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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씨나 지중해] 손님맞이의 시간 손님맞이의 시간 북적였던 겨울 바르셀로나에도 봄바람이 분다. 2023년으로 해가 바뀐 게 얼마 전인 것 같은데, 벌써 달력이 3월로 넘어간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매년 매번 똑같은 소리를 반복하는 것 같다. 도대체 언제 시간이 이렇게 지났지? 내 나이 앞자리가 언제 바뀌었더라? 그렇게 십 년이 흐른다. 올해는 내가 한국을 떠나 산지 햇수로 십년 째 되는 해다. 이번 겨울은 내가 바르셀로나에 온 후 처음으로 손님들을 맞이하는 시간이었다. 그제야 내가 바르셀로나에서 보낸 시간이 벌써 꽤 흘렀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렇지만 나의 손님맞이는 이번에도 미숙했다. 원래도 가이드를 못 하기로 유명한 나이지만, 바르셀로나 도심으로 이사를 온 건 겨우 두 달 전인지라 정말 아는 게 없었다. 손님들이 오히려 바르셀로나 맛.. 2023. 5. 18.
[행설수설] 티베트 창조신화 티베트 창조신화 *이 글은 강의의 일부 내용입니다. 수행하는 원숭이 창조신화로 들어가 보면 태초에 혼돈이 있었고, 영겁의 시간이 흐른 뒤에 빛이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육지와 바다와 하늘이 나누어지고, 시간이 흐르면서 세상의 중앙에 거대한 땅이 솟아올랐습니다. 이것은 남성적 구조로 뜨거운 것이잖아요. 우리가 사는 곳은 뜨거운 불이 지배하는 세상이기 때문에 욕망의 불을 끄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다음에 남해에 관세음보살이 세상을 쭉 굽어보고 있었어요. 이런 얘기가 원래 이야기에 있었을 리가 없겠지요. 그때는 관세음보살을 몰랐을 텐데 관세음보살을 안 다음에 첨가를 했겠죠. 오래 전 그 티베트민족이 관세음보살을 어떻게 알겠어요. 이건 나중에 불국토가 된 다음에 첨가됐겠지요. 어쨌든 관세음보살이.. 2023. 5. 17.
[청량리발영화이야기] 충치 같은 지리멸렬한 삶 충치 같은 지리멸렬한 삶 (1961) | 감독 : 유현목 , 주연 : 김진규, 최무룡 | 107분 “어쩌다 오발탄 같은 손님이 걸렸어. 자기 갈 곳도 모르는” 영화 (1961)은 어느 가족에 대한 짧은 이야기지만, 오랫동안 암울함이 지속됐던 당시의 사회모습을 짜임새 있게 보여준 유현목(1925~2009) 감독의 수작이다. 영화 이 한국 고전영화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는 건, 동명의 원작소설을 뛰어넘는 유현목 감독의 진지하고 풍부한 디테일이 잘 살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적 빈곤과 부조리를 고발하고 사실주의적인 관점이 잘 드러난 영상미는 네오리얼리즘의 거장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영화 (1948)에도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1960년대는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로 불린다. 허나 대부분 멜로드라마와 스릴러, .. 2023. 5. 16.
[공동체, 지금만나러갑니다] 취업을 포기한 문탁네트워크의 세 청년 취업을 포기한 문탁네트워크의 세 청년 인문학공동체 문탁네트워크(이하 문탁)에는 공부방 회원이라는 정회원 개념이 있는데, 그중 청년은 셋이다. 나와 동은, 우현. 우리가 공부방 회원이 된 경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길드다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한다. 나와 동은이 문탁에서 생활한 지 각각 6년, 4년이 되던 2018년에 청년인문학스타트업 길드다가 만들어졌다. 당시 선생님 한 명과 청년 네 명으로 꾸려진 길드다는 2년 차에 주위를 맴돌던 래퍼 우현을 영입했다. 3년 차 여름에 동은이가 나가게 되었고, 4년 차인 2021년 1월 1일 내가 급성 간염으로 앓아누운 데다 코로나로 타격을 입어 여름부터는 자체 쇄신을 위한 회의를 시작했다. 같은 해 겨울에 결론적으로 길드다를 정리하기로 한 뒤, 다른 친구 둘은 뉴스레터 .. 2023. 5.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