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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하야오-일상의애니미즘] 자기만의 방에서 한 걸음 《마녀 배달부 키키》 ① 공간편 자기만의 방에서 한 걸음 시계 없는 마을과 시계 있는 마을 《마녀 배달부 키키》에는 두 개의 포스터가 있다. 하나는 아래로 바닷가 마을이 펼쳐져 있는 하늘 위를 키키가 부웅 난다. 다른 하나는 어두운 빵집 안에서 키키가 턱을 괴고 유리창 바깥의 풍경을 바라본다. 둘이 한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정반대의 분위기다. 이처럼 미야자키 하야오에게 키키는 가벼운 생기와 무거운 고독을 함께 껴안은 인물이다. 그래서 《마녀 배달부 키키》는 확 뚫린 창공과 꽉 닫힌 방이라고 하는 전혀 다른 두 개의 포스터가 필요할 정도로 소녀의 복잡한 수련기가 된다. 미야자키는 이 강도 높은 차이를 고향 마을과 바닷가 도시로, 도시와 숲으로 나누어서 심도 있게 다룬다. 우선 바닷가에 붙은 항구 .. 2023. 12. 7.
[내인생의주역시즌2] 아름다운 것에게 복귀한다 아름다운 것에게 복귀한다 地雷 復 ䷗ 復, 亨. 出入无疾, 朋來无咎, 反復其道, 七日來復. 利有攸往. 복괘는 형통하다. 나가고 들어오는 데에 문제가 없으며 벗들이 와야 허물이 없다. 그 도를 반복하여 7일 만에 돌아와서 회복하니, 나아갈 바를 두는 것이 이롭다. 初九, 不遠復, 无祗悔, 元吉. 멀리 가지 않고 돌아오는 것이니, 후회에 이르지 않아서 크게 길하다. 六二, 休復, 吉. 아름답게 돌아옴이니, 길하다. 六三, 頻復, 厲, 无咎. 자주 돌아옴이니, 위태로우나 허물이 없으리라. 六四, 中行, 獨復. 중도를 행하여서 홀로 돌아온다. 六五, 敦復, 无悔. 돈독하게 돌아옴이니 후회가 없다. 上六, 迷復, 凶, 有災眚. 用行師, 終有大敗, 以其國, 君凶, 至于十年, 不克征. 혼미하게 돌아옴이라 흉하고 하늘.. 2023. 12. 6.
[월간 이수영] 스피노자와 칸트의 자유는 어떻게 다른가? 스피노자와 칸트의 자유는 어떻게 다른가? 월간 이수영 2022년 12월호 일본의 철학자, 고쿠분 고이치로 선생은 『중동태의 세계』에서 ‘책임과 의지’의 문제를 이야기합니다. 자유의지는 과거로부터 이어오는 원인을 끊어내고,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고쿠분 선생은 과거와 단절하는 자유의지로는 책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고쿠분 선생의 생각은 스피노자의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스피노자와 칸트는 책임과 관련한 자유(의지)와 주체의 문제에 관해 어떻게 다르게 이야기하고 있을까요? 스피노자의 자유: 필연성을 따르는 것 스피노자의 신은 ‘절대적 무한성’을 가집니다. 절대적으로 무한하다는 것은 내부에 모든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신 바깥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신.. 2023. 12. 5.
[행설수설] 한자를 사용하지 않고 문자를 아예 만들어버리는 유목민 한자를 사용하지 않고 문자를 아예 만들어버리는 유목민 *이 글은 강의의 일부 내용입니다. 몽골어를 배워 언어의 장벽을 넘은 파스파 몽골의 대칸 밑에는 많은 칸들이 있었어요. 칸들은 각국에 침략을 해서, 어떤 칸들은 약탈과 학살을 했고, 어떤 칸들은 사원을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보호하였습니다. 이렇게 침략과 충돌이 일어나는 혼란스러운 시기에, 파스파(phags-pa)는 고담 칸의 야영지에서 몽골어를 익히고 있었어요. 왜 몽골어를 배우고 있었을까요? 어떤 세계에 진입하려면 그 언어의 장벽을 통과해야 돼요. 언어를 통해 그 역사와 풍습, 그 삶의 방식을 배워야 내가 자유롭게 그 세계를 헤엄칠 수 있어요. 그래야 나의 성격이나 기질의 미덕을 발휘할 수가 있죠. 우리가 이런 언어의 기운을 돌리지 못하면 무력해져요... 2023. 1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