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고 싶었던 것과 되어 있는 것 사이:
빌리 조엘(Billy Joel) – 피아노맨(Piano Man)
정승연(『세미나책』 저자)
이 유명한 곡에서 ‘Piano Man’은 의심의 여지없이 빌리 조엘 자신이다. 이 곡은 빌리 조엘이 계약문제로 뉴욕에서 LA로 도피생활을 하던 시절의 기억을 담은 곡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가사에 등장하는 노인, 존, 폴, 데이비 그 시절 ‘피아노맨’ 빌리 조엘의 팬들이었다. 노래에는 그들 각자의 사연이 담겨져 있는데 이런 식이다. ‘내가 젋었을 때는 가사를 다 외웠었는데’, ‘무비스타가 되려면 이곳을 벗어나야 해’, ‘나는 소설가가 될거야’, ‘평생 해군으로 살겠지’ 등등. 여기까지만 놓고 봐도 이 곡이 가진 보편성의 높이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우리 모두는 대개 되고 싶었던 어떤 모습을 가지고 살아가고, 대개의 경우 그렇게 되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지금 ‘되어 있는 모습’이란 따지고 보면 ‘되고 싶었던 모습’을 마음에 두고 살다가 다다른 곳이기도 하다. 그렇게 ‘되고 싶었던 모습’은 어딘가 마음 한켠에 아예 자리를 자리를 잡고 나와 함께 ‘지금’을 살게 된다. 그리고 다들 안다. 이제는 ‘되고 싶었던 모습’이 되기는 어렵다는 걸 말이다. 그런데 도피 생활을 마치고 결국엔 우주 대스타가 되었던 빌리 조엘 자신은 어땠을까? 그는 ‘되고 싶은 모습’이 된 걸까? 빌리 조엘 자신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되고 싶은 모습’과 ‘되어 있는 모습’ 사이의 괴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짊어지고 살아야만 하는 ‘운명’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인생이 다다른 높이란 결국 ‘되고 싶은 모습’에 얼마나 가까이 갔는가로 판가름 나는 게 아니라, 둘 사이의 괴리에서 오는 갈등을 얼마나 잘 화해시키는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각설하고, 어쨌든 이 대단한 곡이 가진 ‘대단함’은 사실 가사의 보편성을 그야말로 완벽하게 전달하는 멜로디의 훌륭함에서 비롯된다. 특히 주목해서 들어볼 부분은 곡 중간중간에 사용된 하모니카의 활용이다. 가사가 끝나는 부분에서 빌리 조엘은 노래를 멈추고 하모니카를 부는데, 이 시퀀스는 바로 앞의 사연들의 여운을 길게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되고 싶었지만, 되지 못한 어떤 것, 결국엔 되지 못한 채 늘 떠올리면서 살 수밖에 없는 어떤 것을 표현하기에 하모니카보다 나은 음향을 내는 악기는 별로 없다. 요컨대 이 곡은 표현하고 싶은 것과 표현된 것 사이의 거리가 한없이 좁은 그야말로 명곡의 기본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빌리 조엘이 젊었던 시절, 그러니까 좀 더 하이톤이었던 시절, 막 스타가 되었던 시절에 부른 것과 할아버지가 다 되어서 부른 곡을 비교해 들어보는 것도 꽤 재미있다. 가사를 생각하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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