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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못한소설읽기] 우리는 모두 썩는다 우리는 모두 썩는다 엔도 슈사쿠, 『침묵』, 공문혜 옮김, 홍성사, 2003 1638년 3월 예수회 소속 신부 로드리고와 가르페, 마르타는 에도 막부의 박해에 의해 붕괴된 일본 선교를 재건하고자, 포르투갈을 떠나는 배에 오른다. 이들은 죽음을 각오한 사람들이었다. 왜냐하면 '시마바라의 난' 이래로 일본의 '키리시탄'은 뿌리가 뽑힌 듯 보였기 때문이다. 정권의 관리들은 신자들에게 성화를 밟고, 그들이 믿는 신을 욕하게 함으로써 배교를 유도하거나, 이를 거부할 경우엔 끓는 유황 온천에 신자들을 몰아넣어 죽이는 형벌을 가하였다. 외국에서 온 신부라고 해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배교의 유혹은 신자들의 그것보다 더욱 집요하였는데, 신자들에게 가해지는 형벌을 신부들이 보도록 하는 것은 형벌 자체의 잔혹함에 못지.. 2023. 9. 21.
[기린의 걷다보면] 해파랑길 24코스를 걷다보면(with 땡볕) 해파랑길 24코스를 걷다보면(with 땡볕) 7월 30일 토요일 아침, 후포는 햇빛 쨍쨍한 하루가 시작되었다. 낮 최고 기온 32도에 체감 온도는 34도 라고 했다. 후포 한마음 광장에서 시작하는 해파랑길 24코스를 걷기 위해 집을 나섰다. 아침 아홉시, 온 몸으로 쏟아지는 햇빛의 열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십 분쯤 걸어 등기산 공원 초입에서 가지 말까 잠깐 망설였다. 햇빛을 가리기 위해 얼굴 전체를 가린 모자에 팔토시까지 했더니 순식간에 땀범벅이 된데다 발걸음도 무거웠다. 망설임을 떨쳐내기 위해 한 호흡 깊이 들이마시고 공원으로 가는 계단을 올라서서 걷기를 시작했다. 내 기억의 바다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동해안의 해변길로 총 750㎞에 이르는 길인데 2016.. 2023. 9. 20.
[불교가 좋다] 사람관계에서 문제들 사람관계에서 문제들 질문자1: 사람들이 돈을 꿔 가면 안 갚아요. 저는 우스운 얘기인데, 사람들이 돈을 꿔 가면 안 갚아요. 그게 무척 속상한데, 그게 또 몇 년 지나면 잊어버리고 그럽니다. 그런데 언니가 얼마 전에 제가 집을 판 것을 알았거든요, 돈이 조금 남은 것을 알고는 자꾸만 돈을 꿔달라는 거예요. 저는 나이도 들고 더 이상 돈 벌 일도 없고 안 꿔주고 싶고, 못 꿔준다고 하는데, 자꾸 연구해보라는 거예요. 저쪽도 기분 안 나쁘게 하고…. 정화스님: 지금 문제가 있어. 저쪽을 기분을 나쁘게 할 이유가 없는 거예요. 저쪽에서는 계속 거기를 기분 나쁘게 하고 있잖아요? 나는 기분 나쁜데? 말이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질문자1: 기분 나쁜데. 언니가 큰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거예요. 펀드에 들.. 2023. 9. 19.
[미야자키 하야오-일상의 애니미즘] 라퓨타 : 천공을 향한 나무의 꿈 라퓨타 : 천공을 향한 나무의 꿈 아이들은 자란다 1984년 예상 밖의 성적으로 크게 인기를 끈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의 제작은 미야자키를 완전히 탈진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덕분에 다양한 기획이 머리에 새로 떠오르기도 했다. 많은 이들은 《나우시카 2》를 제안했지만, 미야자키는 같은 문제를 두 번은 다루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나우시카의 작품화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는 엄청난 흥행수익으로 어떤 일을 할까 생각하다가, 선배인 다카하타 이사오가 환경문제를 고민하며 만들려고 하는 《야나가와 수로 이야기》의 제작비로 쓰기로 했다. 하지만 너무나 꼼꼼했던 다카하타의 작업 속도가 마련해둔 제작비를 상회해버렸고 역으로 다시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도 되어버려 미야자키는 과감하게 《라퓨타》를 잡지《아니메쥬》에 제안하.. 2023. 9.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