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3618 페터 한트케,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 과거는 사라지지 않지만, 떠날 수는 있다 페터 한트케,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 과거는 사라지지 않지만, 떠날 수는 있다 ““여기 다시 온지 얼마 안 돼서 그래”하고 나는 그가 가고 난 뒤 혼잣말로 소리쳤다. 외투를 걸친 채 욕실로 들어가 나 자신보다는 거울을 더 들여다보았다.”(14쪽) ‘혼잣말’에는 전제가 있다. ‘말’이 사실은 ‘상호적’이라는 전제다. 그럴 것이 ‘말’은 ‘의미’의 묶음이다. 그래서,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고, 전달 받는다. 이를 두고 ‘소통’이라 부르는데, 이 시도는 대개는 실패한다. 오죽하면 정치인이고 연예인이고, 세상 전부가 ‘소통하자’고 달려든다. 다시 ‘혼잣말’을 살펴보자. 1인칭 화자(이하 주인공)는 소설의 3/2, 그러니까 클레어와 베네딕틴 모녀를 만나기 전까지 끊임없이 혼자 말한다. ‘말’을 .. 2020. 2. 17. 산울림 [The complete regular recordings in 1977-1966] - 이게 끝이 아니었다니 산울림 [The complete regular recordings in 1977-1966] - 이게 끝이 아니었다니 가지고 있는 많은 음반들 중에서 특별히 애착이 많이 가는 그런 음반이 한둘쯤……, 아니 서너장쯤, 음……, 아니 열 몇장쯤 있다.(더 늘어날 수도 있을 듯하지만) 오늘 소개할 음반도 그런 음반들 중 하나인데, 그 중에서도 매우 '스페셜하게 특별'하다. 말하자면 VVIP 같은 음반인데, 이었는데……. 무엇인고 하니, 밴드 '산울림'의 박스셋이다. 수록된 음반이 무려 8장이나 된다는 것 빼고는 특별히 특별할 것도 없는 이 음반이 그렇게나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가. 써놓고 보니, 음반이 8장이나 된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특별하기는 한 것 같지만, 어쨌든 두가지 사연이 있어서다. 하나는 이 음반을 구.. 2020. 2. 14. 『다른 이십대의 탄생』 - 항상 '관계'속에 있는 '나'에 관한 책 『다른 이십대의 탄생』- 항상 '관계'속에 있는 '나'에 관한 책 한자리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이십대 사람 세 명이 용인 수지에 있는 조그만 인문학 공동체에서 만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각자의 고민들을 안고 이곳에 찾아왔다지만, 대학도 직장도 아닌 이 곳에서 몇 년간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은 또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무엇보다 앞서 늘어놓은 것과 같은, 이상한 세계를 살고 있는 우리 세 사람이 어떻게 서로를 차단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김고은, 김지원, 이동은, 『다른 이십대의 탄생』, 중에서 오늘, 우리가 사회적으로 겪는 대부분의 문제는 여기에서 온다. 서로 간의 '공통점' 내지는 '교집합'이 없는 가운데, 또는 그걸 찾아내지 못하는 가운데 생겨나는 문제들이다. 이를테면, 아무렇지도 않게 .. 2020. 2. 13. [나의삶과천개의고원] 연애, 언어를 변주하라! 연애, 언어를 변주하라! 나는 지금까지 두 번의 진~한(!) 연애를 했다. 한 번은 고등학교 때였고, 또 한 번은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였다. 두 번의 연애를 마친 나의 소감은 “연애는 공부보다 어렵다!”이다. 매번 서로에게 시간을 올인(!) 해야 하고, 때 되면 해주어야 할 선물과 이벤트가 필수 조건이 되어 버린 연애방식이 지루했다. 무엇보다 ‘사랑’으로 행해지는 ‘말’과 ‘행동’으로 인해 생기는 감정 소모가 힘이 들었다. ‘아… 연애가 이토록 어려운 것이었던가…’ 다시는 연애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불어오는 바람을 어찌 막으랴! 나는 지금 세 번째 연애 중이다. 선물과 이벤트가 필수 조건이 되어 버린 연애방식이 지루했다. 무엇보다 ‘사랑’으로 행해지는 ‘말’과 ‘행동’으로 인해 생기는 감정 .. 2020. 2. 12. 이전 1 ··· 358 359 360 361 362 363 364 ··· 90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