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오지―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의 Goodbye To Romance
정군(문탁네트워크)
프린스, 데이빗 보위, 더스티 힐, 제프 벡... 록스타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얼마 전에는 오지 오스본마저 떠나고 말았다. 1948년생이신 데다가, 워낙에 '내일' 따윈 생각하지 않고 사셨던 분이니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다. 게다가 나도 서른이 넘고부터는 Crazy Train이나, MR. Crowley, Paranoid, No More Tears 같은 그야말로 전설적인 그의 넘버들을 거의 듣지 않게 되었다. 진짜 가끔, 아주아주 가끔 중학생 시절이 생각날 때 한번씩 듣는 정도였달까? 그러니까 평생을 함께해온 반려 트랙들은 아니라는 이야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지 오스본이 각별한 건, 그의 노래들이 나의 '중학생' 시절과 뗄 수 없는 기억으로 엮여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두루두루 넓은 관계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지금의 내 성격은 10대 때도 매한가지여서, 10년 넘도록 꾸준히 얼굴 까먹기 전에 한 번씩 보는 친구들은 딱 중학교 때 만난 친구 두 명이 전부다. 오지 오스본 사망 뉴스를 들은 날, 그 친구들과 함께 있는 단톡방에 뉴스 기사 + 눈물 아이콘 + 애도 메시지를 올렸다. 잠시 후 메시지 창에는 '오지... 천... 아니 지옥에서도 롹하시길 ㅠㅠ' 이라거나, '근데 지옥 가셨겠지?' 따위의 일종의 '추모(?)' 메시지들이 올라왔는데, 이건 '고인드립'이 아니라 정말 생전 오지의 캐릭터를 생각하면 너무나도 당연한 나름의 추모 문구들이었다. 오지 오스본 생전의 별명이 'Prince of Darkness' 였던 데다가, 나름의 악마숭배 컨셉을 꽤 오랫동안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컨셉은 착한 것=위선, 모범생=앞잡이 등으로 의미연관을 확실히 만들어 놓은, 나름 마이너를 자처했던 반항적 중학생 삼인방에겐 그야말로 제대로 먹혔다. 우리는 각자 서로 다른 오지 오스본 밴드의 앨범을 사서 돌려가며 들었고, 노래방에선 Crazy Train을 불러댔으며, 어쩌다 손이 베여서 피라도 나는 날엔 연습장에 역십자가, 깨진 하트 따위를 그려대며 놀았다.
그래서 여전히 어쩌다 셋이 만나 노는 날에는 오지 오스본의 곡들을 듣기도 한다.
그랬는데... 한 명은 회사원이 되었고, 한 명은 자영업자가 되었으며, 나머지 한 명은 백수가 된 이 시점에, 그가 떠났다. 말한 것처럼 완전히 바뀌어 버린 세 사람의 현재 세계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을 일이지만, 어쩐지 기분이 묘하다. 지금까지는 내가 살아가고, 만들어가고 있는 이 세계가 그때로부터 이어져 온 것 같았는데, 이젠 그런 기분이 조금 줄었달까? 그러니까 어렸던 그 때와 조금 더 상관없어진 것 같은 기분이랄까?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는 거겠지. 그 시절도 안녕, 오지도 안녕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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