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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노래

[지금, 이 노래] 네오소울과 R&B의 별, D’Angelo(디안젤로)의 뜨거운 마음 :D’Angelo – Really Love

by 북드라망 2025. 12. 19.

네오소울과 R&B의 별, D’Angelo(디안젤로)의 뜨거운 마음 

:D’Angelo – Really Love

송우현(문탁네트워크)

 

 


지난 10월, 네오소울의 아버지이자 R&B의 거장인 D’Angelo(디안젤로)가 췌장암으로 사망했다. 본래음미디어에 자주 모습을 노출하지 않는 아티스트라 그의 죽음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가 디안젤로를 처음 알게 된 건 고등학교 시절 접한 <Black Messiah> 앨범을 통해서였다. 당시 나는 실용음악과에 진학하기 위해 베이스 기타를 연습하고 있었고, 보다 정확한 박자와 알맞은 음정을 내려고 노력하던 시기였다. 실용음악과의 입시는 대부분 얼마나 ‘정확한 연주’인가를 두고 학생들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친구들과의 합주도 누군가가 박자를 놓치면 밴드 전원에 피해를 주는 꼴이었고, 남들보다 굉장히 늦게 입문한 나로서는 꽤나 힘겨운 시간이었다. 그런데 친구의 추천으로 듣게 된 디안젤로의 음악은 달랐다. 1번 트랙 <Ain’t that easy>도입부부터 의도적으로 대부분의 박자를 뒤로 밀어내고 있지만, 동시에 ‘틀린 박자’라고 할 수도 없이 특유의 ‘그루브’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게다가 “쉽지 않지(Ain’t that easy)”라고 말해주는 가사는 마치 내 삶을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핑 도는 눈물을 삼키며 앉은 자리에서 한 시간짜리 앨범을 모두 청취했다.


디안젤로의 음악은 그의 문제의식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60년대 후반부터 90년대까지의 흑인음악은 로큰롤, 일렉트로닉과 결합하여 ‘알앤비’라는 이름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기계적으로 정확히 떨어지는 박자와 감미로운 멜로디, 연인간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가사는 대중들의 마음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마빈 게이, 스티비 원더, 마이클 잭슨, 휘트니 휴스턴과 같은 슈퍼스타들도 탄생했다. 그러나 디안젤로는 여전히 60년대의 향수에 젖어 있었다. 그는 사람의 손으로 직접 연주하며 변칙적인 박자들이 오가는 즉흥성을 즐겼으며, 흑인 사회의 뿌리와 사회적 문제들을 드러내는 가사를 사랑했다. 이런 특징들을 아우르는 이름은 ‘소울’이었다. 60년대까지 흑인음악의 주류는 소울이었지만, 보다 ‘말랑한 분위기’의 알앤비가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며 소울의 향기는 잊혀 갔던 것이다. 따라서 디안젤로의 데뷔 앨범 <Brown Sugar>는 60년대의 ‘소울 정신’을 잇는, ‘네오 소울’이라고 불렸다. 그가 추구하던 몸을 통한 연주와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가사는 14년도의 <Black Messiah>까지 이어져, ‘Black Lives Matter’ 운동이 한창이던 당대의 큰 영향력을 끼쳤다. 


내가 디안젤로를 처음 접한 시기에, 그의 ‘소울 정신’이나 음악적 맥락을 모두 알진 못했다. 다만 지금 돌이켜 보면, 내가 ‘힙합 정신’이라고 부르며 지켜오려 했던 것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느껴진다. 다만 그 ‘정신’이 가리키는 건 무엇이었을까? 노란색 피부를 가지고, 한국의 중산층으로 태어난 내가 집착했던 ‘뿌리’는 무엇이었을까? 아무래도 그건 대중화와 균일화에 맞서는 ‘저항성’이자, 그것을 퍼뜨리는 ‘메시지’였을 것이다. 한편, 최근에 그만큼 뜨거운 마음을 가지고 무언가를 대했는지 떠올려본다. 여러분은 뜨거운 마음으로 지키고 싶은 ‘정신’ 같은 것이 있는가? “정신 없이 산다”는 말은 어쩌면 삶의 뜨거움을 잃어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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