다섯이었던 소년의 눈에 비친 일본은 이전까지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 듣던 과거의 일본이 아니었다. 그곳은 눈부신 신세계였다. 그 신세계의 거리에서 소년은 서점 유리창 너머로 매달 쏟아지는 수십 종의 잡지들에 매혹당했다. 소년에게 그것은 문명의 상징이었다. 두 차례에 걸친, 그리고 남들보다 비교적 일찍 시도된 그의 유학 생활은 모두 짧게 끝이 났다. 도쿄부립 제1중학에서의 .. 2014. 4. 8.
'오래된 미래', 국가 없이 사는 법 '오래된 미래', 국가 없이 사는 법장주의 『장자』 제후들이 패권을 다투던 중국의 전국시대 중엽. 초나라 위왕이 한 사나이에게 재상을 약속하고 예물을 보냈다. 이 사나이는 위왕의 제의를 단번에 거절한다. "차라리 더러운 시궁창에서 즐겁게 살지언정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의 속박을 받고 싶지 않습니다. 평생 벼슬을 하지 않고 내 맘대로 살겠습니다." 이 사나이, 그 유명한 장자다. 이름은 장주, 송나라 몽(蒙) 지역 출신으로, 노자와 더불어 도가사상의 양대 거목 중 하나로 청예되었던 '그' 장자. 장자는 짚신을 엮고, 목덜미는 비쩍 마르고, 얼굴이 누렇게 떴을 정도로 생계가 어려웠다. 곡식을 빌러 다니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온갖 호사를 하다 거룩하게 희생되는 '소'보다는 하찮지만 오래 사는 '돼지'가 낫고, .. 2014. 3.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