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앤롤 올나잇 ―Kiss의 Rock And Roll All Nite (MTV Unplugged)
정승연(『세미나 책』 저자)
화장 보고 놀라실까봐, 노메이크업 라이브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또 한 분이 돌아가셨다. 그러니까 1월엔 화이트 스네이크의 기타리스트였던 존 사이크스가, 2월엔 뉴욕돌스의 데이빗 요한센이, 4월엔 블론디의 클렘버크가, 7월엔 오지 오스본이, 10월엔 오늘 이야기할 KISS의 에이스 프레일리가. 지금 열거한 사람들은 대체로 1950년대 무렵에 태어나서, 70~80년대에 주로 활동한 사람들이다. 지금은 (딸 덕분에 듣게 된) 아이돌 음악부터, 재즈, CCM, 민중가요, 현대음악까지 귀에 들어오는 음악이라면 뭐든 가리지 않고 들어대는 그야말로 무취향 리스너가 되고 말았지만 그래도 역시 내 리스닝의 본령은 록, 그 중에서도 60~80년대를 아우르는 ‘그 시절’의 록 음악이다. 이건 뭐랄까, 80년대 초반생치고도 꽤 올드한 감각인데 어쩔 수가 없다. 공부하듯 음악을 들어대던 청소년기에 이미 느낀바, 멋지고, 신선하고, 굉장하고, 위대한 록 음악은 그 시절에 대부분 다 나왔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다만, 오해하지 말 것은 그 ‘굉장함’의 기준이란, 듣는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배경 아래에 있는지에 따라 다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이다. 요컨대 이 ‘위대한-굉장함’은 오로지 내 감각이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KISS는, 에이스 프레일리는 뭐가 그렇게 대단한가 하면, 일단 무대 메이크업이 대단하다.

이런 얼굴들로 무대에 서서, 엄청난 에너지로 주구장창 단순한 리듬, 알맹이 없는 가사들을 쏟아내는 그 굉장함이란! 다시 말해서 ‘가사’의 메시지를 통해 뭘 전달하려고 하는 욕구가 그들에게는 없다. KISS는 오로지 쇼비지니스적 맥락에서 ‘록’이 무엇을 전달해야 하는지를 정말 잘 알았던 밴드다. 눈에 띄는 화장을 한 것도 모자라 요즘은 흔한 각 멤버들에게 부여된 캐릭터 설정, 아낌없이 터트리는 불꽃쇼까지 히트하는 록 밴드의 교과서 같은 공식은, 과장 좀 보태서 모두 KISS로부터 나왔다. 그들이 단지 눈에 띄는 것에만 몰두하는 밴드였고, 그래서 그점만 가지고 인기를 끌었을 뿐이라면, 아마 ‘대단’하기는 했어도, ‘위대’하지는 못했을 거다. 그들을 위대하게 만든 것은 그런 식의 연출을 뒷받침하는 음악성이 정말로 탄탄했다는 점이다. ‘음악성’은 정말 모호한 개념이어서 잘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쉽고 간결한 리듬, 생각할 필요가 없는 가사,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기타 리프, 악곡의 형식에 꼭 맞는 보컬까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요소들이 어느 것 하나 어긋나는 것 없이 꼭 들어맞는달까? 다시 말해 KISS라는 밴드는 록음악 특유의 분방함을 매우 철저한 계산 속에서 전달하는, 그야말로 형식의 달인들이었다.
그런 KISS에서 에이스 프레일리의 기타는 악곡 전체를 매끄럽게 이어주는 관절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니까 그는 미친 듯이 노트를 찍어대는 슈퍼테크니션도 아니고, 그렇다고 필로 승부하는 유형의 기타리스트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능청스럽게 들어왔다가 빠졌다가, 더도 덜도 아닌 딱 그만큼의 코드와 노트를 얹음으로써 노래를 완성시키는 유형의 기타리스트랄까? 그건 아마도 그가 기타리스트였지만 기본적으로는 송라이터였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여하간, 그 대단했던, 유쾌하고, 즐거웠던 에이스 프레일리도 떠났다. 열광이 사그라들고, 만든 사람들이 다 죽어야만 ‘고전’이 된다는 의미에서 ‘그 시절’의 음악들이 진짜로 명실상부한 ‘고전’이 되어가고 있다. 에이스 부디 그곳에서도 락앤롤 올나잇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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