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OST - ヒグチアイ(히구치 아이)
<悪魔の子>(악마의 아이)
송우현(문탁네트워크)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의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합니다.
최근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을 정주행했다. 과거에 원작 만화를 재밌게 봤었는데, 최근 애니메이션이 꾸준히 화제가 되는 것 같아 마음먹고 감상했다. 120편이나 되는 꽤 방대한 분량이지만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특히 단순히 벽 안의 인간과 거인의 싸움인 줄로만 알았던 세계관이 벽 밖의 사회로 확장되며 끝없는 전쟁과 증오의 굴레, 인간의 욕망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는 점이 좋았다.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인 만큼 갈수록 작화와 OST의 퀄리티가 눈에 띄게 좋아지는데, 화룡점정을 보여주는 건 4기 2쿨 엔딩 곡인 <악마의 아이>다. 가사에서는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생명을 짓밟는 건 옳은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주연 캐릭터들의 서사를 잘 그려내고 있고, 극적인 오케스트라의 선율은 결국 선택을 내린 이들의 애틋함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물론 과거 전범국이었던 일본의 작가가 ‘전쟁’이라는 주제를 다룬다는 점, 심지어 전쟁과 학살을 합리화하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도 있다는 점은 큰 논쟁거리다. 하지만 나는 이 만화가 보다 넓은 범위의 인간들의 증오와 한계를 짚고 있으며, 다양한 상황에 처해 있는 인물들을 자세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극우 만화’라고 평가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작가는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식의 깊은 염세주의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한편에선 ‘증오’보다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게 좋았다.
여담으로 내가 가장 애정했던 캐릭터는 ‘라이너 브라운’이다. 라이너는 자신의 국가에서 인정받겠다는 일념으로 적국에 잠입해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하고, 과거의 동료들까지 죽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이너는 왜 그들을 죽여야만 했는지 끊임없이 되뇌인다. 결국 몸과 마음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 삶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는데,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책임져야 할 소대원 아이들을 보며 적어도 저 아이들에게도 같은 삶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마지막 저항을 하는 캐릭터다. 너무나도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자신을 믿고 따르는 아이들에게만큼은 같은 전철을 밟게 하지 않으려는 이 마음이 곧 사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등장인물 중 가장 현실에 있을 법한 캐릭터여서 특히 좋아했다.
혹시 유명하던데 볼까 말까 고민하던 분들이 있다면, 꼭 감상하는 걸 추천한다. 기왕이면 제 1차, 2차, 세계대전의 역사를 간단하게라도 훑고 보시라. 분명 더 재밌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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