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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씨나 지중해16

[메디씨나지중해] 집 찾아 삼 만리 집 찾아 삼 만리 내가 살았던 도시들을 쭉 나열하면 공통점이 있다. 부동산 시장이 왜곡되어 있기로 악명이 높다는 것이다. 서울에 살 때는 연구실 공동주거의 힘을 빌려 세상만사 어려움을 모르고 살았지만, 뉴욕에 간 순간부터 도저히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집세를 매번 마주해야 했다. 아바나는 또 어땠나? 쿠바는 물가 자체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아바나 집주인들이 외국인에게 요구하는 집세는 쿠바인들의 월급을 생각해보면 치가 떨리는 가격이었다. 그리고 스페인… 나는 처음부터 물가가 저렴하고 음식이 맛있다는 스페인 남부를 노렸으나, 결국 나에게 학업의 기회를 준 곳은 마드리드보다 부동산이 더 미쳤다는 광기의 바르셀로나(^^)였다. 덕분에 나는 이사의 신이 되어가고 있다. 삼 년에 한 번 꼴로 거주국.. 2022. 11. 1.
[메디씨나지중해] 가뭄의 단비, 영화 수업 가뭄의 단비, 영화 수업 시험이라는 노동 요즘은 시험기간이다. 돈을 받지 않는 책상 노동자가 된 기분이다. UAB에서 두 학기를 보내면서 내 공부 방식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쿠바와 큰 차이점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수업을 해보니 상당한 차이점이 보였다. 첫 학기에는 UAB의 스타일을 ‘의학’이라는 학문의 시야를 폭 넓게 확장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였다. 이는 사실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처럼 긍정적인 해석은 내가 아직 본격적으로 수업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수업 계획이 균일하지 못한 편입생의 슬픈 운명에 따라서 나는 이번 학기에 수업의 양을 불가능할 정도로 늘려야 했는데, 학기가 진행될수록 궁금증이 생겼다. 왜 이 학교에서는 학생들 사이의 교류와 교.. 2022. 8. 30.
[메디씨나지중해] 병원 배정 이벤트 병원 배정 이벤트 3월의 이벤트 비교적 여유롭게 보냈던 지난 학기와 달리, 이번 학기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수업을 무리하게 듣고 있다. 날씨는 점점 따뜻해지고 있는데 슬프게도 책상 앞을 떠날 수가 없다. 바르셀로나로 나가는 일은 손에 꼽는다. 2월 말에 이탈리아 및 독일 친구들과 근처 도시에서 열린 카니발 축제를 구경 나간 것을 마지막으로, 지난 한달 간 나는 학교와 기숙사에 갇혀 살다시피 하고 있다(ㅠㅠ). 그렇지만 바쁜 와중에도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이벤트가 있었다. 병원 배정 이벤트였다. 현재 나는 편의상 2학년이다. (편입생이라 학점 인정이 각 학년 별로 흩어져 있지만, 어쨌거나 지금은 2학년 수업을 제일 많이 듣는다.) UAB의 의대생들은 2학년까지만 학교 캠퍼스에 머무르고, 3학년부터 졸업할.. 2022. 8. 2.
[메디씨나지중해] 색색의 스페인, 빛바랜 로마, 반가운 친구 색색의 스페인, 빛바랜 로마, 반가운 친구 뉴욕이나 아바나에 도착했던 첫 해에는 유달리 바빴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노느라고 그랬다(^^). 내가 노는 방법은 여행이었다. 해외에 있으면 여행 욕심이 났다. 한국에 있을 때는 옆 도시에 가는 것도 귀찮아했으면서 말이다. 이 마음은 연애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새 애인을 사귀면 하나부터 열까지 그 사람에 대해 궁금해지는 것처럼, 새 장소에 가면 그곳의 색다른 모습들을 하루빨리 발견하고 싶다. 가령 아바나는 내가 쿠바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장소였지만, 틈틈이 방문했던 인근 ‘플라야 히론’ 해변이나 ‘산타클라라’ 소도시는 내가 쿠바에 대해 더 입체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여행 한 번 가기 힘들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어떨까? .. 2022. 7.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