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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노래

[지금 이 노래] 모두가 함께 만드는 음악?- Fred again.. X Skepta X PlaqueBoyMax – Victory Lap

by 북드라망 2025. 8. 22.

모두가 함께 만드는 음악?
- Fred again.. X Skepta X PlaqueBoyMax – Victory Lap

송우현(문탁네트워크)

 

 

 

우리가 평소에 듣는 음악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질까? 보통 흔히 접할 수 있는 대중가요들은 전문 기획사에 의해 작곡가와 세션, 보컬리스트 등이 고용되어 치밀한 기획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대형 스튜디오에서 세션과 보컬리스트의 녹음을 받고, 엔지니어와 작곡가들이 곡을 다듬는 식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작곡의 편의를 위한 기술들이 등장함에 따라 꼭 대형 스튜디오나 여러 명의 전문 인력들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장르에 따라 노트북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작편곡을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집에서 노트북 하나로 작업을 해나가는 무명 프로듀서들을 ‘방구석 프로듀서’(Bedroom Producer)라고 부른다. ‘방구석 프로듀서’들에게 누구에게나 큰 문제가 있는데, 작곡 자체는 쉬워졌지만, 그 곡에 얹어질 보컬이나 랩을 구하기는 여전히 어렵다는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아마추어 래퍼나 보컬리스트를 섭외하는 방식도 있고, 유명한 가수에게 데모 곡을 보내 리액션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 나는 재밌는 방식으로 곡을 완성한 프로듀서를 볼 수 있었다.

오늘 소개할 곡인 <Victory Lap>은 ‘Fred again..(이하 프레드)’이라는 프로듀서가 구상한 곡이다. 이전에도 소개한 적이 있는 여성 래퍼 ‘도치(Doechii)’의 곡에서 그녀의 랩 구절을 샘플링하여 사용하고 있고, 리드미컬한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돋보이는 곡이다. 재밌는 건 이 곡의 초안이 ‘PlaqueBoyMax(이하 맥스)’라는 프로듀서 겸 인터넷 방송인(스트리머)의 방송에서 처음 공개되었다는 점이다. 그 당시엔 이 곡에 누가 랩을 하게 될지 정해진 바가 없었는데, 시청자들은 이 곡이 ‘Skepta(이하 스켑타)’(라는 영국 래퍼와 잘 어울린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후 맥스는 자신의 방송에 스켑타를 초대했고, 프레드의 곡을 들려주며 협업을 도모했다. 결국 스켑타의 참여로 곡은 완성되었고, 완성된 곡을 방송에서 최초로 선보였다. 그래서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완성된 곡을 처음 공개하던 당시의 스트리밍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터넷 방송 시청자들의 의견으로 곡이 완성되었다는 점, 세 뮤지션과 방송인의 콜라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은 시청자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고, <Victory Lap>은 빌보드 일렉트로닉 차트 4위에 오르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맥스의 방송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건 아니지만, 나도 평소에 인터넷 방송을 즐겨본다는 점에서 <Victory Lap>의 서사는 매우 신선하고 재미있게 다가왔다. 한편으로 프레드를 ‘방구석 프로듀서’라고 보기엔 그의 덩치가 크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히 음악 마케팅의 일종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터넷 방송과 음원 제작이 결합되면 더 다양한 가능성이 열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시간으로 다양한 의견을 통해 만들어진 음악, 방송에 참여한 모두가 함께 만드는 음악... 흥미롭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이 곡의 크레딧에 맥스의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것도 상징적이다. 다만 맥스 본인이 아니라 맥스의 시청자들을 칭하는 이름도 함께 올라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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